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오' 광고 화보에 출연한 이효리, 이상순 부부.

'아지오' 광고 화보에 출연한 이효리, 이상순 부부. ⓒ 아지오


사진 속 이효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효리네 민박>에서 보여줬던 털털한 모습과는 다소 달라 보였다. 17일 패션매거진 <엘르>는 이상순이 찍고, 이효리가 모델로 나선 9월호 화보를 공개했다.

<엘르> 측은 "이효리와 이상순은 이번 화보에서 둘만이 느낄 수 있는 교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일상적'인 연예인의 화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이효리와 이상순의 일상적인 화보도 연예뉴스가 된다.

그에 앞서, 또 한 장의 사진이 '뉴스'가 됐다. 이번엔 사회면 뉴스다. 부부가 함께 모델로 나섰고, 역시나 사진 촬영도 했다. 헌데 '옷'이나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다. 구두가 주인공이다. 당연하다. 이효리와 이상순이 구두 모델로 나섰으니까.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모델로 활동 중인 구두 브랜드는 수제화 '아지오'다. 지난 14일 CBS <노컷뉴스> 보도를 통해 뒤늦게 두 사람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아지오' 하면 꽤나 익숙한 화면 하나가 떠오르지 않는가. 맞다. 지난해 5월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당시 5.18 국립묘지를 참배한 문재인 대통령이 신은 그 낡은 구두가 바로 '아지오'(AGIO) 제품이었다.

당시 뒤축이 닳고 닳은 문 대통령의 구두는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난 2012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기업 구두 판매행사장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구입했다는 사실이 언론의 취재로 알려지면서 '아지오'를 만드는 회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특히나 문 대통령이 5년이나 신은 수제화가 장인들과 청각장애인들이 함께 만드는 협동조합 개념의 사회적 기업 '구두만드는풍경'에 의해 제작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또 지난해 <알쓸신잡>에 출연했던 유시민 작가가 '아지오'의 홍보모델이란 사실도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문재인 구두'와 '광고모델'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어떤 연이 있었던 걸까.

이효리는 왜 '문재인 대통령 구두' 모델로 나섰나

 아지오의 경기도 성남시 공장 모습.

아지오의 경기도 성남시 공장 모습. ⓒ 아지오 페이스북


 아지오 광고모델로 나선 유시민 작가와 가수 유희열.

아지오 광고모델로 나선 유시민 작가와 가수 유희열. ⓒ 아지오


지난해 5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한 아지오의 유석영 대표는 "지금까지 (문 대통령이) 신고 계시리라 생각도 못했다. 사실 5월 14일에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 구두를 다시 한 번 사 신고 싶은데 청와대로 들어올 수 없냐고 비서실장께 전화가 왔다. 김정숙 여사께서 저희를 찾았던 거다"라고 밝혔다.

청와대에서 5.18 기념식 전 새 구두를 사고 싶다는 연락이 왔었지만, 회사가 이미 지난 2013년 폐업을 상태라 부득이 하게 팔 수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앞서 '구두만드는풍경'은 2010년 초 경기도 파주에서 수제 구두를 만들기 시작했고, 4년 5개월 만인 2013년 9월 장애인 회사라는 편견에 경영난까지 닥친 끝에 폐업 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유석영 대표 역시 1급 시각장애인으로 알려졌다.

반전은 '문재인 구두'로부터 왔다. 작년 5.18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이 낡은 구두가 유명세를 탔고, 그 세간의 관심이 회사로 옮겨가면서 각계의 도움이 이어졌다고 한다. '장애인들이 만드는 질 좋은 수제 구두'라는 이미지도 한몫을 했다.

그 여세를 모아 회사를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탈바꿈했고, 지난해 12월 경기 성남시에 공장을 재가동했다. 역시나 직원들은 청각장애인들로 이뤄졌다고 한다. 지난 2월엔 재가동 행사도 열었다. 이미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유시민 작가도 참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 작가는 당시 축사를 통해 "(이 회사) 시즌1 때도 홍보모델이었는데 인기가 없어 판매가 잘 안 됐다"며 "요즘은 인기가 좀 있다고 하니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 열심히 팔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유 작가는 가수 강원래와 함께 '아지오'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탄생하는 데 일조한 조합원의 일원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인연으로 지난 연말, 유 작가와 <알쓸신잡>에 함께 출연한 가수 유희열도 '아지오'의 광고모델로 나섰다. 이러한 인연이 이효리에게까지 이어졌다. 여성화 모델을 찾고 있던 아지오 직원의 고민을 들은 유희열이 이효리에게 광고모델을 제안했고, 이효리가 이에 흔쾌히 응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효리의 '구두 광고' 출연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반전'이 이효리에게까지 다다른 결과라고나 할까.

사회적 활동 이유에 관해 묻자 이효리의 대답은... "마음이 가니까"

 작년 6월 <뉴스룸>에 출연한 이효리.

작년 6월 <뉴스룸>에 출연한 이효리. ⓒ jtbc


 최근 LP로 한정 출시된 <이야기해주세요> 앨범.

최근 LP로 한정 출시된 <이야기해주세요> 앨범. ⓒ 페이퍼레코드


"그냥 마음이 가니까. 말하고 싶은 건 참는 성격이 못 되거든요. 그래서 그냥 한 것 같아요."

지난해 6월, 6집 공개 직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이효리는 손석희 앵커의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질문에 어렵지 않게 답한 바 있다. 그 질문은 동물보호나 채식,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포함한 '노란봉투 프로젝트' 등 이효리가 사화를 향해 직간접적으로 의견을 표명했던 것에 대한 물음이었다.

어찌 보면, 이효리가 이상순과 함게 '아지오' 광고 모델로 나선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청각장애인들의 고용을 안정적으로 전승해 나갈 수 있는 100년 기업이 되고 싶다"는 유 대표의 바람처럼, '아지오'의 '구두만드는풍경'은 청각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을 표방한다.

이효리가 그러한 '아지오'의 배경과 의도에 '반응'했으리라는 사실을 미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아 보인다.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효리 측은 '아지오' 화보 촬영에 대해 "유희열씨의 제안으로 광고모델로 참여한 것일 뿐 크게 대단한 이유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효리는 JTBC <효리네 민박>에 출연하며 얻은 인기와 정비례하는 광고 출연 제의에 거절해왔다고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효리가 거절한 광고 수익을 30억 이상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효리의 전 소속사인 키위미디어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효리가) 공익적 목적을 가진 캠페인 외에는 어떤 상업적 광고에도 출연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제안이 들어오면 회사 차원에서 먼저 정중히 거절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은 제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기사를 보다가 그런 가사가 떠올라서 생각이 났어요. 그런데 거창하게 제가 막 이렇게 할 수는 없고. 돌아가시는 분들에게 꼭 위안부 할머니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어떤 권력이나 무슨 기업에 맞서 싸우시다가 힘 없이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게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그분들에게 뭔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이 되게 큰데 그걸 어떻게 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이제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곡으로 한번 표현해 보자 해서 이 곡을 썼고 마침 이적 오빠도 너무 좋다 같이 도와주고 싶다 해서 듀엣곡을 같이 부르게 됐어요." (작년 6월 <뉴스룸> 인터뷰 중에서)


이효리는 6집에 수록된 선배 이적과의 듀엣곡 '다이아몬드'를 만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다이아몬드'는 이효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떠올리며 직접 가사를 쓴 곡이다. 그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만든 곡은 또 있다.

첫 번째 '위안부 기림의 날' 맞아 최근 한정판 LP가 출시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프로젝트 앨범 <이야기해주세요>에도 이효리는 '날 잊지 말아요'라는 곡을 수록했다. 이상은, 남상아, 한희정, 송은지, 이아립, 박혜리, 지현 등 각기 장르와 영역이 다른 여성 뮤지션들과 함께였다.

어쩌면, '아지오' 광고모델도,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위로도, 모두 다 이효리가 "마음이 가는 대로" 한 작은 활동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마음과 활동이 부활한 장애인 사회적 협동 기업을 살리고, '위안부 기림의 날'을 알리는 데 힘을 보태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마음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지고 있을 '측은지심'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핑클' 출신 이효리는 불혹이 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위로를 건네는 중이다. '문재인 구두' 모델로 나선 이효리의 근황이 화제가 된 이유로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이효리 문재인대통령구두 노란봉투프로젝트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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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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