역시 황의조! 3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황의조가 득점하고 있다.

▲ 역시 황의조! 3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황의조가 득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험난한 여정을 거쳐 이제 고지가 보인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이 '쌀딩크'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마저 넘고 결승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29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에서 이승우의 2골과 황의조의 결승골을 더해 3-1로 승리했다. 2014 인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던 한국축구는 사상 첫 2회 연속 결승행에 이어 금메달 2연패를 노릴수있게 됐다.

결승까지 올라오는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못했다. 김학범호는 선수선발에서부터 대회 일정-준비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변수를 극복해야했다. 시작부터 황의조의 와일드카드 발탁을 둘러싼 '인맥축구 '논란에 휘말리며 불필요한 의혹에 시달려야했고, 오락가락하는 아시안게임 일정과 조추첨이 두 번이나 바뀌는 촌극으로 준비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손흥민-이승우 등 일부 해외파 선수들의 병역혜택 여부에 지나치게 쏠린 관심과, 이유불문하고 우승을 당연시하는 여론의 분위기도 큰 압박이었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게 뜻밖의 덜미를 잡히는 '반둥 참사'를 당한 것은 큰 고비였다. 약체팀에 당한 충격도 충격이지만 그 여파로 이후의 토너먼트 대진운도 꼬였다. 김학범호는 키르키스스탄을 잡고 한숨을 돌렸지만 조 2위에 그쳤고 토너먼트에서는 이란-우즈베키스탄-베트남 등 강팀들을 잇달아 만나는 가시밭길을 감수해야했다.

여기에 조별리그에서 기대에 못미친 김학범호의 경기력에 대한 극성팬들의 비난과 SNS 테러, 이란과의 16강전에서 골키퍼 조현우의 갑작스러운 부상, 황희찬을 둘러싼 인성 논란 등 선수단 안팎으로 크고작은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김학범호에게 위기는 오히려 팀이 하나로 똘똘 뭉치게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김학범호는 토너먼트는 복수와 힐링의 여정이었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여러 차례 한국의 발목을 잡아왔던 이란을 2-0으로 제압했고, 8강전에서는 우즈벡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4-3 역전승을 거두며 지난 1월 U23 챔피언십 준결승 패배의 아픔을 갚았다. 4강에서는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의 돌풍마저 제압하며 경기를 거듭할수록 우승후보 0순위의 진가를 드러냈다.

명예회복한 황희찬, 화려하게 부활한 이승우

이승우, '첫 골이다' 29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 이승우가 첫 골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뒤는 손흥민.

▲ 이승우, '첫 골이다' 29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 이승우가 첫 골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뒤는 손흥민. ⓒ 연합뉴스


김학범호에 처음 발탁될때만 해도 극성팬들과 정치인에게까지 인맥으로 뽑혔다고 조롱을 당했던 황의조는 이번 대회 6경기에서 9골을 터뜨리는 괴력을 선보이며 사실상 득점왕을 예약하고 '갓의조'로 거듭났다. 이번 대회 집중견제에 시달린 손흥민이 주로 도우미 역할에 전념하여 득점이 1골에 그쳤고, 조현우도 부상 때문에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황의조의 득점력으로 결승까지 '하드 캐리'했다고 봐도 손색이 없는 활약이었다.

대회 초반 부진한 활약과 매너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황희찬도 우즈벡과의 8강전에서 결승 PK골을 성공시킨데 이어 베트남전에서는 경기력이 한결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어느 정도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조별리그 초반 컨디션 난조로 출장시간이 적었던 이승우도 베트남전 멀티골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어느덧 금메달 고지를 눈앞에 둔 김학범호의 마지막 상대는 공교롭게도 일본이다. 한국축구의 영원한 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은 아랍에미리트를 꺾고 결승진출에 성공했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한일전이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축구는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6승 1패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2014 인천 대회에서도 8강에서 만나 당시 장현수의 페널티킥골로 1-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A대표팀 감독을 겸임하고 있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을 겨냥하여 아시안게임 출전연령대(U23)보다 낮은 21세 이하 선수들 위주로 팀을 구성했다. 한국과 달리 와일드카드도 아예 뽑지 않았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베트남에 덜미를 잡히는 등 고전했지만 오히려 토너먼트에서 비교적 최강팀들을 피하는 수월한 대진운(말레이시아-사우디-UAE)을 등에 업고 전화위복에 성공했다. 일본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2010년 광저우 대회가 유일하다. 전체적인 전력이나 경험 면에서는 한국이 확실한 우위에 있기에 방심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다.

축구에 당연한 승리는 없다
날아라 황의조! 3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득점한 황의조가 환호하고 있다.

▲ 날아라 황의조! 3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득점한 황의조가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축구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걸고 일본과 경쟁했던 경기는 2012 런던올림픽 3, 4위전이 최초였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박주영과 구자철의 연속골에 힘입어 일본을 사상 첫 동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한일전은 전력차를 떠나 양팀 모두에게 쉽지 않은 경기였던 경우가 많았다. 한국은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일본에 갚아야할 빚이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2016 U-23 챔피언십 결승이 가장 최근의 한일전이었는데 당시 한국은 먼저 2골을 넣고도 후반에 내리 3골을 내주며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우승하면 한복입고 세리머니를 하겠다"는 호기넘치는 공약까지 내걸었던 신 감독은 경솔한 발언의 대가로 두고 두고 엄청난 비판에 시달려야했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은 완벽한 복수를 위한 최상의 조건이 갖춰진 무대다.

김학범호는 패배한 말레이시아전을 제외하면 승리한 5경기에서 모두 선제골을 기록했다. 비교적 이른시간에 빨리 선제골을 기록하며 상대가 '잠그기'에 들어갈 시간을 주지 않았던 게 승리의 비결이었다. 밀집수비와 침대축구로 악명 높은 중동팀들을 8강전에서 만나지 않은 것도 오히려 다행이었다. 패스축구를 기반으로 한 일본은 기술이 뛰어나지만 수비가 견고하거나 몸싸움에 강한 팀은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중동팀보다 편한 상대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축구에 당연한 승리는 없다. 결승전 마지막 종료 휘슬이 울리기전까지 승부는 해봐야 한다. 역대 아시안게임의 우승 실패 사례에서 보듯, 기껏 힘들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왔으면서 한 순간의 방심으로 공든 탑이 무너지는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제 정말 마지막 한 고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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