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막국수, 아이스크림, 냉모밀, 팥빙수, 밀면, 냉쫄면, 냉라멘, 냉우동...

입으로 소리 냈을 뿐인데 이미 시원해진 기분이다. 이런 단어에 멜로디를 붙여서 흥얼거린다면? 더위를 식혀줄 서머송의 탄생이다. 1℃라도 시원해질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요즘, 여름음식을 소재로 한 노래를 소환해본다.

냉면&영계백숙


2009년 7월 1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를 기억하시는지? 듀엣가요제는 잊어도 '냉면'과 '영계백숙' 노래는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먼저 제시카와 박명수가 명카드라이브를 결성해 '냉면'이란 곡을 불렀는데 귀에 착착 감기는 단순한 가사와 밝은 멜로디가 큰 호응을 얻어 롱런 서머송 반열에 올랐다.

"차가워 너무나 속 시려 너무나/ 이빨이 너무 시려 냉면 냉면 냉면/ 가슴이 너무 시려 냉면 냉면 냉면

널 보면 너무나 또 다시 봐도 너무나/ 차디차 몸이 떨려 냉면 냉면 냉면/ 질겨도 너무 질겨 냉면 냉면 냉면/ 그래도 널 사랑해"

긴장이 과했던지 박자도 놓치고 안무도 틀려가며 헤맨 박명수와, 완벽한 무대를 선보인 제시카의 언밸런스가 오히려 '냉면'이란 곡에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냉면 냉면 냉면" 하는 후렴구는 한 번 뇌리에 박히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성을 지녔다.

시원한 마린룩을 맞춰 입은 명카드라이브에 이어 블랙 앤 화이트 수트로 한껏 멋을 낸 정준하는 '영계백숙'을 불렀다. 초복, 중복, 말복에 챙겨먹는 백숙을 노래하며 이열치열로 승부수를 띄운 것. 그는 사뭇 진지하게 노래했고 '영계백숙'은 당시 '냉면'에 버금가는 인기를 구가하며 여름음식 노래로 자리 잡았다.

"영계백숙 워어어어/ 그의 튼튼한 다리를 믿어/ 그의 거친 피부를 믿어/ 영계백숙 워어어어/ 영계백숙 워어어어/ 그 누구보다 진국이라네/ 그 누구보다 뜨거운 사나이"

여름엔 역시 '팥빙수'

여름음식 노래로 윤종신의 '팥빙수'가 빠지면 섭섭할 것이다. 2001년 발매된 이 노래는 여름이면 어디선가 꼭 들릴 정도로 익숙해진 서머송이다. 생활밀착형 가사로 유명한 윤종신이 직접 노랫말을 쓴 이 곡은 팥빙수를 만드는 과정을 가사에 그대로 옮겼다. 소설가가 세밀하게 장면묘사를 해서 독자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듯 윤종신은 팥 삶기부터 마지막 체리 장식까지 꼼꼼한 레시피(?)로써 멜로디 위에 팥빙수를 그려넣었다.

"팥 넣고 푹 끓인다 설탕은 은근한 불 서서히 졸인다 졸인다/ 빙수용 위생 얼음 냉동실 안에 꽁꽁 단단히 얼린다 얼린다/ 프루츠 칵테일의 국물은 따라 내고 과일만 건진다 건진다/ 체리는 꼭지체리 체리는 꼭지체리 깨끗이 씻는다 씻는다"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빙수야 팥빙수야 사랑해 사랑해"

레드벨벳, 아이스크림 케이크


냉면, 영계백숙이 메인식사라면 레드벨벳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디저트다. 음식의 특징을 직접 가사로 쓴 위의 노래들과 달리 이 곡은 사랑에 빠진 달콤한 감정을 아이스크림 케이크에 비유해서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식당에 온 느낌이 아닌 예쁜 카페에 들어선 느낌을 주는 곡이다.

"주세요 달콤한 그 맛 Ice Cream Cake/ 특별해질 오늘에 어울리는 맛으로/ 입가에 묻은 Ice Cream에/ 네 가슴 두근거려 내게 다가오겠죠/ It's so tasty Come and chase me 못 참겠어/ I scream You scream Gimme that Gimme that Ice Cream"

레드벨벳은 작년엔 '빨간 맛'을 발표했는데 이 곡 역시 미각을 활용한 감각적인 가사가 돋보인다. 스트로베리, 캔디처럼 미각적인 단어에 '빨간'이라는 시각적 표현을 더해 여름의 맛을 공감각적으로 풀어낸 위트가 인상적이다.

"빨간 맛 궁금해 Honey/ 깨물면 점점 녹아든 스트로베리 그 맛/ 코너 캔디 샵 찾아 봐 Baby/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여름 그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