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2018년 KBO리그 정규 시즌은 전반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14일 울산 남구 문수야구장에서 올스타 게임을 포함하여 올스타 브레이크를 보내는 KBO리그는 17일부터 후반기 일정에 돌입하게 된다.

2018 시즌 전반기는 2017년과 비교하여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KBO리그에 참가한 이래 첫 시즌인 2013년을 제외하고 매년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NC 다이노스가 리그 최하위로 전반기를 마무리했고, 결국 시즌 도중 감독이 물러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2007년을 끝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한화 이글스는 5할 승률 시즌도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2018년 전반기를 끝낸 시점에서 한화는 놀랍게도 5할 승률을 거뜬하게 넘기며 무려 리그 2위를 마크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는 일부 주축 선수들의 부상 및 계투진의 부진으로 인하여 전반기 5할 승률을 넘기지 못했다. 반면 두산 베어스가 지난 해에 아깝게 놓쳤던 리그 1위 자리를 다시 탈환한 가운데 2위 한화와 무려 7경기의 여유 있는 격차로 전반기를 마쳤다.

최근 4년 최상위권 유지한 두산, 다시 찾은 1위

2013년 한국 시리즈 진출 이후 두산은 2014년 정규 시즌 6위에 그쳤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뒤 2015년 정규 시즌 3위를 기록하고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오른 두산은 2016년에는 압도적인 정규 시즌 승률 1위를 기록하며 정상 굳히기에 들어갔다.

2017년 KIA 타이거즈가 정규 시즌 및 한국 시리즈 통합 챔피언에 올랐지만, 두산은 2017년에도 정규 시즌 2위 및 한국 시리즈 진출을 기록하며 꾸준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성적의 기복이 적었던 덕분에 두산은 2018년에 다시 승률 1위를 되찾았고, 올 시즌 다시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다.

최근 KBO리그의 역대 한국 시리즈 우승 팀들을 살펴보면, 특정 팀이 정상권을 4~5년 정도 유지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동안은 SK 와이번스가 3번의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며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삼성 라이온즈가 모두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2009, 2011, 2012 SK 준우승).

2011년과 2012년에 삼성과 SK가 각각 우승과 준우승으로 정상권 바통을 넘기는 시기였다면, 2015년에는 삼성과 두산이 그랬다. 다만 삼성은 주축 전력이 급격히 이탈하기 시작한 2015년 가을을 기점으로 2016년 9위까지 추락하며 그 전환의 시기를 급격히 단축했다. 이후 두산은 2번의 한국 시리즈 챔피언과 한 차례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SK가 2년 연속 한국 시리즈 우승 후 2009년에 한 차례 준우승으로 숨고르기를 한 것처럼, 현재까지는 두산도 2년 연속 한국 시리즈 우승 후 2017년 숨고르기를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2018년 전반기까지는 두산이 2007년에서 2010년까지의 SK와 조금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SK는 2007년 통합 챔피언이었지만 두산은 정규 시즌 3위로 포스트 시즌을 올라왔다는 점이다.

그 동안 두산에서 꾸준히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현 kt 위즈)가 떠났지만, 두산은 그 자리에 조쉬 린드블럼을 보강했다. 타선에서는 민병헌(롯데 자이언츠)과 해외에서 복귀한 김현수(LG 트윈스)를 붙잡지 않았음에도 그 공백을 충분히 메워 버렸다.

그 결과 두산은 4월부터 승패 마진 +12를 만들었다. KBO리그에서 승패 마진을 한 달이라도 +12를 기록했던 팀 중에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팀은 여태까지 없었던 만큼 두산은 올 시즌에도 사실상 독주 체제를 달리고 있다. 이용찬과 유희관이 복귀하면서 투수진도 한층 힘을 얻었고, 결국 두산은 승패 마진 +29의 압도적인 승률(58승 29패 0.667)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두산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통합 우승을 달성했던 2016년 정규 시즌 승패 마진은 +43이었다(93승 1무 50패). 당시 0.650의 승률을 기록했던 두산인데, 2018년은 전반기만 해도 그 때보다 더 승률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의 페이스대로 정규 시즌 성적을 환산하면 두산은 96승까지 달성할 수 있는데, 페이스가 더욱 상승한다면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100승 시즌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판을 흔든 한화, 2위로 전반기 마무리

한용덕 감독의 부임으로 새롭게 시즌을 맞이한 한화의 2018년 슬로건은 "Break The Frame(판을 흔들어라)"였다. 그리고 현재까지 한화는 최근 10년 동안 리그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바꾸면서 판을 크게 흔들고 있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의 성적이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내부 FA 3명을 붙잡은 것과 외국인 용병 계약 이외 외부 FA 영입이 없었고 김응용, 김성근 등 왕년의 명감독들이 한화를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5년 동안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4월을 5위(14승 15패)로 마무리하면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6월을 마무리한 시점에서 한화는 48승을 거두며 한때 승률 6할까지 올라갔다. 52승 37패 승률 0.584로 전반기를 마무리한 한화는 1위 두산과 7경기 차이, 3위 SK 와이번스와 2경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올 시즌 89경기를 치른 한화는 남은 55경기에서 20승만 거둬도 올 시즌 승률 5할을 기록할 수 있게 된다. 한화가 5할 이상 승률로 시즌을 마무리한 적은 2008년이 마지막으로, 당시 8구단 체제에서 5위를 기록하는 바람에 아쉽게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기억이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5할 승률을 넘긴 팀들은 모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만큼 현재 페이스로 한화는 2007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끝낸 한화는 보다 강력한 팀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과감하게 칼을 빼어 들었다. 7월 13일 부로 한화는 외국인 투수 제이슨 휠러를 방출했고 데이비드 헤일을 영입했다. 휠러는 확실한 결정구가 없었던 약점이 노출되면서 다른 팀들에게 투구 패턴이 읽혔고, 결국 전반기 3승 9패로 팀이 만족할 성적을 남기질 못했다.

한화가 새롭게 영입하게 된 헤일은 올 시즌 뉴욕 양키스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으나, 간혹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선발로도 활약할 수 있음을 어느 정도 보여줬던 투수였다. 그런데 7월 초에 헤일은 갑자기 양키스 로스터에서 빠지면서 양도 지명(Designed for Assignment) 공시됐다.

보통 양도 지명 공시의 경우 마이너리그 옵션이 소진된 유망주 선수를 마이너리그에 내릴 때 쓰는 방식으로, 공시 기간에 다른 팀에게 내줘야 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쓰는 방식이다. 그런데 한화가 바로 헤일을 영입할 의사를 보였고, 이적료 없이 50만 달러에 계약하게 됐다.

한화가 최근 몇 년 동안의 모습과 다른 점은 박상원, 서균, 박주홍 등 젊은 투수들의 과감한 기용과 더불어 등판 일정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혹사가 줄어든 불펜이 효율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52승 중 31승이 역전승일 만큼 후반 집중력도 뛰어났다.

예상치 못했던 NC의 최하위, 감독 내려놓은 김경문

NC는 올 시즌을 앞두고 주전 포수였던 김태군이 군 복무에 들어가면서 투수 리드의 변화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은 됐다. 그러나 왕웨이중과 이재학 등을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이 개막 초반부터 길게 버티지 못하고, 필승조들이 한 번 씩은 2군을 다녀오는 등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그런데 타자들의 부진이 한 번에 겹치는 바람에 NC는 4월 24경기에서 7승 17패에 그쳤다. 4월에만 팀 타율이 0.229에 불과했던 상황에서 NC는 도저히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결국 NC는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빠져나온 롯데 자이언츠를 제치고 리그 최하위로 내려간 뒤, 그 순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6월 3일 경기가 끝나면서 김경문 전 감독은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창단 초대 감독이라는 상징성과 그 동안의 실적이 있었기 때문에 김경문은 팀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구단 고문으로 이동하긴 했지만, 팀 성적이 추락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은 분명했다.

NC는 단장이었던 유영준을 감독대행으로 임명하여 남은 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유영준이 감독 경험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감독 경험이 이수중학교와 장충고등학교 등 아마추어 팀에서만 이뤄졌다는 것이 한계였다. 그나마 그 감독 경험도 2011년이 마지막으로, NC가 창단된 이후 스카우트 단장과 구단 단장 등 프런트에서 길게 활약했던 유 감독이었다.

사실 NC는 2013년의 4월을 제외하면 그 동안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동안은 꾸준히 포스트 시즌도 진출했다. 그러나 그 동안 그 4년을 쉴새없이 달려왔던 선수들이 한꺼번에 지치면서 NC는 창단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주전 포수 김태군의 군 입대 공백은 너무나 컸다. 올 시즌 NC는 김종민, 김형준, 박광열, 신진호, 윤수강, 정범모 등 무려 6명의 포수를 기용하면서 10팀 중 가장 많은 포수를 활용한 팀이 되었을 정도로 김태군의 공백을 확실히 메워준 선수가 없었다.

결국 NC는 시즌 도중 리빌딩 체제로 전환하게 되었고, 일단 전반기의 마지막을 4연승으로 마무리했다. 다만 NC가 후반기에 꼴찌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던 kt가 3경기 반 차 9위까지 내려왔고,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8위 롯데와의 승차도 6경기 차다. 5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승차는 11경기나 벌어져서 현실적으로 추격은 힘든 상황이다.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는 디펜딩 챔피언 KIA

디펜딩 챔피언 KIA는 선발진의 짜임새는 좋았다. 공동 다승왕이었던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를 필두로 팻 딘 등 1~3선발이 안정적이었고, 임기영이 잠시 부상으로 빠졌지만 자리를 메울 후보는 있었다. 그러나 헥터도 팻 딘도 지난 해에 비해서는 다소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월에 들어서 기나긴 재활 끝에 윤석민이 돌아왔다. 그러나 어깨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투수들이 대부분 그러했듯이 그가 나오는 날이면 마음을 내려놓고 보는 것이 차라리 편할 정도였다. 결국 윤석민은 불펜으로 돌리고 임기영이 다시 선발로 복귀하게 됐다. 코칭 스태프 중에서는 이대진 투수코치가 2군으로 옮기고 불펜에서 코치를 맡던 서재응이 투수코치를 맡게 됐다.

디펜딩 챔피언이었지만 KIA에서 팬 투표 + 선수단 투표 결과로 나눔 올스타에 선정된 선수는 팀내 타율 1위를 기록한 안치홍(0.373, 리그 2위) 뿐이었다. 우투좌타 포수 김민식의 경우 나눔 올스타에 김태군(군 복무중)과 박동원(넥센 히어로즈, 구속 기각 상태)이 없었던 관계로 감독 추천을 받아 올스타 게임에 나가게 됐을 정도다.

보통 디펜딩 챔피언 팀의 선수들은 다음 시즌에 많은 선수들이 올스타로 출전하게 마련인데, 이번 시즌에는 팀 성적이 6위까지 추락한 가운데 팀내 타율 2위 최형우(0.350, 리그 5위)도 올스타에 선정되지 못했다. 게다가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에서는 최하위 NC를 상대로 스윕패를 당하면서 영 좋지 않은 마무리를 보이기도 했다.

올 시즌 KIA가 리그 타율 5위 안에 드는 선수를 2명이나 배출하고 있음에도 부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병살타 때문이다. 전반기까지 KIA는 10팀 중 병살타 부문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기록을 남기는 바람에 주자를 쌓고도 충분히 득점하지 못하는 상황을 너무 많이 연출했다.

그나마 수비가 불안한 가운데 최근들어 투수들이 조금씩은 좋아지고 있으며, 베테랑 투수 임창용도 엔트리에 돌아왔다.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점 때문에 올 시즌 하락한 성적이 더 주목되고 있는 KIA는 포스트 시즌 진출은 커녕 5할 승률 사수도 힘들어 보이는 가운데(40승 45패 0.471), 후반기에 어느 정도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심 요소다.

각 팀이 85경기에서 90경기까지 끝낸 가운데, 후반기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이라는 추가 변수가 있다. 다수의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되는 만큼 중간 휴식기가 생기는데, 이로 인해 다소 지친 선수들이 숨을 한 번 고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경기 감각에 영향이 생길 수도 있다.

때문에 올 시즌은 예년보다 후반기 일정이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보이며, 한국 시리즈가 11월까지 이어지게 된다. 예년과 다른 일정 속에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후에 웃게 될 팀은 어떤 팀이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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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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