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8일(현지 시간), 튀니지와 잉글랜드의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모습.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선수가 결승골을 터뜨리고 기뻐하고 있다.

2018년 6월 18일(현지 시간), 튀니지와 잉글랜드의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모습.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선수가 결승골을 터뜨리고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어느덧 준준결승 단계인 8강전에 접어들었다. 이틀 동안 열리는 8강전 4경기 중 2경기가 끝났는데 이변들이 끝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월드컵은 어떤 팀이 우승을 차지할지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역대 20번의 월드컵에서는 총 8팀이 우승을 경험했다. 월드컵 본선에 가장 많이 출전하고 있는 브라질(21회 개근)이 우승 횟수도 5회로 가장 많고, 초창기 시대부터 꾸준히 우승을 적립했던 이탈리아와 독일(서독 시절 포함)이 각각 4회 우승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초대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각각 2회 우승을 차지했다.

2회 이상 우승을 경험한 브라질, 이탈리아, 독일,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5팀을 보통 월드컵의 5대 전통 강호라고 부른다. 이들 이외에 잉글랜드(1966), 프랑스(1998) 그리고 스페인(2010)은 각각 한 차례 우승을 경험한 팀들로 결승 문턱에 꾸준히 진출하진 못했지만 기회가 왔을 때 우승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팀들이다.

5대 전통 강호 모두 4강 진출 실패, 이제 "절대강자"는 없다

그런데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8강전을 하루 밖에 치르지 않았는데도 그 5대 전통 강호들이 모두 탈락했다. 이탈리아는 아예 본선에 나오지도 못했고, 본선에 나오긴 했던 독일은 멕시코와 대한민국에게 2패를 당하며 처음으로 16강 안에 들지 못했다.

이탈리아와 독일을 제외한 나머지 전통 강호 3팀은 어떻게 16강까지는 올라왔다. 그러나 D조 2위 아르헨티나는 16강전부터 C조 1위 프랑스를 만나는 바람에 서로 7골을 주고받는 화끈한 경기 끝에 3-4로 패하고 짐을 싸게 됐다.

A조 1위 우루과이는 16강전에서 B조 2위 포르투갈에게 승리했고, E조 1위 브라질은 F조 2위 스위스에게 승리했지만, 그리 쉽게 승리하진 못했다. 우루과이는 8강전에서 프랑스를 만났고, 브라질은 G조 1위 벨기에를 만나게 됐다. 그리고 우루과이와 브라질 모두 각각 2실점으로 패하면서 우승을 향한 여정을 8강전에서 멈추게 됐다.

월드컵 우승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던 팀은 이제 잉글랜드(G조 2위)와 프랑스(C조 1위)만 남게 됐다. 스페인은 B조를 1위로 통과했지만 16강전부터 개최국 러시아(A조 2위)를 만나는 바람에 승부차기까지 혈투를 벌였고, 2명의 키커가 실축을 하는 바람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프랑스는 가장 먼저 4강에 안착했고, 잉글랜드는 F조 1위 스웨덴과의 8강전을 앞두고 있다.

전통 강호들이 탈락한 대부분의 원인에는 특정 선수들에게 의존한 플레이를 펼쳤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에게 지나치게 의존했고, 우루과이는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가 부상으로 8강전에 결장한 것이 뼈아팠다. 브라질 역시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를 중심으로 한 공격 패턴이 막히면서 고전했다.

FIFA 랭킹 1위 독일은 57위였던 대한민국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가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스페인은 월드컵에서 개최국을 만나면 부진하는 징크스가 있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러시아를 16강전에서 만나는 바람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유럽 6팀만 남은 월드컵, 4팀은 첫 우승 도전

아직 8강전의 2경기가 남았지만, 러시아 월드컵은 유럽에서 출전한 6강 팀만 남게 됐다. 스웨덴(F조 1위)과 잉글랜드(G조 2위)의 경기, 러시아(개최국, A조 2위)와 크로아티아(D조 1위)는 각각 7월 7일 밤과 8일 새벽(이하 한국 시각)에 열리는 경기를 통해 4강의 남은 두 자리를 결정하게 된다. 유럽 팀으로만 4강전을 치르게 되는 사례는 2006년 독일 대회(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이후 처음이다.

월드컵에서 생존하고 있는 팀들은 4강 진출을 확정지은 프랑스(6월 FIFA 랭킹 7위)와 벨기에(FIFA 랭킹 3위)로, 이들은 11일 새벽 3시에 4강전을 치른다. 남은 8강전의 승리 팀들은 12일 새벽 3시에 4강전을 치러 결승 진출 팀을 가리게 된다. 3,4위 결정전은 14일 밤 11시에 열리며 결승전은 16일 0시에 열린다.

잉글랜드(FIFA 랭킹 12위)와 프랑스는 1966년과 1998년에 각각 자국에서 열렸던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나머지 생존 팀들 중 준우승까지 경험한 팀은 스웨덴(1958년 자국 개최, FIFA 랭킹 24위) 뿐이며, 크로아티아(FIFA 랭킹 20위)는 첫 출전이었던 1998년 3위에 올랐다. 러시아(FIFA 랭킹 70위)와 벨기에는 1966년과 1986년에 각각 4위까지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그래도 한 번 씩은 월드컵에서 우승을 했던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다른 대회에서는 그렇게 꾸준하게 최상위권 성적을 올렸던 적은 없었다. 축구 종가라 불렸던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우승한 1966년을 제외하고 결승에 올랐던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4강까지 올라갔던 적도 1990년 이탈리아 대회(4위)가 전부였다.

프랑스 역시 자국 대회인 1998년 우승을 제외하고 결승에 진출했던 적이 2006년 독일 대회(준우승)가 전부였다. 4강까지 들었던 적은 1958년(3위)과 1982년(4위) 그리고 1986년(3위) 3번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4강에 진출하면서 도합 6번의 4강 진출 기록을 갖게 됐다. 잉글랜드나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결승 진출 1회)은 최상위권에 자주 들지는 못했지만 우승 기회가 오면 그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스웨덴과 러시아, 벨기에 그리고 크로아티아는 오랜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에 도전하고 있다. 스웨덴도 1번의 준우승과 3번의 4강 이외에는 성적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팀이며, 러시아는 8강에 들었던 적이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벨기에도 1986년 멕시코 월드컵 4강 이후 최고 기록이며, 크로아티아는 첫 출전 3위 이후 토너먼트에 올라온 것이 처음이다.

징크스 깨뜨리고 있는 잉글랜드, 천적 스웨덴도 넘을까

7일 밤 8강전을 앞두고 있는 잉글랜드는 그 동안 월드컵에서 자신들을 괴롭히던 각종 징크스를 이번 대회에서 하나하나 깨뜨리고 있다. 토너먼트로 열리는 축구 대회에서 승부차기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지만, 그 동안 잉글랜드는 이탈리아 못지 않게 승부차기 징크스에 시달리던 팀이었다.

이탈리아는 1990년(4강전), 1994년(결승전) 그리고 1998년(8강전) 3번의 승부차기에서 모두 고개를 숙인 이력이 있었다. 이탈리아가 승부차기 징크스를 깨는 데에는 4번의 기회가 필요했고, 결국 2006년 독일 대회 결승전에서 그 징크스를 깨뜨릴 수 있었다.

잉글랜드 역시 승부차기 징크스를 깨뜨리는 데 4번이 걸렸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4강전에서 승부차기 때문에 서독을 넘지 못했던 잉글랜드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넘지 못했다. 게다가 당시 슈퍼 스타였던 데이비드 베컴이 경기 도중 퇴장까지 당하면서 승부차기에서 악재로 작용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만나 승부차기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철저한 훈련을 통해 승부차기에 대한 대비를 보다 확실하게 했고, 결국 16강전에서 콜롬비아를 상대로 그 효력을 발휘했다. 골키퍼 조던 픽포드(에버튼)의 선방 속에 잉글랜드는 12년 만에 8강 진출을 이뤄냈다.

승부차기 징크스를 깼지만, 잉글랜드는 또 한 번의 징크스를 깨뜨려야 한다. 이번에는 천적 스웨덴과의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1968년 친선 경기부터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 F조 조별리그에서 만날 때까지 잉글랜드는 스웨덴을 상대로 12경기 8무 4패에 그쳤다. 2011년 친선 경기(1-0 승리)와 2012년 유로 대회(3-2 승리)에서 2경기 승리를 하긴 했지만, 가장 최근인 2012년 11월 친선 경기에서 2-4로 패하면서 징크스를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스웨덴의 전력은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과의 첫 경기에서는 대한민국 수비수들의 실수로 찾아온 패널티킥을 놓치지 않았고, 멕시코와의 3차전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해 F조 1위를 차지했다. 독일과의 조별리그 2차전 경기에서 2실점하며 패했지만, 그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3경기에서 한 번도 실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잉글랜드는 스웨덴 징크스도 완전히 깨뜨리려고 한다. 골키퍼는 승부차기 선방을 통해 자신감을 더욱 키웠고, 젊은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토트넘)을 앞세운 화끈한 공격력을 통해 한 경기 6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체력 바닥난 러시아와 크로아티아, 멘탈이 더 강한 팀은?

개최국 러시아와 크로아티아는 과거 냉전 시대에 공산권 국가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러시아는 소련이 해체되면서 우크라이나 등의 독립 국가들이 나뉘었고, 크로아티아는 유고슬라비아에서 나뉘어 1998년 월드컵부터 독립된 국가 자격으로 출전한 이력이 있다.

이들이 월드컵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께 출전했던 대회는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과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있었는데, 러시아와 크로아티아 모두 각각 조별리그에서 부진하며 탈락했기 때문에 만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서로 처음 맞대결하게 된 지금 시점에서 러시아와 크로아티아는 모두 체력적으로 지쳐있는 상태다. 두 팀 모두 조별리그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16강에 진출했지만, 16강전에서 각각 스페인과 덴마크를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벌이는 바람에 체력이 바닥났다.

16강전을 치른 뒤 두 팀에게는 5일의 휴식이 주어졌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 이어 연장 혈투를 벌인 두 팀이 체력을 회복하기에는 그리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FIFA 랭킹으로 드러나는 객관적 전력에서는 크로아티아(20위)가 러시아(70위)보다 앞서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월드컵 예선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FIFA 랭킹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어려웠고, 숫자로 나타낼 수 없는 개최국이라는 이점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러시아와 크로아티아는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전력의 차이보다는 경기 당일 어떤 팀이 더 집중력있는 경기를 선보이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월드컵에서 2회 이상 우승한 전통의 강호들이 모두 탈락한 가운데, 이제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남은 6팀들의 우승 가능성이 점점 비슷해지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의 체력은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결승전으로 갈수록 선수 개인의 집중력에 의해 승부가 갈릴 수도 있다.

브라질과 벨기에의 8강전은 브라질 수비진의 한 순간 실수로 인하여 발생한 자책골이 승부를 가르고 말았다. 이렇듯 한 순간 실수로 인해 승리 가능성이 높은 팀이 패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끝까지 집중력을 더 길게 유지하는 팀이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 전통 강호들이 모두 떠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컵 트로피를 들어올리게 될 팀은 누가 될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2018러시아월드컵 월드컵전통강호탈락 월드컵역대우승팀기록 브라질탈락 우루과이탈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