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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은 잠을 잔다. 잠의 질과 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적게 자기도 한다. 1965년 캘리포니아의 10대 소년 랜디 가드너는 11일동안 잠을 자지 않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그는 26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은 후에 기록을 세우고 15시간을 내리 잤다고 한다.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영국 총리를 지낸 마거릿 대처도 수년 동안 하루 네 시간 정도 취침했다고 하니, 이들은 일반인과 다른 수면을 취한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잠이 몸을 사로잡게 되어, 비몽사몽한 상태로 잠의 노예가 된다. 약간 피곤한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어쩌면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낮을 헤매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겪어온 일이다.

잃어버린잠을찾아서
 잃어버린잠을찾아서
ⓒ 마이클멕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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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잠을 찾아서>는 말 그대로 잃어버린 잠을 찾느라 불면증과 수면 장애로 고생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본인도 불면증으로 엄청난 고생을 겪은 사람이다. 밤에 잠을 제때 자지 못해서 낮에 고생하는 정도가 아니라, 수면과 관련된 병으로 굉장히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강론을 하다가 졸은 적도 있고, 자는 사이에 도둑이 방으로 들어와 침대를 돌아 걸어가서 지갑을 훔치는 것도 모르고 잔 적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서른여섯 살 때 수면검사를 받기 위해 의사를 찾았다가 자신이 5시간 49분 동안 287번 잠에서 깨는 수면무호흡증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독특한 이력 때문인지, 저자는 잠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해서 이 책을 펴냈다.

책에 따르면, 잠과 관련된 고통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잠을 깨지 못하는 고통이다. 기면증 환자나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수면 도중에 위험을 겪을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잠을 못 자는 고통이다. 많은 사람들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고통을 겪고, 불면증 치료법을 연구해 왔다.

책은 미국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벤저민 프랭클린의 독특한 수면 치료법을 소개한다. 프랭클린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거나, 옷을 많이 입어서 덥기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만의 독특한 대책을 사람들에게 소개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의 불면증 치료법은 간단했다. 침대를 두 개 사용한다. 이 침대에서 잘 수 없으면 저 침대에서는 반드시 잘 수 있다. 그는 사람들이 너무 덥기 때문에 잘 자지 못한다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다. 더운 이유는 옷을 너무 많이 입거나 너무 많이 먹었거나 아니면 둘 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224P)


그런데 책에 실린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이 방법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던 듯하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 역시 불면증이 심했는데, 그는 침대를 두 개 사용하라는 프랭클린의 조언이 별로 유용하지 않았다고 느꼈다. 대신 그는 밤산책을 즐겼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도시 런던과 함께 불면의 밤을 보냈다.
디킨스는 불면증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밤거리를 거닐었다. 막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인 1830년대, 그는 보즈라는 이름으로 신문과 잡지에 글을 싣고 있었다. 새벽 3시와 4시 사이의 런던, 런던이 비밀을 드러내는 때에 대한 글을 주로 썼다. "하지만 런던의 거리는, 영광의 절정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그 거리는, 도로를 진창으로 만들 습기가 충분한, 어둡고 퀴퀴하며 음산한 겨울밤에 보아야 한다." (243~244P)


디킨스는 평생을 잠과 싸워가며, 자신의 작품에 수면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책에 따르면, 그의 불면증은 침대가 제 몫을 하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재능에 날개를 달게 하는 데는 성공했던 것이다.

한편, 미국의 발명가 에디슨은 적은 수면을 나쁘게 여기지 않았던 인물이다. 에디슨은 일에 대한 독특한 강박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낮에 잠깐씩 눈을 붙여서 토막잠 자는 습관을 들였다. 직원들은 밤 9시가 넘어서도 집에 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에디슨 본인은 밤 12시 정각에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먹기도 했고, 신발을 벗지 않고 침대에서 눕기도 했다.

책에 따르면, 에디슨은 70대가 된 후에는 한 팬에게 편지를 쓰며 자신의 성공비결은 하루에 18시간씩 일했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전구를 발명해서 잠자는 시간인 밤을 줄이고 낮을 연장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에디슨은 심지어 침대에 누울 때도 신발을 벗지 않기도 했고, 다른 사람이 잠을 자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던 듯하다. 책은 에디슨이 맥베스처럼 잠을 살해했다고 평한다. 그런 노력으로 온 세상이 밤을 잊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잠이 워낙 흥미로운 주제이기 때문에, 책이 소개하는 잠 이야기도 매우 다양하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소논문 '수면과 불면에 관해서'를 썼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그의 작품에서 잠에 대해 200군데도 넘게 언급했다고 한다.

책은 이런 역사적 인물이 관련된 수면 이야기 이외에도, 수면장애로 인해 발생한 위험한 사건, 철학자들과 관련된 잠 이야기, 문학작품 속에 나온 잠과 꿈의 이야기, 자신이 겪은 수면무호흡증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잠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답게, 이 책의 목차는 수면 시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인 책처럼 1, 2장으로 나뉜 것이 아니라 8:48 PM, 12:02 AM처럼 시각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리고 이 시각들은 8:00 PM부터 시작해서 자정을 지나 6:45 AM, 13시 정각을 향해 나아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읽는 사람이 잠으로 나아가도록 만든 배려일까.

이 책은 잠을 자기 위한 팁을 알려주거나, 의학적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쓰인 책은 아니다. 하지만 잠과 관련된 인류의 문화와, 잠으로 인해서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른 사람들 다 자는 시간에 제대로 잠들지 못해서 고통받은 적 있거나, 잠을 자기는 했지만 잠과 관련된 고통을 겪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그런 고통을 겪은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잃어버린 수면을 찾는 이 책이 눈붙이지 못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 세상의 모든 달콤하고 괴로운 잠 이야기

마이클 맥거 지음, 임현경 옮김, 현암사(2018)


태그:#잠, #꿈, #수면, #취침,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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