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차범근 전 해설위원의 뒤를 잇는 월드컵 축구 해설위원을 구해야 했던 SBS는 '해외축구의 아버지(해버지)'라 불리는 21세기 한국 축구 최고의 영웅 박지성 해설위원 영입에 올인했다. 박지성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SBS의 간판 축구 캐스터 배성재 아나운서는 박지성을 설득하기 위해 두 번이나 영국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배성재 아나운서를 통해 구두합의를 마친 박지성은 한국으로 입국해 SBS 경영진과의 실무 협상에서 뜻밖의 제안을 했다. 바로 2017년 5월을 끝으로 폐지된 지상파 최장수 축구전문 프로그램 <풋볼 매거진 골!(아래 <풋매골>)>의 부활이었다. 물론 타 방송국에도 <비바K리그>(KBS)와 <스페셜K>(MBC)라는 축구 전문 프로그램이 있었다. 하지만 SBS의 <풋매골>만큼 대중성과 전문성을 겸비하며 축구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은 없었다.

박지성은 <풋매골> 부활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얻어낸 후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프랑스의 2번째 우승으로 러시아 월드컵이 막을 내린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지난 21일 드디어 축구팬들이 기다리던 <풋매골 시즌2>가 부활했다.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던 '해버지'의 바람이 작게나마 이뤄진 셈이다.

 축구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풋매골>이 1년 2개월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축구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풋매골>이 1년 2개월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 SBS 홈페이지 화면 캡처


7년 동안 장수한 지상파 유일의 축구전문 매거진 프로그램

토요일 심야 시간에 방송해 1~2%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방송국의 상업 논리대로라면 진작 폐지가 거론됐을 비인기 프로그램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에서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치고 지상파 유일의 음악전문 프로그램 <유스케>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유스케>는 아이돌부터 인디 뮤지션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음악들을 '편견 없이'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대중 음악 발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비록 장르는 다르지만 시청률로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풋매골>도 <유스케>와 비슷한 가치를 가진 프로그램이다. <풋매골>은 지난 2011년 3월,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단독중계와 프리미어리그 중계로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 SBS에서 선보인 축구전문 프로그램이다. SBS의 간판 축구캐스터 배성재 아나운서와 2년 차 신입 김민지 아나운서가 초대 MC로 활약했다.

 SBS <풋볼 매거진 골!>의 한 장면

SBS <풋볼 매거진 골!>의 한 장면 ⓒ SBS


'축구가 예능보다 더 재미 있을 수 있다'는 모토로 출발한 <풋매골>은 두 MC와 장지현,박문성,김동완 해설위원을 패널로 앞세워 일반 축구팬들과 마니아들을 모두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배성재 아나운서의 중매로 '해버지' 박지성을 만난 김민지 아나운서는 지난 2014년 박지성과 결혼해 슬하에 두 아이, 그리고 한국 최고의 축구 영웅을 '부엌형 미드필더'로 두며 영국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배성재 아나운서가 7년 동안 남자MC 자리를 독식한 가운데 김민지 아나운서가 결혼과 함께 하차했던 2대MC는 <풋매골>에서 '위클리 풋볼'을 진행했던 장예원 아나운서가 이어 받았다. 장예원 아나운서는 맨유의 특급 유망주였던  아드낭 야누자이(레알 소시에다드)와 비교되며 '예누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장예원 아나운서는 첫 방송에서 배성재 아나운서로부터 "'축구여신'이 될 생각 따윈 버리고 '축구귀신'이 될 각오를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장예원 아나운서가 2016년 6월10일 방송을 끝으로 하차한 후 <풋매골>은 과감하게 '빅네임'을 데려 왔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SBS 8시 뉴스의 메인 앵커로 활약한 박선영 아나운서였다. 당시 축구팬들은 "야누자이가 떠나서 아쉬웠는데 호날두가 들어왔네"라며 박선영 아나운서의 영입(?)을 반겼다. 하지만 박선영 아나운서가 새 MC로 들어온 지 1년도 되지 않아 <풋매골>은 7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아쉽게 종영됐다.

 SBS <풋볼 매거진 골!>의 한 장면

SBS <풋볼 매거진 골!>의 한 장면 ⓒ SBS


시즌2로 돌아온 <풋매골>, 진짜는 아시안 게임 이후부터

차범근 전 해설위원은 시즌1 마지막회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풋매골>이 너무 늦지 않게 조금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리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라는 덕담을 남겼다. 그리고 차범근 전 해설위원의 덕담이 현실로 이뤄지기까지는 1년 2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7월21일 많은 축구팬들이 기다려 왔던 <풋매골>이 시즌2로 돌아온 것이다.

'시즌1'에서 코너를 진행하며 호시탐탐 MC자리를 노리던 조정식 아나운서와 김윤상 아나운서를 뒤로 하고 '시즌2'의 MC는 변함 없이 '배거슨' 배성재 아나운서로 결정됐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러시아월드컵 결승전 중계를 마치고 귀국해서 곧바로 '시즌2' 1회 녹화에 참여했을 정도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터줏대감의 의지를 드러냈다.

김민지, 장예원, 박선영 아나운서로 이어지는 <풋매골>의 '4대 안방마님'은 SBS 아나운서팀의 막내 주시은 아나운서가 맡게 됐다. SBS <모닝와이드-생생지구촌>을 진행하고 있는 주시은 아나운서는 월드컵 당시 거리응원 현장 리포터를 맡았고 배성재 아나운서가 월드컵 중계로 자리를 비운 동안에는 < 배성재의 TEN > 임시DJ로 활약한 바 있다. 첫 회부터 차분한 매력의 박선영 아나운서와는 다른 신입 아나운서 특유의 통통 튀는 진행이 돋보였다.

21일 '시즌2' 첫 방송에서는 16일에 폐막한 러시아 월드컵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경기를 중심으로 월드컵 주요 경기의 하이라이트와 함께 월드컵을 결산했고 지난 11일 대구 FC와 상주상무의 경기에 출전했던 월드컵 대표 선수 조현우 골키퍼와 홍철, 김민우를 인터뷰했다. 특히 스웨덴전에서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반칙을 저지른 김민우에게 허심탄회한 뒷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역시 축구에 대한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는 <풋매골>다웠다.

<풋매골> 시즌2 첫 방송은 프리뷰 방송의 느낌이 강했다. 8월 중순부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일정이 시작되기 때문에 <풋매골>은 아시안게임 기간 2~3주 동안 결방이 불가피하다. '풋골 크레이지', '무회전 프리톡', 풋매골 인터뷰' 등 시즌 1에서 보여준 재미 있고 다양한 코너들은 아시안게임이 폐막된 후부터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해버지' 박지성이 남긴 유산 덕분에 축구팬들의 금요일밤이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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