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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구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본능이다.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해 호기심이 들기 마련이다. 타인의 성격,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관심사에 대해 알고 싶어질 수 있다. 물론 남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해서 곧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인간에게 시간은 한정적이다.

짧은 시간 내에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적은 정보에 기반해서 판단을 하면 사소한 부분에서 잘못된 답을 내기 쉽다. 최악의 경우에는 반대로 판단할 수도 있다. 남에 대해 판단하는 일이 어려운만큼, 상대의 성격을 꿰뚫어보는 능력도 하나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눕
 스눕
ⓒ 샘고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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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눕'은 사람에 대한 적은 단서를 가지고 사람의 성격을 꿰뚫어보는 능력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현재 텍사스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인 샘 고슬링이다. 이 책은 심리학적인 이론을 기반으로 사람의 성격에 대해 분석하고 설명하는 책이다. 샘 고슬링은 '스눕'이라는 단어를 직감을 넘어 과학적으로 상대를 읽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책에 따르면, 방과 소지품, 물건은 사람의 성격을 반영한다. 그 이유로는 세 가지가 있는데, 우선 우리는 소지품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성향이 있다. 벽에 붙인 좋아하는 밴드나 운동 선수의 포스터를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낼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자신의 물건에 감정을 담는다. 가족에 대한 애정이 담긴 사진 액자는 가족을 생각하며 힘을 내고 싶은 감정을 표현하는 장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가 있던 공간에 흔적을 남긴다. 커피 찌꺼기가 바닥에 붙은 빈 커피잔은 게으름의 흔적이 된다. 인간이 가진 이런 특징 때문에, 사람의 방에서 물건을 살펴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추측할 수 있다. 
 
침실이나 사무실 또는 개인 홈페이지에 근거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추측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하는 다른 사람들의 성격에 대한 추측과 다르지 않다. 다만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정보에 근거해 추론하는 것이고 스누퍼로서 여러분의 임무는 그 추론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배우는 것이다. - 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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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단서를 보고 사람에 대해 판단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사실과 다른 정보를 내보이기도 한다. 누구나 저마다 자기가 그럴싸한 사람으로 보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자기 모습을 사실과 다르게 표현한다면 '스눕'은 어려워지는 것일까?

그렇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기입증 이론에 대해 소개한다. 이 이론은 우리가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지 와는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람들이 봐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는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진 사람들조차 그것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하니, 스눕은 효과적인 도구이다.

다만 정보를 안다고 바로 추론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어떤 정보가 가지는 의미는 사람에게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음반을 가지런히 정리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사람이 성실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책은 무엇이 진짜 단서인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첫인상을 구축할 때는 기존에 이미 구축되어 있는 심리적 틀에 의존하게 된다. 이런 구조를 편견 또는 정형화된 유형이라고 한다. 정형화된 유형은 일상에서 우리에게 전달되는 무수한 신호들을 분류하는 데 좋은 시발점이 된다.

말하자면 심리학적인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통 어느 정도의 진실에 근거해 그보다 더 나은 증거가 없을 때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형화된 인상이다. 이런 정보들은 적절한 직접적인 단서들을 근거로 한 판단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

고정관념은 특정한 요건과 개별적인 이유로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지런히 정리된 음반 내에 CD가 없을 수도 있고, CD 위치가 엉망으로 뒤죽박죽으로 나뉘어있는데 겉으로는 안 보일 수도 있다.

또한 성격 그 자체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 책이 기반으로 하는 심리 유형 체계는 빅 5로 알려진 심리 검사의 성격 유형이다. 이 검사는 인간의 심리를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신경성, 동조성으로 구분하는데, 이 책은 이 심리검사의 유형별 성격 다섯 가지에 따라 사람의 성격을 분류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착각하는 유형들이 있다. 방이 깨끗하고 청결한 사람은 배려심이 있고 동정심이 많을까?
 
 연구 분석결과는 관찰자들이 일관적으로 어떤 특정한 단서를 보고 방주인이 동조성이 높은지 아닌지 판단을 내린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더 깔끔하게 정리정돈되어 있고 청결하며 편안한 분위기의 방을 보고 그 방주인이 동조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이런 단서들은 동조성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정보들이었다. -279P
 
그렇지 않다. 이는 사람들이 동조성(배려심이 있고 따뜻한 성향)을 성실성과 착각하여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때문에 인간의 성격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난관에 빠지지 않고 단서를 통해 사람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게 되면, 우리 성격의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진실이 폭로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이런 관찰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나가는 데 있어 중요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보고 '이런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한 예로, 책은 잘 정돈된 정장을 입고 실험에 임하는 사람들은 성실할 것 같고, 실제로 성실하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를 알고 나서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들이 처음부터 자명한 것은 아니다.

정말 사람을 파악하는데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얼마나 정확하게 사람을 파악하는지, 이 책의 실험 내용과 비교해서 파악해보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방법이다.

스눕 -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

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황상민 감수, 한국경제신문(2010)


태그:#심리, #성격, #추측, #방,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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