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축구협회장, 러시아월드컵 대표팀 해단식 참석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을 가졌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해단식장에 도착하고 있다.

▲ 정몽규 축구협회장, 러시아월드컵 대표팀 해단식 참석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을 가졌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해단식장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병역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언제나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일반인에게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직업의 수명이 짧은데다 몸이 재산인 프로스포츠 선수들에게 병역문제는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가는데 있어서 중대한 변수가 되기도 한다. 오늘날 국민의 보편적 의무와 운동선수의 특수성, 그리고 달라진 시대적 환경 사이에서 최선의 균형을 찾는 것은 병역문제의 새로운 화두가 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최근 언론간담회에서 축구선수들의 '입대연령 조절'이라는 이슈를 제기하여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은 이날 러시아월드컵을 결산하고 앞으로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과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축구선수들의 병역 문제를 거론했다. 한국 선수들이 병역의무로 인하여 기량이 가장 좋은 전성기에 군에 입대해야하고 해외 진출도 제한되는 등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정 회장은 2002 한일월드컵과 이웃나라 일본의 예를 들었다. 당시 한일월드컵 4강신화로 박지성-이영표 등 다수의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았고 이후 해외진출까지 이뤄내며 한국축구의 경쟁력과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2012 런던올림픽(동메달)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한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훨씬 많은 선수들이 유럽무대에서 뛰고 있으며 굳이 빅리그나 빅클럽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유럽에 도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자국대표팀의 경쟁력은 곧 선수들의 경쟁력에 달렸고, 한국축구에서 선수들의 경쟁력은 병역문제라는 변수와 복합적으로 연관되어있음을 지적한 부분이다.

대한축구협회장, 상무 입대 연령 앞당기는 방안 제시

아쉬움 남기고 귀국한 손흥민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조별예선에서 2골을 기록한 손흥민 선수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아쉬움 남기고 귀국한 손흥민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조별예선에서 2골을 기록한 손흥민 선수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현재로서 국내 축구선수들이 현역 입대를 제외하고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군경팀에 입단하여 병역의무를 수행하면서 선수활동을 병행하거나, 혹은 국가대표로서 올림픽에 출전해 3위 이내, 아시안게임에서 1위를 차지하여 병역혜택을 따내는 것이다.

현재 축구계의 흐름은 상무의 연령제한을 기준으로 대체로 20대 중반, 늦어도 만 27세 이내에 맞춰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해외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우 K리그에서 6개월 이상 뛰어야 군경팀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기 때문에 조건이 더 까다롭다. 그렇다고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같은 국제대회에 나가 입상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정 회장은 축구선수들의 입대 연령을 23세 이하로 앞당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K리그의 23세 이하 의무 출전 규정처럼 군경팀들도 가급적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일찍 뽑아서 육성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일반인들이 군에 입대하는 시기와도 비슷하다. 선수들도 기왕이면 어린 나이에 병역문제를 빨리 해결할수록 홀가분하게 이후의 선수생활에 전념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축구계는 몇 년 전에도 입대 연령 조절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당시는 만 30세 이후로 입대 가능시기를 최대한 늦춰 달라는 게 핵심이었지만 국민정서 및 타종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국방부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논의의 여지는 있지만 입대 연령을 낮추는 것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대안이다. 어차피 프로에 갓 데뷔한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주전을 꿰차기는 쉽지 않다. 현행 제도에서는 군경팀에 입단하여 병역을 빨리 해결하고 싶어도 한창 전성기를 달리는 20대 중후반의 K리그 주전급 선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어린 선수들에게 돌아갈 기회가 많지 않다.

유망주들이 어린 나이에 일본 J리그같은 해외무대로 유출되는 현상도 심각하다. 군경팀의 입대 연령을 낮추거나 의무적인 출전조항을 삽입하면 경기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 병역문제도 일찍 해결하면서 경기 경험을 쌓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운동선수 병역문제, 다시 논의할 때가 왔다

선수단 격려하는 정몽규 축구협회장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을 가졌다. 해단식장을 향해 누군가 투척한 계란이 바닥에 떨어지고 영국국기가 그려진 쿠션이 날아든 가운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수고한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 선수단 격려하는 정몽규 축구협회장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을 가졌다. 해단식장을 향해 누군가 투척한 계란이 바닥에 떨어지고 영국국기가 그려진 쿠션이 날아든 가운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수고한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 권우성


물론 입대 연령을 조절하는 것이 병역문제 해결의 획기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입대 연령에 대한 논의 자체는 예전부터 꾸준히 이야기되어왔던 이슈이며, 축구협회만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의 협의 및 타 종목과의 균형이 뒷받침되어야하는 부분이다. 일부 축구팬들이 정 회장의 제안에 대하여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시선끌기용 이슈'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실적으로 이승우, 백승호, 이강인처럼 유럽무대에서 유소년 시스템을 거쳐 차근차근 성장한 케이스의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입대연령을 낮추는 것이 더 큰 제약이 될 수도 있다. 또 해외 구단들이 성장 가능성 높은 한국의 어린 선수들을 일찍 영입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정작 병역문제가 당장 발등의 불이 된 손흥민, 석현준, 조현우같이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20대 중반의 유명 선수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대안이라는 점도 팬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다만 입대 연령 조절이라는 이슈가 제안 자체의 완성도를 떠나, 운동선수의 병역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사회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한다는 필요성은 존재한다. 과거와 크게 달라진 시대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국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담론 자체가 그동안 부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운동 선수들의 병역문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에는 극과 극의 반응이 공존한다. 일각에서는 손흥민같이 해외에서 활약하는 유명 선수들의 국위선양 효과를 거론하며 병역을 면제하는 '특혜'를 주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아시안게임 때마다 국가대표 자격 논란이 벌어지는 프로야구의 사례처럼 국제대회가 언제부터인가 '소수의 엘리트 선수들만을 위한 합법적 병역해결의 도구'로 변질되었다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냉정히 말해 운동선수들이 군경팀을 통하여 선수생활을 지속하면서 군문제를 같이 해결할수 있다는 것만 해도 일반 국민들의 보편적 눈높이에서 보면 엄청난 특헤에 해당한다. 심지어 도박 같은 단기 국제대회 성과에 따라 누구는 병역혜택까지 얻고, 누구는 아예 국가대표에 승선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솔직히 축구나 야구 선수들의 경우, 병역혜택이라는 '당근'이 없었다면 굳이 비중이 떨어지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참여할 일도 크게 줄었을 것이다. '국방의 의무'의 핵심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한다는 것인데, 스포츠계에서 자꾸 운동 선수의 특수성만을 앞세워 고작 '포상'이나 '흥정'의 대상으로 몰고가려는 발상 자체가 이기적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부분은 관계자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할 대목이다.

국제대회 수상 위주의 낡은 병역혜택 제도는 이제 그만

분명한 점은 병역문제에 대한 기존의 접근방식이나, 국제대회 수상 위주의 낡은 병역혜택 제도를 이제 다시 논의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손흥민처럼 대표팀에 오랫동안 꾸준히 헌신한 선수들은 국제대회 성적이나 A매치 기록-출장횟수 등에 따라 '포인트제'를 도입하여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병역을 연기하거나 입대 연령시기를 늦춰주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 또한 해외파 선수들의 경우, 군경팀에 입단하기 위하여 일정 기간 K리그에서 뛰어야하는 의무조항을 폐지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병역문제를 바라보는데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포퓰리즘적인 접근이다.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만을 충족시키기 위한 '특혜'가 되어서도 안 되고, 병역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다수의 선량한 구성원들이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받게해서도 안 된다. 축구로 누리는 재미나 국위선양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다수의 보편적 눈높이에 맞는 올바른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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