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시장 마감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에도 토트넘은 요지부동이다. 아직까지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않은 토트넘이 이번 시즌도 버텨낼 수 있을까. 전망은 밝지 않다.
손흥민이 활약 중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 홋스퍼의 이적 시장이 이번 여름에도 지지부진하다. 근래에 열린 이적 시장마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행보의 반복이다.

여름 이적 시장의 문이 열린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토트넘의 눈에 띄는 움직임을 포착할 수 없다. 유소년 팀에서 어린 선수를 1군에 합류시키고 빈센트 얀센을 임대 복귀 시켰지만 큰 기대는 어렵다. 지금까지 토트넘의 신입생은 '0명'이다.

8월 9일(현지시간)에 EPL 여름 이적 시장의 문은 닫힌다. 토트넘이 새 시즌을 준비할 시간은 고작 일주일 남짓이다. 이적 마감 몇 시간을 앞두고 대형 이적이 이뤄지는 세상이지만, 그간 토트넘이 보여준 태토를 고려하면 큰 변수 없이 토트넘의 이적 시장이 종료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지독히도 '합리적인' 경영인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있다. 그의 사전에 이적 시장 막바지에 급하게 빅네임을 영입하는 '패닉바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소수 선수의 영입은 이뤄질 확률이 높지만 결국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는 선수단으로 다가오는 시즌을 맞이하게 된 토트넘이다.

월드컵 스타들과 손흥민의 공백

스타 선수의 영입이 없다면 올 시즌에도 기존의 주축들이 팀의 주축이 될 공산이 크다. 최근 토트넘이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리 알리, 손흥민 등의 재계약에 집중한 이유다.

문제는 핵심 멤버들의 컨디션이다. 토트넘의 뼈대가 되는 선수들 대부분 6월에 있었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했다. 단순히 참가한 것에 그치지 않고 많은 선수들이 높은 단계까지 올라가며 체력을 소진했다.

 22일 오전 1시(한국시각) 영국 사우스햄튼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스햄튼과의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해리 케인의 득점에 토트넘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토트넘의 손흥민, 무사 시소코, 해리 케인 선수.

왼쪽부터 차례로 토트넘의 손흥민, 무사 시소코, 해리 케인 선수. ⓒ EPA/연합뉴스


먼저 주장 위고 요리스는 프랑스의 챔피언 등극에 앞장섰고, 얀 베르통헌, 토비 알더베이럴트, 무사 뎀벨레 등은 3위에 오른 벨기에 선수들이다. 4위 잉글랜드 국적의 토트넘 선수 케인, 알리, 키에런 트리피어, 에릭 다이어 등도 월드컵에 참여했다. 위에 언급된 선수들은 모두 프리시즌 경기에 나서지 않고 에너지 회복에 집중하는 중이다.

월드컵에 참여한 선수는 보통 다가오는 시즌을 치러내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선수들은 프리시즌을 통해 직전 시즌의 피곤함을 풀고 천천히 몸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데, 월드컵에 참여한 선수들은 체력 회복은커녕 에너지를 소비했다. 지금은 한창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하는 시기지만 월드컵 참가 탓에 체력 훈련에 힘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월드컵 스타들의 시즌 초반 공백 및 부진이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프리시즌에 일찍 합류해 몸을 만들고 있는 손흥민을 개막전 직후 떠나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2018-2019 EPL 1라운드 경기를 소화하고 곧장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팀을 떠난다. 주축 멤버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토트넘에게는 답답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토트넘은 자신들 순위 경쟁에 최대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을 각각 3라운드와 5라운드에 만난다. 물론 사이사이에 만나는 팀들도 무시할 수 없다. 챔피언스리그 복귀 열망이 강한 첼시와 아스널의 달라진 모습도 큰 변수다. 시즌 초반 핵심 자원들의 대거 이탈이 예상되는 만큼 토트넘의 8~9월은 험난할 전망이다.

변화의 부족, 기존 전술과 선수단으로 더 좋은 성적 낼 수 있을까

리그 초반 최상의 전력을 구축할 수 없음에도 토트넘이 이적 시작에서 활발히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역시 감독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때문이다. 올해로 토트넘에서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한 포체티노 감독은 큰 영입 없이도 토트넘을 정상급 팀으로 변모시켰다. 이번 시즌도 토트넘의 가장 믿을 만한 구석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적신호가 켜졌다. 당장의 시즌 초반 선수 공백보다 더 큰 걱정거리는 '변화'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프리시즌을 통해 여러 선수를 적극 실험하고 있지만 곧바로 EPL 무대에 나설 수 있는 선수를 찾기란 어렵다. 결국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4년 간의 성공을 이끌었던 선수단과 전술에 기대야 한다.

EPL 토트넘, 아스널에 1-0 승리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14일 에버턴과 경기에서 시즌 11호 골(리그 8호)을 기록한 이후 EPL에서는 4경기째 침묵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합치면 6경기째 무득점이다.

토트넘의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모습 ⓒ 연합뉴스/EPA


토트넘 부임 초창기와 달리 이제 포체티노 감독의 철학은 만천하에 공개가 됐다. 토트넘은 기본적으로 공을 소유하지만 때에 따라 강력한 카운터 어택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다. 팀의 전체적인 포메이션은 변하기도 했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방식은 변함이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변하는 축구판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뿐이다. 자연에서 흐르지 않는 '고인물'은 썩는다. 축구도 똑같다. 제 아무리 강력한 전술과 전략도 변하지 않으면 공략 당하기 마련이다. 많은 클럽들이 성공을 거뒀음에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감독을 교체하고 선수단에 메스를 드는 까닭이다. 특히 팀의 구조 자체를 단번에 바꿔줄 수 있는 스타 감독 혹은 스타 선수 모시기에 많은 클럽들이 괜히 목을 매는 것이 아니다.

포체티노가 전술적으로 탁월한 감독이라 하더라도 똑같은 선수단으로 기존과 완전히 다른 강력한 전술을 뽑아내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 시즌 토트넘은 강팀을 상대로 다소 정형화된 전술의 한계를 경험하며 고전했다. 큰 변화가 예측되지 않는 현 흐름상 올 시즌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별개로 토트넘의 이번 시즌 성적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승 못해서 주전들 떠난 아스널의 길을 따라가진 않을까

앞서 설명한 '빅네임 영입 실패'와 '변화 부족'이란 키워드는 토트넘의 라이벌 아스널의 지난 10년을 규정짓는 단어다. 토트넘은 최근 10년 간 부진하고 있는 아스널의 전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UEFA 챔피언스 리그 지난 23일(현지시각),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아스널 FC와 FC 바르셀로나의 경기가 열리는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의 전경.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의 전경. ⓒ 연합뉴스/EPA


2000년대 초반까지 맨유와 함께 EPL을 양분했던 아스널은 하이버리 구장을 떠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현재 아스널 홈 구장) 건설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검소한 생활을 시작한 시점부터 아스널은 추락했다. 자금이 부족하니 빅스타의 영입은 언감생심이었다.

팀의 '에이스'는 아스널보다 좀 더 야망있고 만족스러운 대우를 해주는 팀을 찾아 떠났다. 티에리 앙리, 세스크 파브레가스, 로빈 판 페르시 등이 아스널의 품을 떠났다. 벵거 감독의 지도력으로 최소한의 순위는 유지했지만, 그마저도 힘을 다하면서 이제 아스널은 상위권 합류가 목표인 팀이 됐다.

토트넘이 걷고 있는 길도 유사하다. 토트넘은 기존의 홈 구장이었던 화이트 하트 레인을 대신해 다음달 중순 새롭게 건설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 입성할 예정이다. 새 구장 건설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과거의 아스널처럼 토트넘은 현재 이적 시장에서 몸값이 비싼 선수를 사올 수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선수 영입에 대한 행복한 고민보다는 주요 선수가 팀을 떠날 수 있다는 걱정이 더 앞선다.

일단 토트넘은 '에이스'급 선수들의 이탈은 막아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아스널도 긴축재정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주요 선수들의 이적이 거의 없었다. 허나 시간이 흐를수록 성적은 조금씩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선수들은 팀을 등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토트넘에서 성장하고 이름을 알린 젊은 선수들의 충성심이 높지만, 우승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선수들은 지치기 마련이다. 1~2년 안에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면 케인, 에릭센 등과 작별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냉정히 평가했을 때 토트넘은 아스널보다 클럽의 명성이 떨어지는 클럽이다. 선수들이 팀을 선택할 때 해당 구단의 이름값은 비중이 높은 중대한 요소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처럼 그래도 아스널은 옛 명성으로 선수를 모았지만, 이제 빅클럽을 향해 달려가는 토트넘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쩌면 토트넘은 아스널보다 더욱 빠르게 낙차 큰 추락을 경험할 수도 있다.  

결국 토트넘은 자신들의 일련의 행보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번 시즌 반드시 호성적을 내야 한다.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는 당연한 결과고 최소한 우승 문턱까지 넘볼 필요가 있다. 16강에서 무너졌던 챔피언스리그의 아픔도 씻어내야 한다. 

불행히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플러스 요인보다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 위태로운 시즌을 앞둔 토트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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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이적 시장 손흥민 아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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