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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 엄마의 낡고 허름한 엄마의 신발을 봅니다
어떻게 이런 신발을 신고 다녔을까요
▲ 엄마가 평소 신었던 낡은 신발 신발장 엄마의 낡고 허름한 엄마의 신발을 봅니다 어떻게 이런 신발을 신고 다녔을까요
ⓒ 신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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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준비를 마치고 구두를 신기 위해 신발장 문을 연다. 신발장 제일 윗 칸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신발이 눈에 들어온다. 시간에 쫓긴 바쁜 출근길, 눈에 들어오지 않던 신발이 오늘따라 유난히도 도드라지게 보인다.

밤색에 해어진 낡은 신발, 주인이 있어도 없는 거나 다름없는 낡고 허름한 신발, 어쩌다 이 지경이 되도록 버리지 못하고 신고 다녔을까,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려오는 신발, 오늘따라 더욱더 애잔하게 느껴지는 이 신발의 주인은 우리 엄마다.

이런 우리 엄마가 지금 병상에 누워 계신다. 10년 전 엄마는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바쁘면 못 온다' 하시면서 저 멀리 전라도 영암에서 인천의 집까지 올라오셨다. 뭘 그렇게 바리바리 싸 들고 올라오셨는지 뒤로 맨 배낭이 빵빵이 터질 것만 같았다.

사 먹으려면 '다 돈이다'며 배낭에 각종 농산물을 가득 담아 오셨다. 그 날 저녁 엄마는 가져온 농산물로 반찬을 손수 만들어 밥상을 차리셨다. '아들~ 밥먹거라' '나는 피곤해서 잠 좀 잘란다' 안방으로 들어가신 우리 엄마,..

그 이후로 영영 일어나지 못하신 우리 엄마, 취침 중에 발병한 뇌경색, 엄마가 자는 줄만 알았다. 그리고 골든타임은 지났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치료 시기를 놓쳤고 가망이 없다던 우리 엄마, 제발 살아만 주세요? 간절한 아들의 소망만을 들어주신 채 지금껏 병상에 누워 천정만 바라보신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엄마를 놓아줄 때도 되지 않았느냐' 말을 하지만 어떻게 엄마를 놓을 수 있을까, 나에게는 어떤 엄마인데 절대 그럴 순 없다. 형편을 핑계로 집에 모시지 못하고 남의 손에 맡겨 놓은 현실이 엄마에게 정말 미안하다.

물론, 어떨 때는 '엄마도 고생인데 내 욕심만 차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요양원에 모시지 않고 기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전문 재활병원에 엄마를 모셔 놓은 이유도 신발장 엄마 신발을 10년째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엄마를 포기할 수 없어서다.

비록 10년 전 아들을 위해 먼 길에서 달려오신 그때 그 엄마로 되돌아올 수 없지만 살아만 계셔도, 엄마의 체취만 느껴도 어딘가, 마음은 아프지만 지금 그대로도 너무 좋은 우리 엄마며 한편으로는 늘 미안하기만 한 우리 엄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를 찾아뵙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고 엄마에 대한 초심이 흔들리는 것 같아 죄송스럽기만 하다. 누구는 '긴병에 효자 없다'고? '나는 그렇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나도 긴병에 효자 못된 자식인 것 같아 자책도 해본다.

내일은 토요일 2주째 가지 못한 우리 엄마 보러 꼭 갈 거다. 그리고 엄마에게 물어보련다. 엄마, 어떤 신발 좋아해~라고



태그:#엄마, #낡은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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