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를 눌러주세요 하트를 부탁드려요
이게 얼마나 성실하고 트렌디 해야 하는데"
-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중

이십 대 중반 세 명의 천방지축 여자들이 만나 밴드를 결성했다.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낚겠다'는 의미를 가진 이름의 밴드 '피싱걸스(Fishingirls)'다. 작곡과 작사를 하며, 노래하고 기타 치는 비엔나핑거가 결성한 피싱걸스는 2013년 첫 EP <꺼져짜져 뿌잉뿌잉>을 발표하고 잠시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다가 약 2년 전, 오구구(드럼), 양다양다(베이스)를 영입하면서 다시금 재미있고 발랄한 노래를 들고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 2월 '일 초도 없단다', 5월에는 '좋아요를 눌러주세요'를 발표했다.

"주변 아가씨들이 술 먹고 주정하는 거로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술 먹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말썽꾸러기 여동생, 철딱서니 없는 옆집 백수 누나, 있을 법한 캐릭터를 조금 더 유머러스하게 풀었다 하면 될 것 같아요."(비엔나핑거)
"진상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오구구)

자신들의 음악을 펑크팝으로 정의한 그들은 8~9월 즈음, 첫 정규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펑크를 기반으로 하는 팝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와 닿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록 밴드잖아요? 사람들이 밴드에 대한 편견이 있어요. '록은 어려워. 올드해. 그리고 가사도 잘 안 들려.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시끄러운 것 아니면 머리 긴 사람이 발라드를 부르는 게 록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하드코어할 때, 여자친구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음악이 너무 어려워'였어요. 그때, 내 친구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 했죠. 록으로요. 멜로디는 굉장히 가볍게 하되 곡 구성과 연주는 허투루 하지 않고요. 결코 가볍게만 볼 수 없는 편안한 록을 한다 보면 될 것 같아요."(비엔나핑거)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 피싱걸스, 그들의 첫 정규 앨범은 <CUTE BUT PSYCHO>가 될 것 같다고. 지난 6월 12일, 종로 북촌에서 피싱걸스의 세 멤버 비엔나핑거, 양다양다, 오구구를 만났다.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관심 받고 싶은 심리 유머러스하게 푼 노래


- 피싱걸스 팀명의 의미는?
비엔나핑거 : "술 한잔 하다 가볍게 만든 거예요. '밴드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하다가 '관객이나 낚아' 이러면서 '가볍게 피싱걸스로 가자'. 많은 뜻이 있지 않지만 관객들을 낚겠다는 의미죠."

- 좀 낚았어요?(웃음)
비엔나핑거 : "요즘 슬슬 낚고 있어요!"
오구구 : "미끼를 조금씩 물고 있어요."
비엔나핑거 : "우리는 미끼를 던졌을 뿐이고!"
오구구 : "미끼를 물어버린 것이여(웃음)."

- 팀은 어떻게 결성이 되었나요?
비엔나핑거 : "청주에 있을 때 여자 뮤지션들과 같이 만들었어요. 제가 서울에 와서 활동을 안 하고 있다가 오구구, 양다양다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3년 되었어요."

- 5월에 발표한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곡 소개를 한다면?
오구구 : "SNS 관종에 감정을 이입해서 쓴 노래에요. '좋아요'를 눌러주었으면 좋겠다 싶어 관심받고 싶어 하는 짓을 많이 찾아다니는 귀여운 여자아이 노래죠."
비엔나핑거 : "제가 봤을 때 모두가 '관심 종자' 같아요. 누구나 관심받고 싶어 하고요. 노래를 만들 때, 캐릭터를 설정해 놓아요. 그 캐릭터가 노래에 과하게 표현이 되지만 사실,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캐릭터거든요. 우리 모두가 관심 종자인데, 유머러스하게 푼 것뿐이에요. 조금 더 진상으로 푼 거죠."

- '좋아요'를 많이 눌러 주던가요?
비엔나핑거 : "발표하면 인스타그램 스타가 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팔로워는 없습니다(웃음)."

- '좋아요' 몇 개가 목표인가요?
오구구 : "K가 붙는 거요(웃음)."

"공연 오시면... 예쁜 척 하지 않아서 함께 망가지는 재미가 있어요"


- 2월에 발표한 '일 초도 없단다'는 어떤 곡인가요?
양다양다 :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있는데 헤어지고 단 한 번도, 1초도 널 좋아한 적 없다고 말하는 이야기에요." 

오구구 : "뽕 느낌을 살짝 가미를 해봤어요."

비엔나핑거 : "진부한 이별 이야기죠. 쿨한 척하면서도 미련 덩어리거든요. 헤어진 남자친구가 '얘가 나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자신의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니는 것을 전해 들었을 때 얼마나 열이 받겠어요? 나도 너 좋아한 적 1초도 없어 어디 가서 가슴 아프다고 내 이야기 팔지 마라고 하는 노래죠. 올드한 트위스트 리듬을 주었어요. 기타 리프가 주가 되는 곡을 쓰고 싶었어요. 리프 위에 약간 어린 소녀의 목소리를 얹은 듯한 느낌으로 곡 작업했고, 뽕끼 어린 보컬을 얹혀서 재미있게 구성했어요."

- 무대에서 에너지가 뜨거운데, 일상은 어때요?
오구구 : "집순이고요. 집 밖으로 나가는 거 싫어하고 화초 돌봐요."
비엔나핑거 : "너 왜 그래?(웃음) 보시면 아시겠지만 산만해요. 같이 있으면 시끄럽고 재미있어요."
양다양다 : "그나마 제가 제일 정상이에요(웃음)."

- 정규 앨범 준비를 하고 있다고요?
비엔나핑거 : "기존 EP에 실린 3곡과 발표한 싱글들을 리마스터링하고요. 신곡 2~3곡 정도 해서 정규 앨범이 나올 것 같아요. 듣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재미있고 재치 넘치는 앨범이 될 것 같아요. 요즘에는 우울한 정서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음악, 영화도 그렇고요. 어려우면 예술적으로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돌 음악을 제외하고는 밝은 노래가 없는 거예요. 대책 없이 밝은 노래라고 해야 하나? 그런 노래를 들려줄 앨범이 되지 않을까 해요."

- 언제요?
"8~9월 즈음."

- 앨범 제목은 정해졌나요?
비엔나핑거 : "생각은 하고 있는데, 가장 유력한 것은 < CUTE BUT PSYCHO >가 되지 않을까. 귀엽지만 미친."

- 피싱걸스가 생각하는 록이란?
오구구 : "차분한 일상 속에서 가끔 활력이 되는 거?"
양다양다 : "자유로움을 한껏 표현할 수 있는 거요. 나를 분출할 수 있는 거죠."
비엔나핑거 : "일상 같아요. 저보고 사람들이 '레알펑커'라고 하거든요. 펑크음악을 해서가 아니고 삶이 펑크라고 그래요. 록은 제 일상 같아요. 저의 모든 에너지와 정신이죠. 사람들과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제게는 록밖에 없어요. 제일 많이 소통하고 보여줄 수 있는 거요. 저 자신인 것 같아요."

-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은가요?
비엔나핑거 : "록 스타!"

- 라이브 공연을 찾는다면 어떤 즐거움을 얻을지.
오구구 : "비엔나핑크의 윙크를 받을 수 있고요. 양다의 춤도 볼 수 있어요. 드럼의 귀여움도 볼 수 있고요(웃음)."
비엔나핑거 : "첫째는 공연 오시면 모든 노래를 한 번 들었음에도 2절부터는 따라 부를 수 있는 매력이 있어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둘째는 저희는 예쁜 척을 하지 않아서 함께 망가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뭐가 있을까?"
오구구 : "역시 귀여움인가요?(웃음)"
양다양다 : "예쁜 척은 하지 않지만 귀여움은 있다?"
비엔나핑거 : "어이 없는 만담을 들을 수 있습니다(웃음)."
오구구 : "만담을 못해요. 답답함을 느낄 수 있어요(웃음)."
양다양다 : "근데 노래만 시작하면 뻥 뚫리는 거죠."


멤버 일문일답

오구구
좋아하는 뮤지션 : 고고 팽귄(GO GO PENGUIN)
취미 : 식물 가꾸기
꿈 : 내 집 마련
피싱걸스의 매력 : 흔한 동네 여동생

양다양다
좋아하는 뮤지션 : 투 톤 슈(TWO TONE SHOE)
취미 : SNS, 춤추기
꿈 : 피싱걸스가 잘 되어 최고의 록 밴드가 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피싱걸스의 매력 : 자주 오래 보면 사랑스럽다

비엔나핑거
좋아하는 뮤지션 : 피싱걸스
취미 : 독서, 음주와 가무
꿈 : 록 스타가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고 싶고 많은 분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
피싱걸스의 매력 : 깨발랄, 깨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