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정재훈 두산 2군 투수코치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6.30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정재훈 두산 2군 투수코치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6.30 ⓒ 연합뉴스


두산이 오락가락하는 비를 뚫고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선배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끌고 있는 두산 베어스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장단 17안타를 터트리며 12-2로 대승을 거뒀다. 두산이 시즌 5번째 선발 전원 안타를 때린 이 경기에서 1회 적시타를 때린 양의지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오재원은 시즌 8호 홈런을 포함해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10점 차의 여유 있는 완승이었지만 사실 과정은 다소 조마조마했다. 태풍 쁘리삐룬의 영향으로 오전부터 비가 오면서 경기 시작 여부가 불투명했고 경기 시작 후에도 한 차례 비 때문에 경기 취소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다행히 중요한 순간 비가 그치면서 경기가 속개됐고 취소될 뻔했던 중요한 행사도 예정대로 진행됐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가장 많은 홀드와 2번째로 많은 세이브를 기록했던 '메시아' 정재훈의 은퇴식이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만 4번, 비운의 특급 불펜 투수

휘문고 재학 시절까지는 투수와 내야수를 겸하던 정재훈은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전체 37순위)로 OB에 지명됐지만, 프로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성균관대 진학 후 투수에 전념한 정재훈은 대학 4년 동안 13승 3패 1.88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1억3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두산에 입단했다.

입단 첫해 5경기 등판에 그친 정재훈은 2004년 불펜 투수로 43경기에 출전해 3승1패3홀드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며 1군에 정착했다. 그리고 2005년 김경문 감독이 마무리로 지목했던 루키 서동환의 부진을 틈 타 마무리 자리를 차지하며 1승6패30세이브 2.09의 뛰어난 성적으로 세이브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물론 최후에 웃은 선수는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이었다).

2006년 15경기 연속 세이브 기록을 포함해 38세이브를 기록한 정재훈은 2007년25세이브, 2008년18세이브를 올리며 두산의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제구력과 포크볼로 승부하는 '기교파 마무리' 정재훈으로는 한계를 느꼈고 2009년부터 강속구를 보유한 루키 이용찬에게 마무리 자리를 넘겼다. 정재훈은 2009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2경기에 등판했지만 5승5패4홀드4.44에 그치며 1군 정착 후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2009년의 부진을 씻고 2010년 이용찬을 보좌하는 셋업맨으로 보직을 변경한 정재훈은 8승4패2세이브 23홀드 1.73으로 홀드왕에 올랐다. 2011년에도 2.8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킨 정재훈은 2012년 어깨부상으로 단 4경기 등판에 그쳤다. 하지만 정재훈은 2013년 팔꿈치 부상에 시달린 이용찬 대신 마무리로 복귀해 7홀드 14세이브를 기록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정재훈은 마무리로 변신한 2005년을 시작으로 총 4번이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두산은 삼성이나 SK와이번스 같은 왕조를 건설하던 강자들을 만났고 정재훈은 한 번도 우승 반지를 끼워 보지 못했다(물론 정재훈 본인도 역대 가을야구에서 4승3패3세이브4홀드5.48로 썩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정재훈은 2014년 1승5패2세이브15홀드5.37로 부진했고 두산 불펜에서도 점점 입지가 작아지고 말았다.

이적과 부상으로 빠진 기간에 나온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

마무리와 셋업맨을 거치며 10년 넘게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정재훈에게 불운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2014 시즌이 끝난 후부터. 두산은 선발진 보강을 위해 FA시장에서 좌완 장원준을 영입했고 롯데 자이언츠에서는 전력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상 선수로 경험이 풍부한 정재훈을 지명했다.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서울 구단에서만 12년을 활약했던 정재훈이 졸지에 부산으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낯선 부산적응은 쉽지 않았고 정재훈은 롯데에서 단 7경기만 등판한 채 1군 전력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전 소속팀 두산이 정재훈이 팀을 떠나자마자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롯데 이적 후 부진으로 '퇴물 투수'로 가치가 떨어진 정재훈은 2015 시즌 후 롯데가 제출한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1년 만에 '친정' 두산으로 복귀했다.

정재훈은 친정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고 의지를 불태웠고 실제로 그 다짐을 마운드에서 증명했다. 정재훈은 2016 시즌 전반기에만 41경기에 등판해 1승2패2세이브21홀드2.72의 성적으로 홀드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질주했다. 하지만 8월 3일 LG 트윈스전에서 박용택의 강습타구를 맨손으로 처리하다가 팔뚝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그 경기는 정재훈의 프로 인생 마지막 1군 등판이 됐다.

정재훈은 가을야구 복귀를 위해 빠르게 재활에 매진했지만, 재활 도중 어깨 부상을 당했고 두산의 정규리그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도 한국시리즈 우승에 함께하지 못했다. 두산은 2015년 정재훈이 부산 출장(?)를 마치고 복귀했을 때 우승 반지를 선물했고 부상으로 뛰지 못한 2016년에도 우승 반지를 제작해 수여했다. 하지만 구단에서 준 특별 우승 반지는 일종의 '기념품'이었고 결국 정재훈은 한 번도 우승을 해보지 못한 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오락가락하는 비 때문에 은퇴식마저 취소될 위기에 놓였던 정재훈은 다행히 오후부터 비가 그치면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다. 현역 시절 오승환(토론토 블루제이스)에 버금가는 돌부처로 유명했던 정재훈은 이날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라 야구 인생의 마지막 투구(시구)를 했다. 10년 넘게 두산의 불펜을 지키며 139세이브 84홀드를 기록했던 정재훈은 올해부터 두산의 2군 불펜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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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정재훈 메시아 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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