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두어 번 도로에서 닭을 운송 중인 차량을 목도했습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컨테이너 차량으로 보였지만 신호대기 중에 무심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그것이 닭 운반차량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의 생애 첫 여행이자 마지막 여행길이라는 생각이 제 시선이 개별 닭들에 닿기 전에 뇌리에 먼저 스쳤습니다. 그 탓에 제 시선이 닭에 닿을 때는 다소 감상적으로 바뀌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닭 한 마리, 한 마리가 제 눈에 들어왔을 때는 감상적인 시선은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닭은 대부분 깃털이 반 이상 빠져 있었고 마치 다리나 목이 골절된 듯 기진한 모습들이었습니다. 닭이 그리된 것은 40도 가까이 육박하는 기온 탓만이 아닌 듯했습니다.
털이 빠져 피부가 드러난 닭의 상태는 심각한 질병상태이거나 좁은 케이지 속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란 것을 증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스트레스와 분노로 가득할 그 닭들은 도축되어 치킨이 되거나 닭볶음탕이 되는 수순을 밟을 것입니다.
한번 눈에 익은 닭 운반 차량은 상하행차선 어디에 있든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행선에서도, 하행선에서도 운반 차량 케이지속 닭의 상태는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길에서 목도한 닭들의 충격적인 모습이 몇 주간 제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광경을 목도하고도 침묵하지 않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행위가 무엇일까, 이것이 제 뇌리를 맴도는 가장 큰 주제였습니다.
먼저 생각난 것은 2년 전부터 채식을 시작한 둘째 딸의 글이었습니다. 카프카처럼 물고기 앞에서 '더는 너를 먹지 않을 거야'라고 선언한 딸의 결심을 뒤따를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지요. 무더위가 극성일 때마다 털 빠진 닭이 생각났고 그 장면이 생각날 때마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자료들을 찾았습니다.
- 국내 닭고기 소비량은 한 해 약 4억 2,000만여 마리이며 하루에 120만여 마리씩 소비된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 기준 1인당 1년에 8, 9마리를 먹는다.
- 현대식 케이지 시설에 옴짝달싹 못하게 갇혀 생장조건을 박탈당한 채 부리를 절단당하고 항생제로 사육된다.
- 닭의 수명은 20~30년이지만 치킨용 닭은 30일간 사육되며 그 닭들은 한 시간당 7,200마리를 도축할 수 있는 도계라인에 오른다.
- 1kg의 고기 생산을 위해 소는 8~10kg의 곡물을, 돼지는 3~4kg의 곡물을 소비하지만 닭은 2kg 이하의 곡물을 소비하므로 닭이 미래 식량원이다.
_ <닭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달걀이 프라이드치킨이 되기까지, 양계장이 공장이 되기까지, 김재민 저>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으로 쉽게 결론을 낼 수 없었습니다. 육식동물과 채식동물이 각자의 특성에 맞게 살아가듯이 잡식으로 태어난 내 특성을 갑자기 바꾸는 것으로 응답하는 게 최선이라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물복지에 관심을 높이는 것으로 몇 주간 무거웠던 머리를 비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