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대표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전반 두골을 허용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고개숙인 대표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전반 두골을 허용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스포츠에서 이변은 언제나 일어난다. 한국축구는 불과 2개월 전 월드컵에서 경험했다. 세계 최강 독일을 격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피파랭킹 171위 말레이시아전 패배는 충격 그 이상이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17일(한국시각) 인도네시아 반둥 시잘락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했다.

대실패로 끝난 로테이션 시스템

이번 아시안게임은 '살인 일정' 속에 치러진다. 17일 동안 무려 7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사실상 베스트 11을 매경기 가동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실질적으로 로테이션 시스템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 화끈한 공격력을 뽐내며 6-0 대승으로 장식했다. 뒤늦게 합류한 에이스 손흥민이 출전하지 않고 거둔 승리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김학범 감독은 이틀 전 열린 바레인전과 비교해 무려 6명의 선발 멤버를 교체했다. 황희찬, 이시영, 김정민, 이진현, 김건웅, 송범근은 첫 번째 선발 출전이었다. 바레인전에 이어 스리백 조유빈, 김민재, 황현수 그리고 왼쪽 윙백 김진야와 공격수 황의조는 2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다.

황의조 '바람처럼!'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황의조가 말레이시아 이르판을 피해 드리블 하고 있다.

▲ 황의조 '바람처럼!'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황의조가 말레이시아 이르판을 피해 드리블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말레이시아와의 2차전은 E조의 1위 결정전이었다. 통상적으로 로테이션이라면 앞선 조별리그 2경기에서 총력을 다한 뒤 마지막 경기에서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한다. 3차전 상대 키르기즈스탄은 E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받는다.

바레인전 대승은 오히려 독이 됐다. 방심하지 않았다면 이토록 극단적인 로테이션을 감행했을까. 심지어 김학범 감독은 골키퍼까지 로테이션을 단행한 것이 악수로 작용했다.

조현우를 대신한 송범근 골키퍼는 두 차례 실점 장면에서 모두 문제를 노출했다. 전반 5분 공중볼을 잡는 과정에서 황현수와 충돌하며 어이없게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역습 상황에서 라시드의 강도 낮은 슈팅을 선방하지 못했다. 와일드카드로 조현우를 발탁한 것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지속된 수비 불안

아쉬운 순간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전반 송범근 골키퍼가 말레이시아 라시드에게 첫골을 허용하고 있다.

▲ 아쉬운 순간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전반 송범근 골키퍼가 말레이시아 라시드에게 첫골을 허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수비 불안이 강팀과의 경기도 아닌 말레이시아전에서 나왔다. 사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전체적으로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수비조직력을 향상시키려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김학범 감독 체제에서 한 차례도 소집되지 않은 김민재가 스리백의 일원으로 가세한 이후 제대로 된 평가전 없이 아시안게임에 임했다.

정작 수비 불안은 첫 경기 바레인전부터 나왔다. 6-0 대승의 기운에 취하느라 모든 초점이 공격력에 대한 찬사로 맞춰졌지만 사실 수비에서는 매우 허술한 조직력을 노출했던 경기다. 특히 김민재가 후반 중반 교체 아웃된 이후 바레인의 파상공세에 적잖게 고전했다. 조현우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힘입어 무실점 경기로 마칠 수 있었다.

김학범 감독도 수비 조직력의 지속성을 중요하게 여긴 탓인지 스리백 만큼은 로테이션을 감행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조유빈-김민재-황현수 스리백을 가동했다. 그러나 믿었던 김민재마저 흔들렸다. 능수능란하게 수비 라인을 리딩했던 바레인전과는 달랐다. 또, 빌드업에서도 김민재답지 않게 패스 미스가 굉장히 많았다.

황현수는 송범근 골키퍼와 더불어 두 차례 치명적인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골키퍼와 의사소통 미스로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고, 전반 추가 시간에는 자신보다 체력이 작은 라시드와의 몸싸움에서 밀려 넘어졌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려면 수비의 안정화가 필수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가장 큰 원동력은 수비다. 이광종 감독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비판에서도 수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 결과 한국은 7경기 무실점이라는 대기록으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주전과 비주전의 큰 간격

김학범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전과 비주전이 결정된 게 없다고 못박았다. 살인 일정을 소화하려면 20명 엔트리를 모두 적절하게 출전 시간 분배해서 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바레인전과 말레이시아전에서의 경기력 간극이 컸다. 물론 상대팀 전력의 차이도 간과할 수 없으나 바레인전에서 보여준 창의적이고 화끈한 공격력이 실종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황희찬 '내가 왜 이러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아쉬워하고 있다.

▲ 황희찬 '내가 왜 이러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드필드에서의 빌드업부터 말썽이었다. 말레이시아전 선발 명단에 포함된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 김정민, 이진현, 김건웅의 경기 운영 능력은 낙제점이었다. 불필요한 로빙 패스를 남발했고, 좌우 측면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오픈 패스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나상호를 대신한 공격수 황희찬은 투박한 볼 터치와 극악의 골 결정력으로 실망감을 남겼다. 송범근 골키퍼도 조현우의 아성과 견주기엔 역부족이었다.

김학범호는 말레이시아전 패배로 향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현재 1승 1패(승점 3점)으로 E조 2위에 있는 한국은 키르기즈스탄과의 3차전에서도 100% 총력전이 불가피하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주전들이 휴식을 취하고, 16강 토너먼트부터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E조 1위가 좌절됨에 따라 16강부터 험난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16강전에서 F조 1위 사우디아라비아 혹은 이란과의 맞대결이 예상된다. 이어 8강에서는 강력한 금메달 후보 우즈베키스탄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김학범 감독 '목 타네'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김학범 감독이 물을 마시고 있다.

▲ 김학범 감독 '목 타네'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김학범 감독이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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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아시안게임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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