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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 석문면에 위치한 당진화력 발전소. 한전 측은 이곳에서 신송산까지 송전선로를 추가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당진화력발전소와 발전소에서 뻗어 나온 철탑 당진시 석문면에 위치한 당진화력 발전소. 한전 측은 이곳에서 신송산까지 송전선로를 추가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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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가 한전 중부건설본부의 사업 진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진시는 한전 중부건설본부(아래 한전)가 제출한 '345kv 당진화력-신송산간 송전선로 건설사업'(아래 석문 송전선로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지난 9일 반려했다. 당진시는 (한전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문제점으로 △공론화 미진행으로 인한 절차적인 정당성(투명성) 결여 △환경보전방안 대안(지중화) 임의 제외의 불법성 등을 들었다.

특히 당진시는 "(한전이) 관련 주민과 원만히 협의한 이후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진행한다고 명시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공공기관의 신뢰와 도덕성에 회복하기 어려운 큰 타격을 미치게 되어 이후 관련 사업 추진을 더욱 힘들게 하는 뇌관으로 작용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한전 중부건설본부 측은 "지난 2013년도부터 지속적으로 주민들과 협의를 해 왔다. 정해진 사업이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협의서 백지화 됐는데도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초안'

앞선 지난 6월 29일 한전 측은 '345kv 당진화력-신송산간 송전선로 건설사업'(아래 석문 송전선로 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당진시에 제출했다. 한전 측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따르면 사업기간은 2021년 6월까지이며, 총 22.23km(지상 17.74km, 지중선로 4.49km) 구간에 철탑수는 51개다.

한전의 행정절차 돌입에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됐다. 실제로 이들은 한전의 본격적인 행정 절차 돌입이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점을 분명했다.

석문면 주민자치위 김용균 간사는 "해당 경과지 주민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땅에 송전철탑이 지나간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확인한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급작스럽게 행정 절차를 진행한다고 하니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전선로 목적 두고도 의견 엇갈려  

환경영향평가서 제출 자체도 반발을 샀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 담겨 있는 내용 역시 지적 받아 왔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따르면 석문 송전선로 사업은 "충남 서북부 지역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하고, 지역 개발로 인한 신규 전력수요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와 계통연계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대해 당진송전선로범시민대책위원회(아래 범대위)의 유종준 사무국장은 "한전의 사업 목적을 충남 서북부 지역의 전력 공급이라는 설명은 기존 설명과는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유 사무국장에 따르면 당초(제6차 장기송배전 설비계획 발표 시, 2013년 경) 한전 측은 석문송전선로 구간이 기존 '765kv 송전선로'(당진화력에서 수도권 전력공급을 위한 송전선로)의 고장 가능성을 대비한 예비선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전 측은 북당진변전소 설립 허가 신청 시기(2015년 경)에는 석문 송전선로 구간이 평택 고덕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전이 석문 송전선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기에 따라 그 목적을 계속 바꿨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 국장은 "사업 목적 자체가 바뀌는 것은 사업 필요성 자체를 의심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전 측 관계자는 "우리의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 그렇게 말한 적도 없다. 어차피 송전선로는 다 연결되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5월 경과지 마을 주민들은 당시 한전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던 '석문송전선로 반대 대책위'를 성토하며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에게 제대로 통보조차 하지 않고 밀실협약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석문 송전선로 반대 대책위는 해체됐다.
▲ 석문송전선로 사업 반대 집회 지난 5월 경과지 마을 주민들은 당시 한전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던 '석문송전선로 반대 대책위'를 성토하며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에게 제대로 통보조차 하지 않고 밀실협약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석문 송전선로 반대 대책위는 해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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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협의서 백지화했다는데... 주민 협의했다는 한전

주민 협의 부분도 문제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주민협의체 구성·운영을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적 경과지를 검토·선정 했다"고 적시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당진시의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반려 이유에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한전 측과 협상을 벌이던 '석문송전선로반대대책위원회'(아래 석문반대대책위)는 지난 6월 22일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석문반대대책위는 해체시에 기존 협의서 작성 내용까지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석문반대대책위 인나환 위원장은 "반대대책위의 협의 내용은 모두 백지화됐다. 공문으로 협의가 백지화 됐음을 알리기도 했다. 현재 상태는 명백하게 주민과의 협의가 안 되어 있는 상태다. 한전이 주민협의체를 통해 최적 경과지를 검토 선정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전 측이 송전선로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범대위 측은 강력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황성렬 범대위 집행위원장은 "한전 측이 최근 송악과 석문 등에서 유신시대에나 있을 법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송전선로는 주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다.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범대위 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준비 안 된 석문 대책위

기존 '석문송전선로사업'의 한전의 대화 상대는 '석문송전선로 반대 대책위'였다. 하지만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은 반대대책위를 비토했고, 결국 반대대책위는 해체하는 수순을 밟았다. 기존 협의도 모두 무효를 선언한 상태였다. 한전의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2년 이상의 대화 파트너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이런 마을의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당진시의 반려 조치 역시 예상된 상태에서 초안을 당진시에 밀어 넣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주민들이 이런 한전의 태도를 보면서 신뢰를 할 수 있을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당진시가 초안 제출이 사업 추진을 더욱 어렵게 하는 '뇌관'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현재 석문의 주민들은 대책위 구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석문이장단협의회는 지난 9일 회의를 통해 경과지 이장을 중심으로 하는 집행부를 꾸리기로 했다. 대책위의 정관과 집행부 구성은 다음주 초 회의를 통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송전선로와 관련한 한전과의 마찰이 북당진변전소-신탕정변전소 구간 뿐만 아니라 당진화력-신송산간 구간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분간 당진시의 송전철탑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당진신문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태그:#석문 송전선로, #한전, #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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