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라운> 스틸컷

<더 크라운> 스틸컷 ⓒ 넷플릭스


미국의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가 올해 에미상을 휩쓸었다. 13일 발표된 후보 명단에서 넷플릭스는 112개 부분에서 후보를 배출하며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의 라이벌로 거론되었던 HBO는 108개의 후보를 올려 2위를 기록했다. 2017년 에미상 후보 명단에서 HBO에 밀려 2위를 기록했던 넷플릭스는 작년의 패배를 완전히 설욕하고 정상에 서게 됐다. 특히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더 크라운>(The Crown)이 13개 부문의 후보로 발표되며 관심을 끌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일생을 담은 <더 크라운>은 영미권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넷플릭스의 새로운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왕실의 존재가 큰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당연하게 흥행했고, 최근 왕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며 상업적으로 성공한다.
 <더 크라운> 스틸컷

<더 크라운> 스틸컷 ⓒ 넷플릭스


뛰어난 고증, 완벽한 연기

엘리자베스 2세의 재위 초반은 정치적 갈등으로 얼룩진 시대였다. 2차대전의 후유증에서 회복하는 영국에 냉전이라는 새로운 시련이 찾아왔으며, 제국주의의 몰락과 함께 세계 질서의 중심이 서유럽에서 미국과 소련으로 양분된다. 왕실 내에서도 50년만에 처음으로 여성 군주가 탄생하면서 여러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드라마는 엘리자베스 2세와 남편 필립 공의 갈등, 동생인 마거릿 공주와의 갈등 등 가족과 국가 사이에서 갈등하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자세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황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은 가족보다 왕위의 전통과 권위를 선택하며 국가를 우선시한다. 여왕의 할머니인 메리 여왕이 엘리자베스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 문구가 <더 크라운>의 주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반드시 왕위가 이겨야 한다, 항상 이겨야만 한다."

그 외에도 수에즈 운하 사태나 당시 여당이었던 보수당 내 당권 갈등 같이 당대 신문을 장식했던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고증도 철저하다.

시대적 배경과 각종 갈등으로 드라마의 분위기는 대체로 진중하고 무겁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뉴스나 일반적인 기록에서는 볼 수 없는, 왕실 구성원들의 인간적인 면이 부각된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2세가 군주로서의 권위와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모습은 왕실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다. 엘리자베스 2세와 필립 공의 유년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며, 그들의 과거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닥터후>(Doctor Who)에서 11대 닥터를 연기했던 맷 스미스(Matt Smith)가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인 필립 공 역할을 맡았다. <닥터후>로 각인되었던 천진난만한 이미지가 여왕의 남편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맷 스미스는 상대적으로 원칙과 전통을 중요시한 여왕과 달리 왕실 내에서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자유분방했던 필립 공을 성공적으로 연기하며 처음으로 에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빛났던 배우는 역시 엘리자베스 여왕을 연기한 클레어 포이(Claire Foy)다. 무명 배우였던 클레어 포이는 <더 크라운>에서 엘리자베스 2세의 아우라를 완벽하게 재현해내며 유명 배우로 발돋움한다.
 <더 크라운> 스틸컷

<더 크라운> 스틸컷 ⓒ 넷플릭스


시즌 1, 2의 배우들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더 크라운>은 총 6시즌으로 기획되었다. 시즌 1, 2는 1947년 엘리자베스 공주와 필립 공의 결혼부터 1963년 프르푸모 스캔들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즌 3은 마거릿 공주의 사생활 스캔들, 노동당의 정권교체, 대영제국의 완전한 해체 등의 이야기를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드는 여왕과 왕실 구성원들의 모습을 고려하여 시즌 3에서는 주연 배우들이 전격적으로 교체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역은 올리비아 콜맨(Olivia Colman), 필립 공은 토비아스 멘지스(Tobias Menzies), 마거릿 공주 역으로 헬레나 본햄 카터(Helena Bonham Carter)가 캐스팅되었다. 과연 이들이 어느덧 중년기에 접어든 왕족들을 잘 연기해 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시즌 3의 공개 일정에 대해서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2019년 초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희찬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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