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오소영

싱어송라이터 오소영 ⓒ 애프터눈레코드


1994년 제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상 수상으로 이름을 알린 오소영. 그녀는 남들에게 들려줘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라고 생각한 자신의 첫 번째 창작품 '가을에는'으로 예상하지 못한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됐다.

그로부터 7년 후 가요계 데뷔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뮤지션을 꿈꾸는데 커다란 영향을 준 아티스트 고 조동진이 설립했던 하나뮤직에서 첫 음반을 낼 수 있었기에 기다린 시간은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결코 순탄치 않은 행보 끝에 오소영의 음악활동은 어느 순간 진행과 멈춤을 반복했고, 18년 간 그가 공개한 창작물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편이다. 오소영은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가져야만 했고 6년 전부터 기타 레슨을 병행하며 뮤지션으로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음악은 살아가는 이유이고, 라이브 무대는 팬들과 함께 즐기는 놀이다"라고 밝은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는 오소영. 한국 포크의 전설 '조동진의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로서 "그와 음악이야기를 자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지만 더 이상 만날 수 없어 생각만하면 먹먹해진다"는 '조동진 키드' 오소영.

2013년 싱글 '사막의 왕' 이후 무려 5년 만에 공백을 깨고 '어디로 가나요'를 내놓은 그녀는 "예전과는 달리 뮤지션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기다려준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아래는 지난 17일(금) 오후 4시 망원동에서 진행한 오소영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암담한 현실, 그저 '도망치라'고 노래하고 싶었다

- '어디로 가나요' 곡 소개를 부탁 한다.
"굉장히 힘들 때 쓴 곡이다. 내가 힘드니깐 주위 사람들의 그것도 보이더라. 슬픔, 아픔, 외로움 등 평소 주로 느끼는 감정들을 노래로 만들어왔는데 그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다. 가사에 보면 소설가, 사냥꾼, 모험가가 등장하는데 내 자신을 빗대어 표현했다. 일부 가사 내용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 '도망쳐요'란 끝 부분 가사가 독특하다.
"삶이 힘겨울 때 대부분 사람들은 '괜찮아. 잘 될 거야. 그러니 힘내'라는 이야기를 주로 해준다. 하지만 정말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그런 분들에게 이 노래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어떤 위로를 하고 싶었나?
"첫 EP <다정한 위로>를 발표했던 2010년 무렵 만들었던 곡으로 당시 많이 힘들었던 때였다. 나 스스로에게 위로와 위안을 안기고 싶었다. 친구들과 지인, 팬들이 이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말들을 전해져 8년 뒤 세상에 제대로 빛을 보게 된 듯하다. '함께 위로를 나누는 친구' 같은 곡이 되길 바란다."

조동진 선배 노래에 빠져 싱어송라이터의 꿈 꿔

 싱어송라이터 오소영

싱어송라이터 오소영 ⓒ 애프터눈레코드


- 오소영은 어떤 뮤지션인가?
"노랫말을 쓰고 멜로디를 모두 창작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솔직한 내 감정을 음악에 오롯이 표현해 왔다. 지금까지 슬픔 등 한쪽에 치우친 면을 드러냈다면 앞으로는 내가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감성과 생각들을 이야기하려 한다."

- 언제 뮤지션이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나?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노래는 학창시절 친구들이나 전교생 앞에서 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가 사준 통기타로 음악에 재미를 갖게 되면서 중학교 때부터 독학한 기타로 습작을 하기 시작했고 1994년 제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참가 곡 '가을에는'이 완성도가 있는 내 첫 작품인데, 뮤지션에 대한 꿈을 갖게 된 곡이기도 하다."

-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음악인은 누구인지?
"조동진 선배님이다. 내겐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아주 어렸을 때 그분의 '작은 배'를 듣고 포크음악에 빠지고 기타를 배우게 됐는데, 뮤지션이 되어 그분과 조우해서 여러 고언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은 정말 꿈만 같았다. 8월 28일이 돌아가신 지 1주기가 되는 날인데, 인터뷰를 나누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 한 편이 먹먹하다."

삶은 현실, 음악 공백 가질 수밖에 없었다

- 음악을 발표하는 공백 기간이 길어지게 된 이유는?
"완벽주의를 추구해 온 경향이 있다. 완성해 놓고도 만족스럽지 못해 수정하거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경우가 부지기수다. 새롭게 둥지를 튼 소속사에서는 음악을 향한 나의 그런 고민과 고집을 버리고, 공백기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적극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웃음) 정말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

-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이후 7년 만에 정식 앨범을 냈다
"대학 재학 중 경연대회에 참가했고, 어머니께 학업을 모두 마치고 음악 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다행히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즈음 내게 많은 영향을 준 레이블인 하나음악에 데모 곡을 보냈고 좋은 결과를 얻어 98년부터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살며 음악공부를 했다. 2001년 2월 데뷔 앨범을 발표할 수 있었다."

- 18년차 음악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면?
"음악에만 전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도 꽤 길었다. 그래서 앨범을 내거나 곡을 발표하는데 공백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뮤지션으로서 제대로 활동을 펼치지 못해 후회와 아쉬움도 많다. 어쨌든 2018년이 내 삶을 되돌아보고 음악인으로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 어쨌든 생계에 대한 걱정도 했을 텐데?
"생각했던 것보다 앨범이 성공을 거두지 못해 음악과 무관한 다른 일을 했다. 뮤지션이란 것은 잊지 않았고 곡 작업은 꾸준히 했다. 2012년부터 주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타 레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그 이전보다 음악과 밀접한 삶을 살고 있다."

다양한 장르 도전하고파, 그 시작은 트로트

 싱어송라이터 오소영

싱어송라이터 오소영 ⓒ 박성현


- 공백만큼 음악에 대한 고민도 남다를 듯하다
"그렇다. 어쿠스틱한 분위기의 노래만 발표하다 보니 음악적 변화에 대한 갈증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공부삼아 즐겨듣는데, 어쿠스틱한 느낌을 가능한 배제한 일렉트로니카 계열 곡도 발표 준비 중이다. 트로트에 대한 관심이 커져 '나는 바보가 되었습니다'란 곡을 완성했는데 조만간 음원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소속사 모니터링 반응이 무척 좋았다."

- 포크 뮤지션의 이색적인 시도인 것 같은데?
"간간이 내 콘서트에서 트로트 곡들을 노래해 왔다. '동백아가씨(이미자 노래)', '얄미운 사람(김지애 노래)', '무조건(박상철 노래)'같은 곡들을 내 기타 연주에 맞춰 선보였는데 관객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 정통 트로트 창법을 어설프게 시도하기 보다는 '오소영만의 스타일'로 부르려 한다. 트로트 신곡 기대해 달라.(웃음)"

- 오소영 음악의 힘은 무엇인가?
"1인칭 화법으로 직설적인 내용의 가사를 주로 담아왔다. 그래서인지 내 음악을 통해 힘을 얻고 위로를 받았다는 팬들의 소감을 지금도 전해 듣는다. 얼마 전 부터는 제3자에 관한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며 노랫말에 옮겨 오고 있다. 내게 음악은 삶을 버티게 했던 유일한 희망이다. 곡을 만드는 과정은 내게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완성된 노래로 듣는 분들과 같이 공감을 할 수 있다는 것 더 이상 좋을 것이 없다."

활발한 음악활동으로 즐거움도 전하고 싶어

- 꼭 이루고 싶은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작업이 있나?
"동일한 주제로 모든 곡들을 만들어 내는 콘셉트(Concept) 앨범을 발표하고 싶다. 정규 3집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꽤 흘렀다. 아마도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발매를 목표로 준비 중인데, 정규 작이 아닌 EP로 선보이게 될 것 같다."

- 이번 신곡활동은 어떻게 펼칠 예정인지?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송구할 따름이다. 이번 신곡 '어디로 가나요' 이후 꾸준하게 노래를 발표할 것이고, 위로가 되는 음악은 물론 즐겁고 기쁨을 드리는 곡들로 자주 들려 드리고 싶다. 콘서트 위주로 활동을 해 온 만큼 더욱 팬들과 가까운 자리에서 교감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 끝으로 9월 29일 성산동에 있는 카페 <제1막제1장>에서 열릴 단독 콘서트에도 많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 (웃음)"

오소영 어디로 가나요 기타 조동진 유재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