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과 첫 맞대결에서는 '물컹'해졌던 말컹. 복수의 기회가 왔다. 이번 승부에서는 반드시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오는 5일(일) 오후 8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1라운드 전북 현대와 경남FC의 경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홈에서 승리를 노리는 전북은 현재 승점 50점(16승 2무 2패)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34라운드부터 시작되는 스플릿 라운드 돌입 이전에 조기 우승이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이다.

한편 전주 원정에 나서는 경남은 전북의 독주를 저지할 몇 안되는 상대다. 현재 경남은 승점 36점(10승 6무 4패)을 기록하며 2위에 랭크되어 있다. 올 시즌 K리그1에 승격한 팀답지 않은 경기력으로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전북의 조기 우승 가능성이 한껏 높아질수도 있고, 반대로 2위권 그룹이 일말의 희망을 품게 될 수도 있다. 두 팀의 만남은 상위권 팀들 간의 판도가 결정되는 이번 주말 최고의 빅매치다. 

전북을 만나 '물컹'해졌던 말컹

시즌 초반부터 매서운 경기력을 보여줬던 경남은 6라운드에서 전북을 상대로 승리를 노렸다. 연일 터지는 팀의 주포 말컹의 득점력과 승격팀 특유의 집중력이 이변의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결과는 참담했다. 안방에서 전북을 호기롭게 맞이한 경남은 승리는커녕 무려 4실점을 허용하며 0-4의 완패를 당했다. 경남은 모든 부분에서 전북에게 압도를 당했다. 이날 패배로 깜짝 1위를 달리던 경남은 전북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

경남 입장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말컹의 침묵이었다. 경기 전 말컹은 구단과 재밌는 '내기'를 했었다. 말컹은 개막전 상주 상무와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내기 품목이었던 노트북을 얻어갔던 것처럼, 전북전에도 해트트릭을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한정판 신발을 사주겠다는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경남의 다소 터무니 없어 보이는 약속은 이미 상주와 경기에서 어려운 미션을 현실로 만든 말컹을 향한 경남의 기대감이었다.

말컹 삼바 드리블 1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 FC와 전북 현대 경기. 경남 말컹이 드리블하고 있다.

▲ 말컹 삼바 드리블 지난 4월 1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 FC와 전북 현대 경기. 경남 말컹이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허나 전북은 말컹 개인의 힘으로 넘을 수 있는 팀이 아니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말컹을 물컹물컹하게 만들겠다"는 다짐을 현실화시켰다.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수비 라인이 말컹을 완전히 통제했다. 말컹에게 향하는 공을 아예 사전에 차단해 패널티 박스 안에서 위력적인 말컹의 능력을 반감시켰다.

최상위 프로 리그에서 경험이 부족했던 말컹은 쉽게 간파당했다. 전북과 경기를 기점으로 위력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FC 등 하위권 팀을 상대로는 골을 뽑았지만 상위권 팀을 상대로는 침묵했다. 말컹은 조금씩 '물컹'해지고 있었다.

말컹,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다른 팀들에게 서서히 간파당하던 말컹에게 월드컵 휴식기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5월 말부터 말컹을 괴롭혔던 부상을 말끔히 치료했다. 나아가 김종부 감독이 원하던 체중 감량에도 성공했다. 100kg이 훌쩍 넘던 체중을 98kg까지 줄였고 체지방률 10% 이하로 떨어뜨렸다. 7월에 팬들에게 비친 말컹의 모습은 '통통'이 아니라 '매끈'이었다.

본래 무시무시했던 피지컬과 파워에 민첩성을 더하니 말컹이 다시 살아났다. 16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예열을 마친 말컹은 17라운드 인천과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신고하며 3-0 승리를 견인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되었던 말컹은 말 그대로 인천 수비를 홀로 박살냈다.

한계로 지적받던 강팀과 승부에서 득점도 성공했다. 19라운드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말컹은 귀중한 동점골을 신고했다. 상대 수비의 실수를 틈타 결정력을 발휘했다.

최근 말컹 활약의 백미는 지난 20라운드 FC 서울과 경기였다. 말컹은 서울의 수문장 양한빈의 "(말컹이) 최근 경기를 보면 지치고 둔해진 모습이다. 막을 수 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날뛰었다.

전반 10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광진이 올려준 크로스를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으로 마무리했다. 기가막힌 선제 득점을 작렬한 말컹은 팀이 2-1로 뒤진 후반 9분 정확한 헤더로 최영준의 동점골을 도왔다. 기어코 승부를 결정지었다. 후반 41분 네게바가 올린 크로스를 정확히 머리로 돌려 골망을 갈랐다. 크로스를 찾아가는 움직임, 높이, 집중력 등이 한데 어우러진 멋진 득점이었다.

전반기와 득점력은 비슷하지만 경기 스타일에는 변화가 보인다. 전반기 말컹은 패널티 박스 근처에 머무르며 에너지를 집중했다. 최근에는 좀 더 폭넓은 움직임을 가져간다. 말컹의 넓어진 활동폭 덕에 동료 공격수들도 힘을 얻고 있다. 나아가 말컹 본인도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에서 일정 부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최강희 감독도 최근의 말컹에 대해 "무섭다"라고 말할 정도다. 이제 말컹은 단순히 전방에서 공을 기다리는 공격수가 아니다. 보다 능동적으로 공을 찾아가는 공격수로 발전했다. 전북이 막아야 할 말컹은 과거의 말컹과 다르다. 게다가 전북의 수비와 중원에 부상, 아시안게임 차출 등의 이유로 큰 공백이 발생했다. 말컹의 활약을 기대케 하는 요소다.

말컹이 터져야 경남이 이길 수 있다

경남이 전북 원정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말컹의 득점이 필수적이다. 경남이 올 시즌 터뜨린 전체 골 수는 31인데,  현재 말컹은 리그에서만 15골을 쏟아내며 리그 득점 2위에 올라있다. 경남 득점의 절반을 말컹이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말컹의 득점은 순도도 높다. 말컹은 15골을 9경기에 나눠 넣었다. 말컹이 득점한 경남의 9경기 성적은 7승 2무다. 말컹이 득점하면 단 한 경기도 지지 않는 경남이다. 최소한 무승부 이상이 필요한 경남의 전북 원정길에 말컹의 득점이 절실한 이유다.

경남FC 말컹 '골, 골' 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1' 경남 FC와 상주 상무의 경기. 경남 FC 말컹이 2번째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 경남FC 말컹 '골, 골' 지난 3월 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1' 경남 FC와 상주 상무의 경기. 경남 FC 말컹이 2번째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말컹의 득점이 필요한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말컹의 득점은 단순한 1골이 아닌 경남이란 팀이 계획대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음을 의미하기에 그러하다.

K리그2 시절부터 경남은 말컹의 득점력으로 승리를 가져오는 팀이었다. 김종부 감독은 말컹이 골을 뽑아내기 위한 전술과 플랜을 짠다. 네게바, 최영준 등 핵심 멤버를 제외한 선수들은 말컹의 힘을 극대화를 위해 헌신한다.

경남은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측면 보강과 말컹 도우미 찾기 나섰다. 말컹의 높이와 파워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함이다. 수원FC에서 이광진, 울산 현대에서 조영철 등을 데려왔다. 특히 다재다능한 오른쪽 측면 자원 이광진은 경남 이적 이후 전경기에 출전하며 신뢰를 받고 있다. 이광진의 합류로 왼쪽 측면의 네게바에게만 공이 집중되는 현상이 완화됐다.

결국 이적 시장도, 영입한 선수의 활용도 궁극적으로는 '말컹 살리기'의 일환이다. 말컹의 활약 여부에 경남의 승패 여부가 직결되는 까닭이다.    

전반기에는 '절대 1강' 전북에게 호되게 당했던 말컹. 이번에는 달라진 모습으로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K리그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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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컹 경남FC 전북현대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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