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의 '5분 차트' 그래프. 11일부터 새벽 시간대엔 다음 순위 예측 기능이 일시적으로 차단되었다. (사진 상단) 반면 오전 시간대엔 평소와 마찬가지로 1-2위 순위 예측이 활성화 되었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의 '5분 차트' 그래프. 11일부터 새벽 시간대엔 다음 순위 예측 기능이 일시적으로 차단되었다. (사진 상단) 반면 오전 시간대엔 평소와 마찬가지로 1-2위 순위 예측이 활성화 되었다. ⓒ 카카오M


"얼음. 땡!"

11일을 기해 국내 모든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운영 방식이 일부 변경되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와 네이버뮤직을 포함한 주요 음원 서비스 사업자 등으로 구성 된 '가온차트 정책위원회'에서 실시간 음원 차트의 신뢰성 강화를 위해 차트 운영 정책을 일부 변경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차트 프리징'으로 불리는 이번 개편안에 따라 매일 새벽 1시부터 총 6시간 동안 실시간 차트는 운영되지 않고 오전 7시부터 운영이 재개되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물론 해당 시간 동안 음원 사용량을 미집계하는 것은 아니며 이 시간대 사용량 역시 일간, 주간, 월간 단위 순위에는 정상적으로 포함된다.

지난해 2월 음원사이트 1차 개편 이후로 가장 큰 변화가 시행된 셈이다.

음원 사재기 시도 차단 위한 궁여지책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실시간 차트 운영 방식 개편이 이뤄진 건 각종 논란을 야기한 '음원 사재기' 시도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음원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새벽 시간대는 적은 이용량만으로도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 가수들이 자정(0시)에 맞춰 신곡 음원을 발표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난 2017년 2월 27일부터 국내 음원사이트는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나온 음원들만 그대로 실시간 차트에 반영하고,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까지 나온 음원은 다음날 오후 1시 차트에 반영하는 것으로 차트 운영방식을 개편했다. 이후 가수들은 밤 12시에 발표하던 음원을 주로 오후 6시에 발표하기 시작했다. 오후 6시부터 7시까지가 실시간 차트 반영 적용의 마지막 시간대이기 때문에 이 시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당초 새벽 시간대 스트리밍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가수들이 발표시간을 오후 6시로 당기면서 경쟁은 그대로였다. 오히려 새벽 시간 때 일부 열성 팬덤의 자발적 스트리밍 경쟁을 부추기면서 특정 가수곡 줄세우기 현상이 심화되기도 했다. 또 사재기 의혹을 불러 일으킨 '닐로 사태'로 인해 실시간 차트 폐지 및 무용론까지 대두됐다. 무명 가수인 닐로의 음원이 인기 아이돌 그룹 노래의 이용 추세와 비슷한 기현상이 벌어져 많은 음악 팬들 사이에선 사재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선 실시간 차트 폐지 대신 새벽 시간대 운영 중단이란 다소 궁여지책에 가까운 방식을 선택했다. 서비스 이용자들이 일일이 찾아듣는 노력 대신 주로 인기곡(순위 등재곡) 위주로 감상하는 특성으로 인해 매출 확보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실시간 차트의 폐지는 이번에도 이뤄지지 못했다.

밴드왜건 효과 차단 vs. 또 다른 꼼수 등장 우려

 멜론, 지니, 벅스 등 국내 주요 음원 업체의 어플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차트 화면. 이달 11일을 기해 새벽 1시부터 총 6시간 동안 운영이 중단된다.

멜론, 지니, 벅스 등 국내 주요 음원 업체의 어플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차트 화면. 이달 11일을 기해 새벽 1시부터 총 6시간 동안 운영이 중단된다. ⓒ 카카오M/지니뮤직/NHN벅스


일단 새벽 시간에 한해 실시간 차트 운영을 중단하게 되면서 일부에선 오전 시간대를 겨냥한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어떤 선택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정보로 인하여, 그 선택에 더욱 힘을 실어주게 되는 효과)를 차단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긍정론이 대두되었다.

어떻게든 새벽 음원 순위에 한 자리를 차지해놓고 많은 사람들이 출근하는 오전 시간대에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유도하기 위한 팬덤 스트리밍 경쟁이나 불법 음원 사재기 시도는 줄어들지 않겠냐라는 것이다.

반면 새로운 꼼수 등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장 차트 운영이 중단되는 동안 각 사이트 메인 페이지나 모바일 어플에선 새벽 1시 기준 실시간 순위가 6시간 동안 계속 변동 없이 노출이 되었다. 때문에 매일 마지막 집계 발표가 이뤄지는 새벽 1시 차트 진입을 노리고 자정 이후 1시간 동안 더욱 강력해진 사재기 시도가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새벽 순위 운영이 없어진 만큼 아예 낮시간대에 과감히 사재기를 시도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예전보다 더 많은 금액을 기획사 측에 요구하는 브로커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지적은 눈여겨 볼 만하다.

지난해 2월 순위제 개편이 결과적으론 신인급의 인지도 낮은 가수들에겐 더욱 어려운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만큼 이번 개선안 역시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관계자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첫 술에 배부를 리 없다. 그러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그저 일회성으로만 그친다면 갈수록 신뢰를 잃고 있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는 더욱 공신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순히 면피성 개혁이 아닌, 업계 및 대중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제도 정착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바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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