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 직후, 인천 유나이티드 응원석에서 박수받지 못한 인천 선수들이 풀죽은 얼굴로 들어가고 있다

경기 종료 직후, 인천 유나이티드 응원석에서 박수받지 못한 인천 선수들이 풀죽은 얼굴로 들어가고 있다 ⓒ 심재철


서포팅을 포기한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전광판에 찍힌 7-0 숫자를 사진으로 남겼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일이지만 헛웃음까지 거기에 담지는 못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야구장 점수판으로 착각할 정도로 믿기 힘든 결과를 받아들며 다시 꼴찌로 주저앉은 것이다.

욘 안데르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9일 오후 7시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24라운드 강원 FC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0-7로 패하며 리그 최하위(12위) 자리로 미끄러졌다. 같은 시각 광양전용경기장에서 수원 블루윙즈를 6-4로 이긴 전남 드래곤즈와 순위를 바꾼 것이어서 근래에 보기 드문 2부리그(K리그2)행 '강등 면하기 싸움'이 본격화된 셈이다.

강원 FC 간판 공격수 둘을 우습게 본 참담한 결과

1부리그 하위권에서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광복절 홈 경기에서 상주 상무와 득점 없이 비겼다. 안데르센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실점하지 않는 경기를 해냈기에 이제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는 기대감으로 춘천으로 왔다.

그런데 어설픈 쓰리 백 카드는 예상하지 못한 참패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부노자-김대중-강지용'으로 수비 라인을 형성했지만 왼쪽 윙백 김용환과 오른쪽 윙백 정동윤이 수비수들을 전혀 도와주지 못하는 바람에 강원 FC 홈팬들에게 무더위를 날려주는 골 잔치를 선물한 꼴이 되고 말았다.

경기 시작 후 2분 만에 왼쪽 윙백 김용환이 공을 소유한 직후 무리하게 방향을 바꾸다가 미끄러지며 내준 공간이 인천 유나이티드 대패의 단초가 되었다. 거기서 넘어간 공을 잡은 디에고가 프리킥 기회를 만들었고 강원 FC가 자랑하는 특급 골잡이 제리치가 낮게 차 대승의 시작을 알렸다.

 8분, 강원 FC 디에고가 왼발로 추가골을 터뜨리기 직전 드리블로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있다.

8분, 강원 FC 디에고가 왼발로 추가골을 터뜨리기 직전 드리블로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있다.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의 측면 수비는 8분에 또 한 번 구멍을 드러냈다. 강원 FC의 디에고에게 역습 패스가 넘어왔을 때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 강지용이 너무 쉽게 돌파를 허용한 것이다. 쓰리 백 수비 라인에다가 양쪽 윙백을 내세웠다면 커버 플레이가 이루어졌어야 했지만 그러한 조직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디에고는 이 기회에서 앞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공을 몰다가 왼발 슛을 기막힌 곳으로 차 넣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진형도 슛 각도를 잘못 잡는 바람에 자기 오른쪽 기둥 옆으로 공이 통과하는 것을 손 쓰지 못했다.

구멍난 인천 유나이티드의 수비 라인은 12분에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강원 FC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의 빈틈이 보이자 박창준과 정석화가 정확한 패스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정석화의 슛에 가까운 얼리 크로스를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진형이 몸을 날리며 쳐내자 흘러나온 공을 미드필더 황진성이 가볍게 차 넣었다.

정확하게 경기 시간 12분 21초만에 3-0 점수판이 만들어졌다. 이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안데르센 감독은 27분에 긴급 처방으로 수비수 강지용을 빼고 미드필더 아길라르를 들여보냈다. 쓰리 백 전술이 철저하게 실패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강원 FC에 감독 교체가 이뤄져 김병수 감독이 갓 부임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가 강원을 너무 가볍게 본 셈이다. 특급 골잡이 제리치와 항상 위험한 날개 공격수 디에고가 버티고 있는데, 그들의 움직임을 위험 지역에서 너무 자유롭게 내버려 둔 것이 화근이었다. 반면에 강원 FC 수비수들은 빠른 드리블과 공간 침투에 능한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을 조직력 돋보이는 커버 플레이로 잘 막아냈다. 상대 공격의 위협적인 요소에 대응하는 수준 차이가 너무나도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다.

전남 드래곤즈와의 '꼴찌 면하기 싸움'

인천 유나이티드는 후반전에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뛰던 박종진을 불러들이고 쿠비를 들여보냈다. 하지만 조직적인 패스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강원 FC의 골문을 크게 위협하지는 못하고 말았다. 김병수 감독이 새로 이끌게 된 강원 FC 선수들의 수비 전환 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패스 줄기는 다음 행선지를 찾지 못하고 뒤로 돌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더니 51분에 제리치에게 쐐기골을 또 얻어맞았다. 황진성이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감아올린 프리킥 세트피스 기회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은 제리치를 끝까지 밀어내지 못한 것이다. 골문 바로 앞에서 헤더 슛이 너무도 쉽게 들어가는 순간 제리치를 따라붙던 수비수 부노자는 골키퍼 이진형에게 안타까운 손을 내밀기만 할 뿐이었다. 골키퍼의 활동 범위가 너무 좁다는 아쉬움의 표시로 보였다.

이후에도 인천 유나이티드는 59분에 제리치의 해트트릭을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고, 디에고의 기막힌 중거리 골(70분)과 추가 시간에 터진 제리치의 득점 선두 확인 골까지 망연자실하게 내줄 뿐이었다. 이렇게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점수 차이 패배 기록이 만들어졌다.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한석종의 오른발 슛이 강원 FC 골문 옆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순간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한석종의 오른발 슛이 강원 FC 골문 옆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순간 ⓒ 심재철


후반전 중반부터 인천 유나이티드 응원석에서는 서포팅이 중단됐다. 2010년 3월 14일 성남과의 어웨이 경기 0-6 패배 기록이 무색하게 된 것에 대한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들은 또 가장 낮은 순위표로 내려앉은 팀을 바라보아야 했다.

같은 시각 광양에서 벌어진 전남 드래곤즈와 수원 블루윙즈의 경기가 6-4 놀라운 결과로 끝났다. 전남 드래곤즈가 유상철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은 김인완 감독대행 체제로 믿기 힘든 승리를 올린 것이다. 그로 인해 K리그1 최하위권 순위표는 또 뒤집혔다. 승점 2점 차이로 전남이 11위, 인천 유나이티드가 꼴찌로 미끄러졌다.

곧바로 이어지는 25라운드 일정이 묘하게 잡혔다. 바로 두 팀이 8월 22일(수)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지난 달 28일 광양 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전남 드래곤즈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3-1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며 꼴찌에서 벗어난 바 있기에 두 팀의 대결은 이제 단순한 승점 3점에만 국한할 수 없게 됐다. 축구장에서 흔히 들리는 단두대 매치 '승점 6점짜리 외나무다리 대결' 바로 그것이다.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2018 K리그1 결과
(19일 오후 7시,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

★ 강원 FC 7-0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제리치(2분), 디에고(8분), 황진성(12분), 제리치(51분), 제리치(59분), 디에고(70분), 제리치(90+1분)]

◇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56점 18승 2무 4패 48득점 19실점 +29
2 경남 FC 46점 13승 7무 4패 41득점 24실점 +17
3 울산 현대 39점 10승 9무 5패 32득점 26실점 +6
4 수원 블루윙즈 36점 10승 6무 8패 39득점 34실점 +5
5 강원 FC 33점 9승 6무 9패 42득점 40실점 +2
6 포항 스틸러스 33점 9승 6무 9패 29득점 29실점 0
7 FC 서울 32점 8승 8무 8패 30득점 28실점 +2
8 제주 유나이티드 31점 8승 7무 9패 28득점 29실점 -1
9 상주 상무 28점 7승 7무 10패 24득점 26실점 -2
10 대구 FC 23점 6승 5무 13패 22득점 41실점 -19
11 전남 드래곤즈 19점 4승 7무 13패 27득점 46실점 -19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17점 3승 8무 13패 33득점 53실점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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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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