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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시각으로 23일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된 스티븐 비건 포드자동차 부회장(오른쪽)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 소개를 받은 뒤 임명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미국 동부시각으로 23일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된 스티븐 비건 포드자동차 부회장(오른쪽)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 소개를 받은 뒤 임명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U.S. Department of 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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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E. 비건 포드자동차 부회장이 미국 국무부의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됐다고 발표된 직후 열린 국무부 브리핑에서 기자들은 그의 임명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외교관 경험이 없는 데다가 북한은 물론 아시아와 관련해 어떤 경력이 있는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 시각으로 23일 열린 브리핑에서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같은 물음에 "스티븐은 확실히 그 지역에서 지낸 적이 있고, 포드사를 위해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라고 답했다. 비건 부회장이 포드자동차의 해외 대정부업무 담당 부회장으로서 아시아 지역 여러 나라들과 협상해왔다는 점을 거론한 나워트 대변인은 "그는 이같은 기술과 능력을 이 책무(대북특별대표)에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왜 과거에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봤던 사람을 뽑지 않았나' '혹시 그가 북한에 한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젔다. 나워트 대변인의 답은 "잘 모르겠다"였다. 그는 "답은 모르지만 그는 여행 경험이 풍부하다, 그가 이 직책과 관련된 여행에도 준비돼 있길 바란다"라며 "이 직책 수행에는 그게 확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변인이 말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 업무 경험이 많다'는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비건 특별대표의 임무는 중차대하다. 그동안 북한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전담하다시피 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을 대신하는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다음주 초로 발표된 4차 방북 때에 폼페이오 장관이 비건 특별대표를 대동하는 것은 북한 측에 비건 특별대표를 소개하면서 비핵화협상 실무를 매끄럽게 인수인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나워트 대변인은 "중요한 점은 교류가 아주 아주 적었던 나라와의 만남과 대화를 보통화(regularizing)하는 것"이라며 "비건 특별대표는 통상적이라면 장관이 가거나 맡았을 회의들중 일부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대북특별대표를 맡은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쟁점들은 어렵다, 풀어내기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시작점을 만들어냈고 우리는 모든 가능한 기회들을 붙잡아 끌고가야 한다"라면서 "북한 주민들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라고 말했다.

"비중 있는 분"...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에 영향력 있어"

새 대북특별대표로 임명된 스티븐 비건 포드자동차 부회장. 사진은 23일(미국 현지시각) 국무부 브리핑 당시 모습.
 새 대북특별대표로 임명된 스티븐 비건 포드자동차 부회장. 사진은 23일(미국 현지시각) 국무부 브리핑 당시 모습.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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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의 대북 협상 업무를 상당 부분 대신 짊어질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과 동북아 정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어떤 성향의 사고를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소식과 관련해 "비중 있는 분이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방북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만큼 이번 방북에 어느 때보다도 무게가 실려있다,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비중 있는 분'이 대북특별대사로 임명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한 외교부 관계자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영향력을 가진 인사"라고 평가했다.

전임자인 조셉 윤이 전형적인 외교관임에 비해 비건 특별대사는 외교관 경험이 전무하다. 대신 그는 오랜 의회 경험으로 공화당의 외교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과 상원에서 외교정책 보좌관으로 14년 동안 일한 비건 특별대표는 빌 프리스트 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헬름스 전 상원 외교위원장 등을 보좌하면서 외교·국방·정보·통상협정과 관련한 문제에 분석과 전략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북한과 미국의 1994년 제네바합의 뒤 이행 조치를 위한 상원의 예산 배정과 청문회 등에도 관여하면서 북한 핵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1~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비건 특별대표는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도와 NSC 사무국장을 지냈다.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새라 페일린 후보의 외교 정책 고문을 맡았다.

러시아어와 정치학을 공부한 비건 특별대표의 경력 중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부분은 러시아 관련 일을 많이 했다는 점이다. 그는 1992~1994년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의 러시아지국장으로 일했고, 미국-러시아상의회, 미국-러시아 투자펀드, 미국-러시아재단, 포드자동차가 2011년에 러시아 솔러스사와 함께 설립한 포드 솔러스사 등의 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그:#비건, #대북특별대표, #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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