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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박주민 후보가 당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주먹 불끈 쥐어보인 박주민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박주민 후보가 당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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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렇게 높아진 국민의 신뢰, 조직된 당원들의 힘을 배경으로, 보다 과감하게 야당과 보수 언론과 싸워나가야 됩니다. 좌고우면 할 시간도 없고 이유도 없습니다."

소셜미디어 영상 속 '법 읽어주는 남자', '현안 읽어주는 남자'일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강단과 진정성이 모두 담긴 '변신'이었다. 지난 11일 부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의 연단에 선 박주민 의원은 방송이나 소셜미디어 영상 속 차분하고 조근한 모습과는 180도 다른 사람이었다.

마이크가 꺼진 후에도 아랑곳없이 계속된 그의 연설 장면은 이후 두고두고 회자됐다. 특히나 연단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더 이상 좌고우면할 이유도 없고 시간도 없습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라며 열변을 토하던 모습은 마치 과거 '거리의 변호사' 시절 시위자들을 대변해 경찰과 대치하던 어느 영상 속 변호사 박주민을 연상케 했다. 지난 25일 열린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연단에 선 모습도 그랬다.

"이 투박한 연설이 명연설인 이유는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한 연설이기 때문입니다. 온몸으로 절규한 절박한 외침이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분노와 요구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게 아니라 함께 눈물 흘리며 함께 분노하는 박주민 의원이기에 이 연설은 바로 내 연설이었고 국민의 절규였습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박 의원의 연설을 보고 지난 26일 개인 SNS에 이런 촌평을 남겼다.

'합계 득표율 21.28%'.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박주민 의원의 득표율이다. 25일 박 의원은 전국대의원대회 현장에서 "국민의 고통과 불합리, 불평등 해결", "대통령이 문재인이고 우리가 민주당", "개혁입법을 다수 통과시켜 문재인 정부 성공을 뒷받침할 것"이란 구호로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박주민 의원은 득표율 1위라는 파란을 일으켰다. '초선 40대' 최고위원의 탄생이었다. 박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는 14.7%를 득표, 박광온(17.5%)·설훈(16.21%) 의원에게 뒤졌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27.04%를 기록했다.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 다른 후보들을 눌렀다는 중평이다. 이후 경선 직후부터 처음으로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한 27일까지, 진보·보수 할 것 없이 각 언론은 박 의원의 최고위원 등극에 주목하며 각종 기사를 쏟아내는 중이다.

득표율 1위 박주민…'거리의 변호사'에서 '여당 최고위원'으로 (국민일보)
최고위원 득표 1위 박주민 "사법농단 영장 줄줄이 기각, 예의 주시" (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영입한 초선 박주민 득표1위 (동아일보)
박주민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필요…목소리 내겠다" (한겨레)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의 이유있는 최고위원 1등 돌풍 (노컷뉴스)


박주민 의원실이 "거지갑이 아니에요"라는 문구와 함께 지난 2016년 SNS 계정에 올린 사진.
 박주민 의원실이 "거지갑이 아니에요"라는 문구와 함께 지난 2016년 SNS 계정에 올린 사진.
ⓒ 박주민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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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변호사, 돈 달라는 남자 그리고 여당 최고위원

"저는 '길 위의 변호사'로 살며, 그리고 이번 선거를 치르며 정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20대 국회에 들어가게 되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지켜주는 정치'를 실현하는데 모든 역량과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선거유세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속에 방치된 국민들의 고단한 삶을 지키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월급봉투와 가족의 행복을 지키고, 아이들 안전과 대한민국의 정의를 지키겠습니다. 무너진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바로 세우겠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단 1cm라도 움직여 보겠다는 각오로 의정활동에 임하겠습니다."

최고위원 당선 소감이 아니다. 지난 2016년 4.13 총선에서 서울 은평갑 당선된 직후 당선자 신분으로 박 의원이 내놓은 소감 중 일부다. 아마도 '초선' 박주민 의원이 최고위원에 득표율 1위로 등극한 데는 이러한 '초심'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거지갑'이란 사진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그는 초지일관 '열일'하는 국회의원으로 각인돼 있었다.

국회 본회의 출석률 100%(2016년 총 23회), 상임위원회 100%, 대표발의 법안 총 29개, 11월에만 14개 법안 대표 발의, 지방자치TV 주최 2016 대한민국 의정대상 수상, 2016 대한민국 모범국회의원 대상 수상. 2016년 국회 입성 직후 박 의원에게 붙은 '수사'들이다.

그 와중에 촛불집회도 나가고, 시국강연도 다녔으며, MBC <무한도전>이나 JTBC <잡스>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나가 국회와 입법 활동을 '홍보'하느라 바빴다. 또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일명 '사회적 참사법')을 대표 발의해, 2017년 12월 공포되는 성과를 끌어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치후원금과 관련 강한 인상을 남긴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2017년 정치후원금을 가장 많이 모은 의원으로 꼽히는 박 의원은 '돈 달란 남자 박주민'이란 제목의 소셜미디어 영상을 통해 직접 후원금을 모으고, 또 그 사용내역을 꼼꼼하게 공개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관련 기사 : '거지갑' 박주민 아닙니다, '돈 달란 남자' 박주민 입니다).

앞서 촛불정국 당시 4일 만에 1억 5천만 원의 후원금 계좌 한도를 '완판'시킨 것으로 화제가 됐다(관련 기사 : '거지갑' 박주민, 그의 수첩은 박근혜 것과는 달랐다). 그리고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지켜주는 정치'를 실현시키고자 노력 중이라 할 수 있다. 고 김관홍 잠수사의 부탁을 잊지 않은 채.

그리고, '초선 40대' 여당 최고위원의 탄생

"2016년 6월 17일 故김관홍 잠수사는 '뒷일을 부탁합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심각한 부상으로 노동능력을 상실하고, 더 이상 생업에 종사할 수 없게 된 민간잠수사들의 지원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故김관홍법은 2년 넘게 계류 중입니다. 사람을 구하려고 한 게 죄가 되는 세상이 아닌,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정당한 보상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故김관홍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민주당 경선 이틀 전인 지난 23일 박주민 의원실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이다. 이날 박 의원은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피해자지원위원회와 함께 국회에서 열린 '故김관홍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앞서 2016년 6월 박주민 의원을 비롯한 70명의 여·야 의원들은 이른바 '세월호참사 피해지원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故김관홍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은 현행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의 한계를 보완, 희생자와 피해자의 피해구제 범위를 확대하고, 구조 당시 숨지거나 부상당한 민간잠수사를 의사상자로 인정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발의 당시 여당이자, 지금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부딪혀 2년 넘게 계류 중이다.

세월호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사위 소속 야당 위원들이 소관 상임위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반대의견을 펼치며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법사위는 김관홍법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고 하루빨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바다에 뛰어들었던 고 김관홍 민간잠수사의 동료 황병주씨(왼쪽)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박주민 의원(오른쪽)이 마련한 세월호참사 피해지원특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가 "국회는 '고 김관홍법' 의결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는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국회는 '고 김관홍법' 의결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 잠수사의 외침 세월호 참사 당시 바다에 뛰어들었던 고 김관홍 민간잠수사의 동료 황병주씨(왼쪽)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박주민 의원(오른쪽)이 마련한 세월호참사 피해지원특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가 "국회는 '고 김관홍법' 의결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는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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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에서 '사회적 참사법'을 대표 발의하고 통과시킨 박주민 의원. 그가 발의한 법안들을 보면 김관홍 잠수사가 부탁한 그 '뒷일'을 좀 더 확장시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한 박 의원은 고 故 노회찬 의원과 함께 '특활비 폐지 법안'과 함께 사법농단과 관련된 두 가지 법안을 강조했다.

"하나는 지금 사법 농단 관련된 사건의 영장 발부 판사와 기존의 심리 담당 재판부를 별도의 절차로 구성하는 특별법이 있고요. 또 하나는 재판 거래 의혹이 됐던 그 재판에 대해서는 재심 청구 사유를 넓히는 그런 피해 구제 특별법이에요.

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통과돼야만 진상도 규명될 수 있고 또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이 법에 대해서도 좀 목소리를 많이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득표율 1위는 분명 상징적이다. 비교적 젊은 40대 초선 최고위원으로서 강한 여당을 천명한 이해찬 당 대표와 어떤 시너지를 낼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불어 '거리의 변호사'이자 '세월호 변호사'로 유명한 그가 여당 최고위원으로서 '초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그 박주민 최고위원은 위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고위원 선거 출마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국회의원 당선 소감에 걸맞은 의정활동을 보였던 것처럼, 박 최고의원이 이 출마의 이유 역시 정책으로, 입법으로, 더 큰 역할로서 실천해낼지 지켜보도록 하자.

"제가 변호사 하다가 정치를 하게 된 것도 정치가 제대로 되면 고통받는 분이 없을 것이다라는 것하고 또 제가 맡았던 여러 현안들을 제대로 좀 챙기기 위해서였는데요. 이번에 최고위원을 계속 고민했던 것도 저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이 올바른 방향이고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꼭 그 방향으로 간다고 믿었던 사람이거든요. 이 정책을 정말 성공시키고 싶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라는 것이 정말 확고하게 자리 잡아서 더 이상 전쟁에 대한 어떤 공포라든지 이런 것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진짜 강해요. 그러려면 당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된다는 마음이 있었고요."



태그:#박주민, #거지갑,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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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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