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은 연일 폭염으로 들끓고 있다. 하지만 상주상무프로축구단(아래 상주)와 수원삼성블루윙즈(아래 수원)의 맞대결에서는 그보다 더 뜨거운 '왼발 싸움'이 펼쳐질 예정이다. 오는 4일(토) 오후 8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는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1라운드 상주와 수원의 맞대결이 예고되어 있다.

양 팀에게 있어 이번 경기는 중요하다. 홈 팀 상주는 지난 포항스틸러스(아래 포항)전 승리로 FA컵 포함, 최근 7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을 끊어냈다. 순위는 8위로 하위권으로 분류되지만, 4위 제주 유나이티드FC와의 승점 차가 단 4점 차에 불과해 연승 가도만 탄다면 그 이상의 순위를 노려볼 수 있다. 현재 3위에 위치해 있는 수원은 2위 경남FC(아래 경남)와 함께 선두 전북현대모터스(아래 전북) 추격에 여념이 없다. 전북과의 승점 차가 15점 차로 당분간 순위 변동은 힘들겠으나 월드컵 휴식기 이후 공격력이 크게 올라오며 FA컵 32강 승리를 포함, 3연승의 쾌조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기에 역전 우승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렇듯이 양 팀의 이번 경기 매치 포인트는 가득하다. 어떻게든 상위 스플릿에 가고자 하는 상주와 이를 저지하는 동시에 1위 추격을 해야 하는 수원의 도전. 그리고 FA컵 조기 탈락으로 이번 경기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상주와 다음 주 FA컵을 치러야 하는 부담이 있는 수원의 입장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맞대결은 '왼발' 싸움으로 가장 잘 요약된다. 각 팀에 왼발의 달인들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파격 포지션 변경' 염기훈 + '중원의 지휘자' 사리치가 버티는 수원의 왼발

다시 앞서가는 수원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1'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수원 염기훈이 기뻐하고 있다. 2018.7.18

▲ 다시 앞서가는 수원 지난 7월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1'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수원 염기훈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원에 있어서 왼발을 특별하다. 1990년대 후반을 뒤흔들었던 '앙팡테리블' 고종수(현 대전시티즌 감독)를 필두로, K리그 최고 수비수 용병으로 꼽히는 마토 등 수원 역사에 굵직한 선을 그은 모두가 왼발잡이였다. 최근에는 2017년 프랑스 디종FCO로 이적한 권창훈까지, 그야말로 수원의 왼발은 화수분처럼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 선수를 빼고 수원의 왼발을 논하기는 어렵다. 바로 '왼발의 지배자' 염기훈이다.

염기훈은 최근 한층 물오른 킥력을 구사하고 있다.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그가 프리킥 찬스를 잡으면 상대팀 골키퍼가 두려움에 떠는 모습은 이제 당연한 수순이 됐다. 게다가 그는 최근 포지션 변경을 거치며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주로 왼쪽 측면에서 활약해 온 그는 7월 중순부터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했다. 왼쪽에서 오래 서다 보니 상대 수비수들이 움직임을 쉽게 파악하면서 제한된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이 늘어났기에 변화를 꾀한 서정원 감독 승부수의 결과였다. 이 포지션 변화는 염기훈에게 좋은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오른쪽 공격수로 출전한 3경기에서 3골, 2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그도 포지션 변화에 새로 눈을 뜬 모습이었다. 지난 라운드 강원FC(아래 강원)전 이후 "왼쪽에 있을 때는 크로스를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문전으로 들어간 적도 거의 없었는데, 오른쪽으로 가니까 치고 들어가는 플레이를 하게 되더라. 동기부여가 된다. 다른 플레이를 하니까 재미를 느끼고 있다. 지금은 치고 들어가다가 슛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동료들에게 패스를 주는 부분까지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을 만큼 다양한 공격 작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염기훈의 다양한 패턴 플레이는 수원의 새로운 공격 선택지를 가져다 줄만큼 선순환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수원 최다 득점자인 바그닝요가 지난 강원전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었다. 대체 선수인 전세진, 임상협 등이 존재하지만 아직 바그닝요의 그림자를 지우기에는 2% 부족하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염기훈이 그 공백을 메워줘야 한다.

염기훈이 오른쪽 측면에서 수원에 다양한 공격 선택지를 제공해 주고 있다면 사리치는 중원에서 최전방 공격수들의 득점력을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반기 수원은 최전방에 데얀과 김건희 등 결정력이 뛰어난 공격수들을 보유하고도 바그닝요와 양측 풀백의 득점에 의존하는 다소 비효율적인 공격을 가져갔다.

수원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최우선 보강 포지션을 중앙 미드필더로 잡았고, 보스니아 국가대표 출신 사리치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서정원 감독도 사리치를 처음 보고 "이 선수의 클래스를 볼 때 한국에 오면 좋겠다."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했다. 뛰는 양도 많고, 공을 전방으로 넣어주며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나 공·수 조절에도 능해 좋은 걸 다 가지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적 초기에는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아 맴도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7월 11일 전남드래곤즈 원정에서 K리그 데뷔전을 치른 그는 선수들과의 호흡적인 부분에서 문제점을 보여줬다. 다음 경기였던 전북과의 홈경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7월 18일 인천유나이티드FC전 이후 몸이 올라오면서 수원이 원하던 플레이를 경기장에서 구현 중이다. 공을 소유하는 능력도 뛰어난 데다, 왼발로 찔러주는 패스와 크로스는 자로 잰 듯한 정확성을 뽐내고 있다. 그의 진가는 역습과정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상대 수비가 높은 위치까지 올라온 틈을 타 빠른 돌파로 슈팅 찬스를 잡기도 하고,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경기장을 넓게 활용해 상대 수비를 지치게 만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료들과의 매끄러운 호흡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날 경기에서 사리치의 활약은 수원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상주의 왼쪽 측면을 단단히 지키는 홍철, 김민우

상주의 왼발도 수원 못지않다. 아이러니하게 2016년까지와, 지난 시즌 수원의 왼쪽을 담당했던 홍철과 김민우가 그 주인공이다. 올 시즌 왼쪽 풀백으로 19경기에 출전해 1골과 5개의 도움을 올리고 있는 홍철은 수원 시절보다 킥이 더욱 공격적으로 발전했다. 수비에 성공한 뒤, 빠르게 치고 올라가면서 최전방을 보고 찌르는 얼리 크로스는 상대 수비수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데 충분하다는 평이다.

홍철 크로스의 또 하나의 특징은 회전이 많다. 공의 꺾임이 심하기 때문에 수비수들과 골키퍼가 예측을 쉽게 할 수 없다. 그의 크로스를 골키퍼가 쉽게 잡을 수 있을 듯이 보이지만 페널티 박스 안에서 급격히 꺾이기에 골키퍼들이 쉽게 선방할 수 없는 이유다.

상주의 주포 주민규가 장기 부상인 가운데, 수비수 이광선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면서 경쟁이 가능한 이유도 그의 이러한 크로스가 있기에 가능했다. 시즌 초반에는 포지션 변화를 가져간 이광선이 최전방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홍철과의 호흡적인 부분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최근에는 말 그대로 공중볼을 장악하고 있다. 수원 수비수들이 이광선을 마킹해도 이광선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중볼을 제압할 수 있다. 다음 달 전역으로 수원에 복귀하는 홍철은 이번 맞대결에서 날카로운 킥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패스하는 홍철 28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온두라스의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 홍철이 패스하고 있다.

▲ 패스하는 홍철 5월 28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온두라스의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 홍철이 패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부진한 활약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민우는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대표팀에서는 왼쪽 풀백으로 맞지 않은 옷을 입었다면, 상주에서는 다시 윙어로 돌아와 공·수 모두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선임 홍철과의 호흡도 좋다. 김민우가 앞에서 홍철이 후방에서 지원하는 패턴이다. 홍철이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벗겨내면 공간 점유에 능한 김민우가 수비 뒷공간으로 들어가며 득점 찬스나 다른 선수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지난 라운드 포항전에서는 팀의 7경기 연속 무승 탈출의 시발점이 된 득점을 터뜨리는 등 왼발의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중이기 때문에 상주의 왼쪽 라인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양 팀의 '왼발 스페셜리스트'들 때문에 수비수들의 집중도도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상주는 현재까지 22실점을 기록 중이다. 상위권인 전북과 경남에 이은 3위의 호성적이다. 작년부터 합을 맞춘 임채민과 김남춘 센터백 듀오가 최후방을 든든히 지키는 가운데 양측 풀백인 홍철과 김태환이 적절한 공·수 전환으로 측면 수비를 담당하고 있다. 수원도 최근 다시 안정적인 수비력을 되찾았다. 7월 초 수비수들의 계속된 실수로 인해 수비 라인이 크게 휘청였지만, 서정원 감독이 포백과 스리백의 병행을 예고한 이후부터 다시 실점률을 줄여가고 있다.

그래도 양 팀의 대표 왼발들은 이 단단한 수비벽을 뚫을 준비가 되어있다.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와 패스로 수비 라인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또한 페널티 박스 앞에서의 프리킥 찬스를 적극 활용해 득점을 올리겠다는 의지도 충만하기에 양 팀의 '왼발'은 한층 빛날 예정이다.


K리그1 상주상무프로축구단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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