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축구 와일드카드에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AG 축구 와일드카드에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남자 축구대표팀 명단이 확정됐다. 김학범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16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20인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와일드카드에는 손흥민, 조현우, 황의조가 선발됐다.

세 선수 모두 일찌감치 발탁이 예고된 자원들이었다. 손흥민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로서 유럽무대와 국가대표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고, 조현우는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하며 신들린 선방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논란의 대상은 황의조였다. 단 3장만 쓸 수 있는 와일드카드는 누가 봐도 팀 전력의 클래스를 한 단계 높여줄 수 있는 검증된 선수여야 한다. 사실상 이견의 여지가 없었던 손흥민-조현우와는 달리 황의조의 발탁은 일부 축구팬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황의조 역시 성인 국가대표에 승선한 경험은 있지만 월드컵 등 메이저대회에서 활약한 경험은 없고 그리 특출하다는 인상을 남기지도 못했다.

김학범 감독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학연, 지연, 의리 이런 것은 전혀 없다. 금메달을 따고, 모든 선수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한 개인을 위한 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황의조 발탁'에 이어지는 물음 세 가지

'AG 와일드카드' 손흥민-조현우-황의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손흥민(왼쪽부터), 조현우, 황의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 'AG 와일드카드' 손흥민-조현우-황의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손흥민(왼쪽부터), 조현우, 황의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사실로 드러난 부분만 놓고 보자. 황의조와 김학범 감독이 성남 시절에 인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데리고 있던 선수이다 보니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대표팀 진용을 짜는 데 이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학범 감독과 황의조 사이가 인맥이나 의리를 운운할 정도로 '특수한 관계'라고 볼 여지는 부족하다. 황의조는 성남 유스팀으로 꼽히는 풍생중고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를 거쳐 성남에 입단했다. 김학범 감독은 명지대와 국민은행 출신이며 황의조가 성남에 입단할 무렵에는 강원 감독으로 있다가 후일 성남의 지휘봉을 다시 잡으며 뒤늦게 인연을 맺은 케이스다.

황의조의 와일드카드 발탁의 정당성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황의조가 실력으로 대표팀에 발탁될 만한 자격을 갖췄는가, 둘째로 대표팀에 지금 황의조가 꼭 필요한 자원이었는가, 마지막으로 셋째는 과연 황의조보다 더 나은 선수는 없었는가다.

첫째로 황의조의 실력 부분이다. 황의조는 최전방 공격수와 2선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공격수로서 연계 능력이 괜찮은 편이고 지공시에는 2선이나 측면까지 내려와서 플레이를 하는 등 넓은 활동범위와 공간 활용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원톱과 투톱에서 모두 활용이 가능하다. 최근 소속팀이 속해 있는 일본 J리그에서 7골을 넣으며 득점 부문 공동 3위를 달리고 있을 만큼 컨디션이 좋다. 아시아권, 그것도 23세 이하 선수들이 주축이 된 아시안게임에서는 충분히 통할 만한 자원이다.

둘째는 김학범호에서 황의조의 전술적 필요성이다. 왜 굳이 와일드카드를 또 공격수로 선택했는가 하는 부분은 이 논란에서 가장 핵심적인 대목이기도 하다. 이미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 등 공격진에 우수한 자원들이 대거 몰린 상황에서 와일드카드 한 장 정도는 노련한 수비수 보강에 안배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리 있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유럽파 선수들의 차출 시점이 불명확하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이번 대표팀에 발탁된 공격수 5인방 중 3명이 유럽파다. 이들이 만일 아시안게임에 모두 출전한다고 해도 조기합류가 어렵다면 김학범호는 조별리그에서 나상호 한 명으로 공격진을 운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조별리그에서 만나는 상대팀이 아무리 약체라고 해도 무조건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결국 대표팀을 직접 운영해야 하는 감독의 전술적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황의조보다 나은 선수가 없었는가 하는 의문. 이는 결국 1·2번과 연장선상에서 평가해야 하는 부분이다. 축구팬들에게서 황의조와 비교 대상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선수는 바로 석현준이다. 유럽무대에서 오랫동안 활약했고 손흥민-황희찬과도 호흡을 맞춘 경험이나 타깃맨으로서 피지컬의 장점이 있는 석현준이 황의조보다 낫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그런데 석현준에게도 황의조에게 했던 세 가지 질문을 그대로 적용해보면 어떨까. 소속팀에서 활약을 살펴보면 석현준은 올해만 놓고 봤을 때 득점이 13경기에서 1골에 불과하다. 유럽축구가 현재 휴식기간이라 최근의 컨디션도 불명확하다. 또한 석현준도 손흥민-황희찬-이승우와 마찬가지로 유럽파이기 때문에 소속팀의 차출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역시 조별리그까지 조기 합류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공격수 이외에 포지션 활용능력이 넓은 것도 아니다. 선수로서의 종합적인 인지도와 커리어 면에서는 석현준이 '더 돋보이는' 선수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김학범호에서 황의조보다 석현준이 '더 필요한' 선수라고 확실하게 장담할 근거는 부족하다.

'유럽파'가 '아시아리거'보다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이번 논란에서 또 다른 불편한 지점은 일부 팬들이 석현준의 발탁을 주장하는 배경에 손흥민-이승우와 마찬가지로 '유럽파'라는 점과 '병역 문제'가 주로 거론된다는 사실이다. 일부 팬들이 강력하게 발탁을 주장했지만 역시 제외된 백승호나 이강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럽파니까 막연히 국내파나 아시아리거보다 무조건 나을 것이라는 선입견, 특정 선수의 인지도나 이미지 때문에 병역 혜택이 걸려있는 대회에서 덜 유명한 선수보다 우선적으로 배려를 받아야 한다는 발상이야말로 오히려 의리나 인맥에 좌우되는 축구에 더 가깝다.

'AG 와일드카드'에 황의조 선발... '컨디션 좋아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황의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황의조는 현재 컨디션이 매우 좋다. 왜 석현준을 안 뽑고 황의조를 뽑느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현재 컨디션을 가장 큰 기준으로 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AG 와일드카드'에 황의조 선발... '컨디션 좋아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황의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황의조는 현재 컨디션이 매우 좋다. 왜 석현준을 안 뽑고 황의조를 뽑느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현재 컨디션을 가장 큰 기준으로 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일부 극성팬들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여론몰이를 통한 '낙인찍기'다. 김학범 감독은 자신이 더 잘 아는 선수, 팬들이 선호하지 않는 선수를 발탁했다는 이유만으로 '적폐', '인맥축구' 같은 부당한 프레임 씌우기의 희생양이 되어 공격당하고 있다. 단순히 대표팀에 대한 순수한 관심이나 애정의 표현과는 다른 문제다. 물론 그 배경에는 과거부터 누적된 국내파 감독들과 한국축구의 인맥-학연주의에 대한 강한 불신이 누적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무조건 낙인부터 찍기 시작하면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는 선수 발탁이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신태용 감독은 부진한 장현수나 김민우를 기용했다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조현우와 김영권을 과감하게 주전으로 기용한 것 역시 신 감독이었다. 조현우는 월드컵 개막 전까지 팀 내에서 2~3순위로 꼽히던 골키퍼였고, 김영권은 장현수 이상으로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비난을 받던 수비수였다.

어차피 감독의 모든 선택은 결과론이다. 황의조가 만일 김학범호에서 부진하다면 그 결과를 놓고 비판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황의조를 기용하는 것은 대표팀 선수선발의 원칙이나 기준에 위배되는 결정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오히려 감독의 정당한 권한에 해당한다.

국가대표 선발은 인기투표가 아니다. 감독이 자신이 잘 아는 선수, 자신이 선호하는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무조건 '의리축구'·'인맥축구'라고 매도를 당해야 한다면, 팬이라는 신분과 집단적 여론의 영향력을 내세워 감독의 권한에 개입하고 선수 선발까지 좌지우지 하려는 것은 '여론축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감독이나 선수가 여론의 눈치만 보기에 급급하다면 과연 팀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결국 어떤 결과가 나오든 책임지는 것은 선수나 감독이다.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포퓰리즘'이 오히려 다수의 갑질이라는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점이야말로 우리가 무분별한 여론축구를 경계해야 할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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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시안게임 황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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