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축구팬들에게는 월드컵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지만 일찌감치 월드컵 일정을 마감한 한국은 이미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K리그는 지난 7일부터 월드컵 휴식기(?)를 마치고 후반기 일정에 돌입했고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고민에 들어갔다. 모 해외 언론에서는 전 일본 대표팀 감독 바히드 할릴호지치가 한국의 새 감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구체적인 루머까지 등장했다.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 앞에 놓인 가장 가까운 대형 이벤트는 역시 오는 8월에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 16일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최종 엔트리 2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월드컵에 출전했던 '유럽파' 황희찬(찰츠부르크)과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를 비롯해 부상으로 아쉽게 월드컵 출전이 무산됐던 대형 센터백 김민재(전북현대)가 예상대로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AG 와일드카드' 손흥민-조현우-황의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손흥민(왼쪽부터), 조현우, 황의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 'AG 와일드카드' 손흥민-조현우-황의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손흥민(왼쪽부터), 조현우, 황의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한편 3명까지 출전할 수 있는 만 24세 이상의 와일드카드에는 '월드컵 스타' 손흥민(토트넘)과 조현우(대구FC)가 선발돼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병역혜택의 기회를 노린다. 하지만 손흥민,황희찬과 함께 와일드 카드에 선발된 또 한 명의 선수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감바 오사카에서 활약하고 있는 공격수 황의조가 그 주인공이다.

성남의 유소년 시스템을 거쳐 K리그와 J리그의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난 황의조는 성남FC의 유소년 팀인 풍생중과 풍생고를 거친 '성남의 아들'이다. 2011년 연세대에 진학한 황의조는 대학에서 2년을 보낸 후 성남FC에 입단했는데 황의조가 프로에 입단한 이듬해 성남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가 바로 김학범 감독이었다. 김학범 감독 밑에서 3년 동안 배우고 성장했으니 김학범 감독과 황의조의 인연은 꽤나 깊고 돈독하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수원 삼성과의 데뷔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은 황의조는 입단 첫 해 자신의 주포지션인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로 뛰면서 2골 1도움에 그쳤다. 황의조는 김학범 감독이 부임한 2014년에도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28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다. 점점 프로 무대에 적응하긴 했지만 성남팬들이 기대한 만큼의 성장 속도를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황의조는 성남의 원톱으로 고정된 2015년 드디어 자신의 잠재력을 한껏 뽐냈다. 리그에서만 34경기에 출전한 황의조는 9번이나 경기 수훈선수(맨오브더매치)에 선정되며 15골 3도움으로 K리그 득점 부문 3위에 올랐다. FA컵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국가대표로서 기록한 A매치 데뷔골까지 합치면 황의조는 2015년 한 해 동안 무려 22골을 기록했다.

황의조는 2016년에도 다소 기복을 보이긴 했지만 37경기에서 9골3도움을 기록하며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티아고(전북현대)와 함께 성남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2016 시즌이 끝나고 성남이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K리그 정상급 공격수 황의조는 J리그 이적설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여름 이적 시장에서 황의조는 J리그의 감바 오사카로 이적했다.

황의조는 감바 오사카 이적 후 첫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좋은 활약을 기대케 했지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접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황의조는 부상을 털어낸 올 시즌, J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감바 오사카는 올해 J리그 18개 구단 중 16위에 머물며 강등 위기에 놓여 있지만 황의조는 팀의 부진과 별개로 21경기에서 12골을 기록하면서 J리그 득점 랭킹 공동3위에 올라있다.

대표팀만 가면 부진했던 황의조, 명예 회복할 절호의 기회

최근 3~4년 동안 K리그와 J리그에서의 활약만 보면 황의조는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 중에서 가장 꾸준한 활약을 보이는 공격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황의조는 뛰어난 활약에 비해 축구팬들에게 놀랄 만큼 저평가돼 있다. 바로 대표팀에서의 부진한 활약 때문이다. 2015년 10월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에서 국가대표 데뷔 3경기 만에 A매치 첫 골을 기록할 때까지만 해도 황의조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공격수 자원으로 꼽혔다.

하지만 황의조는 이정협(쇼난 벨마레), 석현준(트루아 AC)과 대표팀의 원톱 경쟁을 벌이던 2016년 A매치에서 몇 차례 결정적인 득점기회를 놓치면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눈 밖에 났다. 결국 황의조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주력 선수로 나서지 못했고 신태용 감독 부임 후에도 러시아,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만 대표팀에 소집됐다. 결국 황의조는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예비 엔트리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그렇게 국가대표 선수로서 존재감이 작아지던 황의조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 와일드카드 명단에 '뜬금없이' 등장했다. 많은 축구팬들은 성남 시절 김학범 감독과 황의조의 인연을 언급하며 황의조 선발이 소위 '의리 발탁'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 손흥민과 황희찬,이승우 같은 월드컵 대표 선수들이 대거 포진된 이번 대표팀에서 약점으로 지적되는 포지션은 공격보다는 수비, 그 중에서도 좌,우 풀백이다.

'AG 와일드카드'에 황의조 선발... '컨디션 좋아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황의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황의조는 현재 컨디션이 매우 좋다. 왜 석현준을 안 뽑고 황의조를 뽑느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현재 컨디션을 가장 큰 기준으로 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AG 와일드카드'에 황의조 선발... '컨디션 좋아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황의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황의조는 현재 컨디션이 매우 좋다. 왜 석현준을 안 뽑고 황의조를 뽑느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현재 컨디션을 가장 큰 기준으로 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연합뉴스


김학범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손흥민을 비롯해 황희찬, 이승우 등 유럽파들의 합류시점이 불투명해 공격진을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럽파들의 합류가 늦어지고 와일드카드를 풀백 자원으로 선발했다면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공격수가 나상호(광주FC) 한 명밖에 남지 않는다. 이름값이 더 높은 석현준 대신 황의조를 선발한 이유 역시 두 선수의 현재 컨디션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많은 논란 속에 와일드 카드로 선발된 박주영(FC서울)은 일본과의 3-4위전에서 한국을 동메달로 이끄는 결승골을 기록하며 자신을 향한 논란을 잠재웠다. 황의조 역시 지금의 논란을 씻어낼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것이다. 과연 J리그의 특급 스트라이커 황의조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을 아시안게임 2연패로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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