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남자축구에 위험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졌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은 17일(한국 시각) 인도네시아 반둥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말레이시아와의 E조 두 번째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한국은 지난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의 2-3 패배 이후 무려 44년 만에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말레이시아에게 패배를 당했다.

고개숙인 대표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전반 두골을 허용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고개숙인 대표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전반 두골을 허용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1승 1패 승점 3점 골득실 +5가 된 한국은 말레이시아에게 E조 1위 자리를 내주고 조 2위로 떨어졌다. 한편 바레인과 키르키스스탄의 경기에서는 양 팀이 두 골을 주고 받은 끝에 2-2로 비겼다. 한국은 오는 20일 키르키스스탄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확보할 수 있지만 말레이시아전 패배는 축구팬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바레인전과 비교해 선수 6명 교체했다가... 전반에만 2골 허용

지난 1차전 결과는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지난 15일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전반에만 5골을 퍼부으며 6-0 대승을 거뒀다. 선발 당시 인맥논란에 시달렸던 스트라이커 황의조는 전반에만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월드컵 이후 힘든 일정을 소화했던 에이스 손흥민은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후반에는 수비의 핵 김민재를 교체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연습도 했다.

황희찬 '내가 왜 이러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아쉬워하고 있다.

▲ 황희찬 '내가 왜 이러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키르키스스탄과의 첫 경기에서 3-1로 승리한 말레이시아를 맞아 기존의 3-5-2 전술을 유지했다. 나상호 대신 황희찬이 황의조와 함께 최전방에 나서고 중원에는 왼쪽 풀백 김진야를 제외한 4명을 교체했다. 김민재, 황현수,조유민으로 구성된 스리백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골키퍼는 조현우 대신 송범근이 선발 출전했다. 손흥민과 이승우는 바레인전과 마찬가지로 벤치에서 시작하고 주장 완장은 김민재가 찼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와의 아시안게임 상대전적에서 4승 1패로 앞서 있고 가장 최근에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3-0으로 여유 있게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말레이시아를 꺾으면 사실상 조 1위를 확정할 수 있는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으로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하지만 전반 4분 문전에서 송범근 골키퍼와 황현수가 충돌하면서 사파위 라시드에게 선취골을 내줬다.

아쉬운 순간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전반 송범근 골키퍼가 말레이시아 라시드에게 첫골을 허용하고 있다.

▲ 아쉬운 순간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전반 송범근 골키퍼가 말레이시아 라시드에게 첫골을 허용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선취골을 내준 뒤 더욱 공격적으로 말레이시아를 몰아 붙이며 경기를 주도했지만 전반 17분 황희찬과 황의조의 콤비플레이로 만든 슈팅 하나를 제외하면 좀처럼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의 밀집수비에 막혀 부정확한 롱패스로 기회를 날리거나 말레이시아의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려들기 일쑤였다. 오히려 말레이시아가 역습으로 종종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곤 했다.

한국은 전반 33분 김정민과 황희찬의 '오스트리아 콤비'가 이날 경기 첫 유효슈팅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5분 후에는 황희찬의 헤더 패스가 김정민의 오른발슛으로 연결됐지만 골문을 아쉽게 벗어났다. 결국 한국은 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서 라시드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0-2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5-0으로 앞선 바레인전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손흥민-이승우 투입 후에도 완패, '예방주사' 될까

김학범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건웅을 빼고 황인범을 투입했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황인범을 통해 후반전 반격을 노리겠다는 의도였다. 한국은 후반 시작 3분 만에 김민재가 경고를 받았고 말레이시아는 전반보다 더욱 수비적으로 나서며 한국의 공격을 차단했다. 만회골 없이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은 점점 초조해 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후반 10분 황인범이 얻은 프리킥을 황희찬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동남아팀에 일격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1-2로 패한 대표팀 손흥민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동남아팀에 일격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1-2로 패한 대표팀 손흥민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후반 11분 김정민을 빼고 에이스 손흥민을 투입했다. 손흥민이 들어간 후 공격을 풀어갈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 한국은 후반 18분 황희찬이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왼발슈팅을 기록했다. 2분 후에는 사이드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손흥민이 헤더로 골을 노렸지만 각이 너무 없었다. 말레이시아는 손흥민이 투입된 후 후반 15분을 전후로 사실상 '10백 전술'을 들고 나왔다.

한국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거세게 말레이시아를 몰아 붙였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말레이시아의 수비를 좀처럼 뚫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42분 황의조가 만회골을 기록했지만 끝내 동점골을 터트리지 못한 채 1-2로 패배를 당했다. 아무리 역습상황에서 당한 불의의 두 골이었고 슈팅 숫자에서는 12-4로 일방적으로 앞섰지만 한국에게는 공수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졸전이었다.

안타까워하는 손흥민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손흥민이 슛이 빗나가자 안타까워하고 있다.

▲ 안타까워하는 손흥민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손흥민이 슛이 빗나가자 안타까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한국에게 바레인전 6-0 승리는 독이 되고 말았다. 1차전에서 엄청난 대승을 거둔 한국은 말레이시아전에서 골키퍼 조현우를 비롯해 무려 6명의 선수를 교체했고 새로 구성된 선수들은 바레인전 같은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체격이 작고 상대전적에서 일방적으로 앞선 팀이라는 이유로 말레이시아를 얕본 것도 한국에게는 치명적인 판단미스였다.

원하던 결과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위축될 이유는 전혀 없다. 첫 경기에서 승점 3점, 골득실 +6을 벌어 놓은 한국은 여전히 16강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 2위가 된다면 16강부터 험한 일정을 보낼 수도 있지만 한국이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면 어차피 거쳐야 할 상대들이다. 부디 충격으로 다가오는 말레이시아전 패배가 김학범호에게 좋은 약이 되길 바란다.

김학범 감독 '목 타네'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김학범 감독이 물을 마시고 있다.

▲ 김학범 감독 '목 타네'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김학범 감독이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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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김학범호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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