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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희 감독은 잘 나가던 대학로 연극인생을 접고 1998년 안면도로 내려와 최초로 안면도예술축제를 개최하는 등 서산태안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해미읍성 상설공연 서승희 예술총감독 서승희 감독은 잘 나가던 대학로 연극인생을 접고 1998년 안면도로 내려와 최초로 안면도예술축제를 개최하는 등 서산태안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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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희씨가 안면도 바닷가에서 20여년 전인 1998년에 안면도에서 국제공연예술축제를 처음 시작하자 마을 주민들은 "예술이 뭐여", "바다에서 뭔 미친 지랄들이여", "동네 물 버리는거 아녀", "간첩 같아"라며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문화소외지역인 안면도를 공연예술축제의 섬으로 만들겠다며 10년간 자비를 들여가며 꾸준히 안면도 국제공연예술축제를 개최하였다.

잘 나가던 대학로 연극배우의 삶, 훌훌 접고 안면도로

현 해미읍성 상설공연의 예술총감독을 맡고 있는 서승희씨는 포항에서 태어나 대구계명대학을 졸업한 뒤 89년에 '극단 76'에 입단했다. 그녀는 연극 지피족, 춘향, 마네킨작가, 말똥가리, 고도를 기다리며, 미친리어, 뮤지컬 넌센스 등에 출연하며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서 기반을 다져 갔다.

93년에는 한국연극배우협회 후원으로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쉐프킨 대학교에 연극 연수를 갔다 왔고, 소리에 관심이 많아 인간 문화재 김월하 선생께 시조창을 사사받기도 하였다.

그녀는 2002년에 제 14회 이집트 카이로 실험예술제 한국대표로 참가하였고, 유명영화 '링'에도 출연하였다. EBS '다큐이사람'과 SBS '임성훈 토크' 등 방송에도 종종 불려 나갔고, 유력 일간지에 인터뷰 기사가 여럿 나오는 등 한마디로 잘 나가던 연극배우였다. 그런 서승희씨가 갑자기 대학로 연극배우의 삶을 정리하고 1998년 1월 아무 연고도 없는 태안군 안면도로 내려갔다.

그녀는 안면도로 내려간 그해에 '제 1회 안면도 국제공연예술축제'를 개최했다. 또 안면도에서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안면중학교와 안면고등학교를 찾아가 학교장과 선생들을 설득하여 연극반을 만들었다.

그리고 정체성 없이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꿈을 찿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아줌마들의 힐링캠프'를 열어 연극 '시집 가는날'과 '태안별주부전'을 함께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녀는 안면도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학교장을 설득해 학교에 연극반을 만들고, 여성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꿈을 찿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아줌마들의 힐링캠프’를 열어 연극 ‘시집 가는날’과 ‘태안별주부전’을 함께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 서산 송곡서원 앞에서 그녀는 안면도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학교장을 설득해 학교에 연극반을 만들고, 여성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꿈을 찿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아줌마들의 힐링캠프’를 열어 연극 ‘시집 가는날’과 ‘태안별주부전’을 함께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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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감독은 작년부터 독립선언 33인 중의 한사람인 태안출신의 독립운동가 옥파 이종일 선생의 정신과 활동을 널리 알리겠다며 이종일 선생의 생가지에서 옥파문화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전국 3대 읍성중의 하나인 서산 해미읍성에서 매주마다 토요상설공연을 기획.연출하고 있다.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인으로 잘 나가던 삶을 접고 서산.태안에서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서승희 감독을 지난 11일 서산에서 만나 그녀의 예술인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호기심 많아 "새로운 시도, 꿈틀거리고 살아있는 느낌 좋아해"

그녀가 1995년 '뮤지컬 넌센스'에서 원장 수녀역으로 장기 공연을 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뮤지컬 넌센스'에 출연하는 배우라면 대학로에서 인기 여배우로 인정되던 때였죠. 근데 인기는 많았지만 매번 똑같은 역할을 장시간 하게 되니까 싫증이 나더라고요. 뭐랄까,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판에 박혀있고, 틀이 짜여져 있는 그런 비창조적이고 재미가 없는 작업을 못견뎌 합니다.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지 뭔가 새로운 시도와 표현, 꿈틀거리고 살아있다고 느끼는 그런 생동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1년 정도 공연을 하다가 중도 하차하고 1996년에 소리.짓발전소를 창단해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제71회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기주봉 배우는 '극단 76'에서 함께 활동한 극단선배이다. 휴가차 내려 온 기주봉씨를 태안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옥파 이종일 선생의 생가지에서 만났다.
▲ 기주봉 배우와 함께-옥파 이종일 생가지에서 제71회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기주봉 배우는 '극단 76'에서 함께 활동한 극단선배이다. 휴가차 내려 온 기주봉씨를 태안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옥파 이종일 선생의 생가지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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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희씨는 '극단 76'을 나온 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12사람과 의기투합하여 "기존의 공연 패러다임을 확장시켜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소리와 몸짓을 사용해 표현의 자유로움과 새로움을 추구하자"며 극단 '소리.짓발전소'를 창단했다. 그녀는 공연을 하기 위해 예술의전당에 대관신청을 하러갔지만 까다롭기로 소문난 전당측에서 "소리.짓이 뭐냐"며 대관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신생 예술단체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까다롭고 이례적인 일이죠. 특히나 저희들이 하려는 '소리.짓' 공연이 기존에 있던 공연형태가 아니다 보니 전당측 운영진들이 '하려는 공연이 연극도, 콘서트도, 뮤지컬도 아니고 도대체 뭘 하려는 거냐'고 물어요. 당시는 '넌버벌 퍼포먼스'란 단어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이었지만 저희들의 설득에 신생팀이 이례적으로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죠."

그녀는 소리에 관심이 많아 연극 활동을 하면서 음반 '천제'와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No war Only peace' 음반도 출반했다.

"제가 소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1997년에 1집 음악 앨범 '천제'를 만들었고, 예술의전당에서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천제의 소리' 공연도 했습니다. 2집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원한다는 뜻으로 'No war Only peace'라는 제목으로 앨범을 냈습니다. 태안 안면도에 들어와서 평화롭고 아름다운 바닷가를 거닐며 영감을 받아 곡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한때 잘 나가던 연극배우였다. 제14회 이집트 카이로 실험예술제 한국대표로 참가하였고, 유명영화 ‘링’에도 출연하였다. EBS ‘다큐이사람’과 SBS ‘임성훈 토크’ 등 방송에도 자주 불려 나갔고, 유력 일간지와 인터뷰도 종종 하기도 했다.
▲ 서산 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 앞에서 그녀는 한때 잘 나가던 연극배우였다. 제14회 이집트 카이로 실험예술제 한국대표로 참가하였고, 유명영화 ‘링’에도 출연하였다. EBS ‘다큐이사람’과 SBS ‘임성훈 토크’ 등 방송에도 자주 불려 나갔고, 유력 일간지와 인터뷰도 종종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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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활동 꼭 서울에서만 해야 되나"

그녀는 어느 날 꿈에 외계인을 만나면서 'UFO 그날이후'란 연극작품을 만들어 시리즈로 발표하였다. 이 작품으로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홍대클럽에서, 극장에서, 지방을 돌아다니며 순회공연을 쉼 없이 하였는데,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어느 날 인사동 카페에서 어떤 비구니 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이 분이 안면도에 사신다는 거예요. 안면도가 아름답고 좋다며 힘들면 한번 와서 쉬었다 가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잠시 휴식하겠다며 안면도를 찾아 갔는데, 정말 멋지고 평화로운 거예요. 안면도 바닷가를 걷는데, '예술 활동을 꼭 서울에서만 해야 되나, 예술가는 어디에서 사는가 보다 어떻게 살아가는냐 그게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무작정 모든 일을 정리하고 안면도로 내려 왔죠."

서승희씨가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안면도로 내려가겠다고 했을 때 극단사람들과 지인들은 "니가 드디어 미쳤구나"라며 극렬 반대했다.

"'소리.짓발전소'를 막 창단해 세상에 조명을 받고, 이미지가 업 되고 있는 시점이라 모두들 '연극배우가 시골 촌구석에 내려가 뭘 할 수 있겠냐'며, '배우는 서울을 떠나면 물 밖에 나 앉은 물고기와 같다'며 심한 반대를 했었죠. 그래도 '난 거품 같은 이미지보다 허한 내 속을 채우고 싶다'며 무작정 짐을 싸서 내려와 버렸죠."

그녀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3대읍성중의 하나인 해미읍성에서  4월~10월사이 매주 토요일마다 ‘야단법석 신명날-제’ 상설공연을 기획.총괄하는 예술총감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 서산 해미읍성에서 그녀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3대읍성중의 하나인 해미읍성에서 4월~10월사이 매주 토요일마다 ‘야단법석 신명날-제’ 상설공연을 기획.총괄하는 예술총감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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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위해 연극반 만들어, 지역여성들 자존감과 정체성 찾아주기 위해 노력"

그녀는 1998년 1월에 안면도에 도착한 뒤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기획하여 지역민들의 의식을 일깨워 나갔으며, 한편으로는 2002년에 제 14회 이집트 카이로 실험예술제에 한국대표로 참가하고, 일본과 태국 숑크란 페스티발에 초청되어 공연을 하는 등 개인적인 예술활동도 병진해 나갔다.

"제가 안면도에서 바다에 나가 조개를 캐거나 농사를 지으며 살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1998년에 안면도 해변가에서 '국제공연예술축제'를 기획하여 10년간 매년 행사를 개최했어요. 또 청소년들을 위해 제가 안면중학교와 안면고등학교를 직접 찾아 가 학교장들을 설득하여 연극반을 만들었어요. 안면고등학교 연극반이 충남청소년연극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서승희 감독은 시골에서 정체성 없이 살아가는 안면도 여성들을 위해 '아줌마 힐링캠프'를 열어 주민들과 함께 연극을 만들어 공연을 하기도 했다.

"여성들에게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대신 자신의 이름과 꿈을 찿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태안주민을 대상으로 '아!줌마들의 힐링캠프'를 열어 활동을 했습니다. 2013년에는 '시집 가는 날' 공연을 함께 했고, 2014년과 2015년에는 충남문화재단 다원예술 공모사업을 통하여 지역주민들과 함께 '태안별주부전 1-당신을 만나 기쁘지 아니한가'와 '태안별주부전 2-의기양양'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다들 '한 편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연극을 준비하면서 본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자신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 된 듯 하다'고 말을 해요.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 어린 시절 꿈을 이루었다, 삶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다들 감동했었죠. 연극을 통해 지역민들의 삶이 보다 풍성해지고 이전과 다르게 변화되는 모습은 참으로 의미있고, 저에게는 매력적인 작업이었어요."

그녀는 작년 여름 서산지역에 비가 오지 않아 해미읍성 상설공연 시작 전에 기우제를 지내는 행사를 개최했는데, 수십일 동안 내리지 않던 비가 기적처럼 갑자기 내리는 신비한 체험을 하기도 했다.
▲ "비야 좀 내려라!"- 작년 여름 기우제 지낼 때 모습 그녀는 작년 여름 서산지역에 비가 오지 않아 해미읍성 상설공연 시작 전에 기우제를 지내는 행사를 개최했는데, 수십일 동안 내리지 않던 비가 기적처럼 갑자기 내리는 신비한 체험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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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제 지내자 갑자기 비 내려, "관객들 모두 와! 정말 특별한 경험"

그녀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3대읍성중의 하나인 해미읍성에서 '야단법석 신명날-제' 상설공연을 기획.총괄하는 예술총감독을 맡고 있는데, 작년에 공연 식전행사로 기우제를 지내는 중에 정말 비가 내리는 신비한 체험을 하기도 했다.

"올해 폭염으로 다들 고생하고 있지만 작년 여름에도 서산지역에 비가 오지 않아 시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쿵꽝거리며 공연을 한다는 것이 송구스러워' 충남문화재 제49호 '내포앉은굿보존회' 조부원 회장을 불러 공연 시작 전에 기우제를 지내는 행사를 가졌어요.

기우제를 지내는 동안 관람객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비가 내리기를 합장하며 기도했는데, 수십일 동안 내리지 않던 비가 기적처럼 이때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거예요. 그 순간 완전 난리가 났죠. 관람객 모두가 와!하고 함성을 지르고 기뻐했죠.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이게 화제가 되어 신문에도 나가고 그랬어요."

올 봄에 포항에 사는 서승희 감독의 어머니와 언니가 모처럼 시간을 내어 해미읍성 상설공연장을 찾았으며,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어머니, 언니와 함께 올 봄에 포항에 사는 서승희 감독의 어머니와 언니가 모처럼 시간을 내어 해미읍성 상설공연장을 찾았으며,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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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무리 하면서 그녀의 향후 계획을 물었다.

"아직 계약을 한 상태는 아니지만 올해 영화 출연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배우 서승희의 면모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해미읍성 전체를 무대로 하여 문화예술인들과 지역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공연하는 퍼포먼스를 구상 중입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10월에 개최되는 해미읍성 축제에 참여하여 시민들과 함께 기쁨과 행복을 맛볼 수 있는 그런 멋진 축제로 만들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티스토리 '도흥진 문화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서승희, #해미읍성, #안면도, #옥파 이종일, #극단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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