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리는 야구대표팀이 지난 18일 소집돼 잠실 야구장에서 첫 훈련을 마쳤다. 일본이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고 대만 역시 왕웨이중(NC 다이노스)을 비롯한 해외파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아 한국의 금메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발 과정에서 몇몇 선수들이 '특혜 의혹'을 샀던 만큼 더욱 확실한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내야 한다는 부담과도 싸워야 한다.

반면에 역대급 무더위 속에서도 치열한 순위 경쟁을 치렀던 KBO리그는 지난 16일을 끝으로 2주가 넘는 제법 긴 '방학'에 돌입했다. 부상을 당했던 선수는 치료에 전념할 수 있고 무더위로 체력이 떨어졌던 선수들도 충분한 휴식을 통해 오는 9월 4일부터 시작되는 막판 레이스를 위한 충전을 할 수 있다. 각자 이유와 사정은 다르지만 선두 두산 베어스부터 최하위 NC까지 아시안게임 휴식기는 매우 반가운 시간이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휴식기에도 여전히 마음이 무거운 선수들이 있다. 지난해까지 꾸준히 대기록을 이어오며 KBO리그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었지만 올해 각종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사실상 기록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선수들이다. 그동안 꾸준한 활약으로 대기록을 이어가던 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 휴식기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꾸준함의 대명사' 장원준, 슬럼프와 함께 멀어진 이강철 코치의 기록

이강철 두산 수석코치는 현역 시절 다승왕에 오를 만큼 뛰어난 잠수함 투수로 명성을 떨쳤지만 선동열이라는 투수의 존재 때문에 언제나 2인자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기복 없는 꾸준한 투구로만 따지면 이강철 코치는 어떤 시대의 어떤 투수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실제로 이강철 코치는 데뷔 시즌이었던 1989년부터 1998년까지 10년 연속 두 자리 승수와 세 자리 수 탈삼진을 기록하며 해태 타이거즈에게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장원준 '답답한 마음'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리그 두산 대 kt 경기. 두산 선발 장원준이 2회초 상대 공격을 막아낸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18.6.14

▲ 장원준 '답답한 마음' 지난 6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리그 두산 대 kt 경기. 두산 선발 장원준이 2회초 상대 공격을 막아낸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쟁쟁한 후배들도 넘보지 못했던 이강철 코치의 이 기록에 '꾸준함의 대명사' 장원준(두산)이 도전장을 던졌다. 장원준은 롯데 자이언츠 시절이던 2006년부터 10시즌 연속 100탈삼진 시즌을 이어왔고 2008년부터는 8시즌 연속 10승을 따냈다(경찰청 복무 시절 제외). 당장 올 시즌 100탈삼진을 기록하면 이강철 코치를 뛰어넘어 KBO리그 최초로 11시즌 연속 100탈삼진 기록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두산이 정규리그 31경기를 남겨둔 현재 장원준의 10승과 100탈삼진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장원준은 올 시즌 15경기에 등판해 3승6패 평균자책점 10.48 40탈삼진으로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만약 잔여경기 동안 5~6번의 선발 기회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다 해도 10승과 100탈삼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산 팬들은 장원준이 남은 시즌 동안 몸을 잘 만들어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활약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연속 시즌 10승 기록이 중단되는 선수는 장원준 말고 또 있다. 장원준의 팀 동료 유희관도 올 시즌 6승에 그치고 있어 6년 연속 10승을 장담할 수 없고 5년 연속 10승을 기록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우완 에이스 윤성환도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 단 4승에 그치고 있다. 이 밖에 두산 시절 7년 동안 94승을 기록했던 '10승 보증수표' 더스틴 니퍼트(KT위즈) 역시 올해는 빈약한 타선지원 속에 단 6승에 머물러 있다.

통산 타율 .325의 김태균도 피해가지 못한 부상의 악령

지난해 시즌 야구팬들은 한 노장 선수의 기록 중단에 한결같이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박한이(삼성)의 17년 연속 100안타 기록이었다. 루키시즌부터 2016년까지 16년 연속 100안타 기록을 이어오던 박한이는 양준혁의 기록과 타이를 만든 후 작년 시즌 신기록에 도전했다. 하지만 각종 잔부상과 불혹의 나이에 찾아온 첫 슬럼프로 주전 경쟁에서 밀린 박한이는 68경기에서 단 31안타에 그치고 말았다.

박한이의 기록 중단을 모두가 아쉬워할 때 유일하게 흐뭇한 미소를 짓는 팬들이 있었다. 바로 김태균을 보유한 한화 이글스 팬들이었다. KBO리그 역대급 교타자이자 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타자 중 한 명인 김태균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에서 뛴 2년을 제외하면 무려 13시즌 연속 100안타 기록을 이어갔다. 통산 타율 .325에 빛나는 김태균의 실력과 꾸준함이라면 양준혁과 박한이의 기록을 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동점 적시타 치는 김태균 지난 4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 8회초 2사 1,2루 한화 김태균이 동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 동점 적시타 치는 김태균 지난 4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 8회초 2사 1,2루 한화 김태균이 동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김태균의 100안타 행진도 올해 막을 내릴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결정적인 원인은 역시 부상이다. 김태균은 시즌 개막 후 손목과 허벅지, 종아리에 차례로 부상을 당했고 1군 엔트리 등록일수(66일)보다 말소일수(80일)가 더 많을 정도로 공백이 길었다. 결국 올 시즌 51경기 출전에 그친 김태균은 .315의 높은 타율로도 58개의 안타밖에 치지 못했다.

여전히 출전 경기수보다 많은 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김태균은 올해도 부상 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면 지금쯤 무난히 100안타를 돌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김태균도 부상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30대 후반의 노장 선수가 됐다. 한화 팬들은 14시즌 연속 100안타 기록이 힘들어진 김태균이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지친 타선에 본격적으로 힘을 보태주길 기대하고 있다.

고장 난 무릎이 빼앗아간 '500도루 사나이' 이대형의 허무한 기록 중단

1993년으로 시계를 되돌려 보자. 노장 김성래가 노익장을 과시하며 홈런, 타점왕을 차지했고 무서운 신인 양준혁이 타격왕에 올랐으며 여전히 마운드는 '선동열 천하'였던 그 시절. 야구팬들을 가장 열광시킨 개인 타이틀 경쟁은 단연 도루왕이었다. 롯데 자이언츠가 자랑하는 '대도' 전준호(75개)와 루키였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73개)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도루 경쟁을 펼친 끝에 2개 차이로 전준호가 생애 첫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75개 내외로 도루왕 경쟁을 펼쳤다는 것은 25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꿈 같은 숫자다. 부상 위험이 높은 도루 시도는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고 이는 KBO리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올해는 도루 공동 1위에 오른 4명이 단 27개에 그치고 있어 많아야 35개 내외에서 역대 최소기록의 '미니 도루왕'이 탄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지금까지 역대 최소 도루왕은 지난해 40도루의 박해민이었다).

리그에 도루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든 데는 이 선수의 부재를 빼놓을 수 없다. 통산 505도루로 전준호(550개), 이종범(510개)에 이어 역대 도루 3위에 올라 있는 '슈퍼소닉' 이대형(KT위즈)이다. 이대형은 LG트윈스의 대주자로 활약하던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도루왕(2007~2010년)을 비롯해 13년 연속 두 자리 수 도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대형은 지난해 8월 전방 십자인대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올해 공식 경기 출전 없이 꾸준히 재활을 하고 있는 이대형은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마치면 경기 출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대형이 아무리 통산 500번이나 루를 훔친 빠른 선수라 해도 남은 31경기 동안 10도루를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여전히 14년 연속 두 자리 수 도루를 기록한 이용규(한화)가 있지만 도루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대형의 허무한 기록 마감은 야구팬들에게도 큰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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