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비만은 아니었지만 늘어난 뱃살과 함께 떨어진 체력을 느끼며 필요성을 느꼈다. 우선 얼마 전 보았던 2만 걸음 걷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운동장을 계속 걷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꽤 걸은 것 같았는데 1만 걸음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게 2만 걸음을 채우고 나서 확인한 칼로리 소비량은 200Kcal 정도였다.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순식간에 먹었던 공깃밥보다도 적은 칼로리라니. 세 끼 식사를 다 하고서는 도저히 살을 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하루에 한 끼만 먹기로 했다. 그것도 최대한 칼로리가 적은 음식으로. 결과는 어땠을까. 아직 다이어트는 진행 중이지만 성공적으로 가고 있지는 못한 것이 분명하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는 작전은 야식 충동을 이기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탄수화물 vs 지방, 어느 것이 다이어트에 좋을까
 PD의 결과 역시 의미 있었다. 그는 평소보다 배고픔을 적게 느낀다고 말했고 실험의 마지막 날 4.36[kg]이 감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PD의 결과 역시 의미 있었다. 그는 평소보다 배고픔을 적게 느낀다고 말했고 실험의 마지막 날 4.36[kg]이 감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SBS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진 나에게, 특히 칼로리를 어떻게 낮출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나에게 꼭 참고할만한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 SBS스페셜 > '칼로리亂(란)' 이었다. 요요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는 PD는 직접 실험을 시작한다. 5주 동안 절반은 고지방식으로 매일 2200Kcal를 소비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탄수화물 위주로 2200Kcal를 소비하는 것이다.

여기에 함께 영국의 공중보건 공동연구 대표의 실험도 소개된다. 그 역시 21일 동안 양질의 고지방식으로 섭취를 하며 매일 몸의 변화를 기록하고 21일은 저질의 탄수화물로 식사를 하며 몸의 변화를 기록한다. 결과는 이렇다. 고지방식으로 매일 5000kcal를 소비하여 권장량보다 총 45000kcal를 많이 섭취했던 그는 예상과는 다르게 체중이 1.3kg 밖에 증가하지 않았고 허리둘레는 오히려 3cm 감소했다. PD의 결과 역시 의미 있었다. 그는 평소보다 배고픔을 적게 느낀다고 말했고 실험의 마지막 날 4.36kg이 감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차례는 탄수화물이었다. 21일간의 식단을 나열하고 보니 우선 양이 엄청 많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같은 칼로리를 섭취하기 위해서 고지방식에 비해 더 많은 양을 섭취해야했다. 평소에 이렇게 먹으면 살이 쪘었다는 그. 결과는 의외였다. 고지방식 보다는 적은 수준이었지만 감량이 됐다. 영국의 경우는 어땠을까. 그는 실험 중에 어지러움과 심장의 떨림 등을 호소했다. 결과 역시 좋지 않았다. 체중은 7.1kg이 증가했고 허리둘레는 9.25cm가 증가했다.

결과를 봤을 때 단순하게 보자면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보다 더 좋아보였다.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평소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가장 멀리하는 것이 바로 지방이 높은 음식들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탄수화물보다 살이 덜 찌는 결과라니.

정답은 호르몬이 중요

 결론은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탄수화물과 지방 중에서 어떤 것이 좋다는 이분법이 아니라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서 내 몸에 맞는 식단, 호르몬이 적절하게 작용할 수 있는 식단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론은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탄수화물과 지방 중에서 어떤 것이 좋다는 이분법이 아니라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서 내 몸에 맞는 식단, 호르몬이 적절하게 작용할 수 있는 식단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 SBS


결과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PD는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같은 주령의 살찐 쥐와 마른 쥐를 보여준다. 호르몬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의 몸에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있는데 이것이 음식을 섭취했을 때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PD의 경우에는 탄수화물을 섭취했을 경우에는 렙틴의 양이 거의 변화하지 않았고 고지방식을 섭취할 경우에는 렙틴이 증가했다. 같은 칼로리를 섭취했다고 해도 식단에 들어있는 영양소에 따라서 호르몬의 작용이 달라진다는 내용이었다.

PD는 몸에 맞는 식단을 깨달았다며 고기를 먹으며 웃는다. 나도 고기가 정답이라며 따라하면 될까? 그렇지 않다. 위의 실험에서는 고지방식이 탄수화물보다 나은 것으로 나았지만 그건 두 사람의 경우였을 뿐이다. 체지방의 변화는 고탄수화물 식단이 고지방 식단보다 더 많이 줄었다는 결과도 있었다.

결론은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탄수화물과 지방 중에서 어떤 것이 좋다는 이분법이 아니라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서 내 몸에 맞는 식단, 호르몬이 적절하게 작용할 수 있는 식단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만능의 다이어트법을 배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바로 칼로리의 숫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 내 몸에 맞는 양질의 식단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내 몸이 지방을 저장하는 것보다 태우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마 다이어트는 더 길어질 것 같다. 그래도 즐겁고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것. 그것이 정말 중요한 성공의 비법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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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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