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후드> 포스터

<보이후드>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대부분의 영화는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들의 일대기를 다룬다. 하지만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영화가 되는 걸까? 

저예산 영화계의 거장으로 알려진 리처드 링글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Boyhood)는 모든 인생은 한편의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평범하지만 열심히 달려온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찬사 같은 영화다. 

평범한 소년의 성장기

<보이후드>의 줄거리는 너무나도 평범하다. 텍사스에 사는 6살의 소년 메이슨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의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인 메이슨은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의 어머니는 여러번 재혼했으며, 새아버지 중 한명은 늘 폭력을 일삼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렇다고 해서 메이슨이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는 없다. 메이슨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게임을 하고, 누나와 싸우며, 몰래 야한 잡지를 읽기도 하는 평범한 10대의 삶을 보냈다. 

이 영화는 가정의 불화, 사랑, 이별 등 판타지나 액션이 아닌 우리가 살면서 겪는 일들이 나온다. 그런 작은 사건 하나 하나가 모여서 인생을 만들듯이 <보이후드>도 하나의 거대한 전환점보다는 작은 사건들이 모여있는 집합체이다. 

보이후드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에 담긴 감독과 배우들의 열정이다. 1년에 한번씩, 12년 동안 영상들을 찍어 주인공인 메이슨과 주변 인물들의 성장 과정을 완벽하게 영상으로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168분 만에 12년 분량의 가족 앨범과 미국 대중 문화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보이후드>에는 시간의 변동을 더 극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각 년도의 주요 사건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04년에는 뉴스에서 이라크 전쟁 속보가 나오며, 2005년에는 메이슨이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사는 장면이 등장한다. 또 2008년에는 메이슨과 누나 사만다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버락 오바마의 선거운동을 돕는 모습이 나온다. 그렇게 메이슨과 주변 사람들은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보이후드> 스틸컷

<보이후드>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보이후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어느덧 대학생이 된 메이슨은 집을 떠나 대학에 간다. 짐을 싸는 아들을 보며 어머니 올리비아는 이제 혼자 남아 죽을 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인생에서 "난 그냥 뭔가 더 있을 줄 알았어"(I just thought there would be more)라고 울먹이며 한탄한다. 메이슨은 어머니를 위로하고 대학으로 떠난다. 

대학에 도착한 메이슨은 닉, 바브, 니콜, 3명의 친구를 시귀고, 그들과 대학 오리엔테이션을 빠지고 하이킹을 떠난다. 정상에 오른 메이슨은 니콜과 함께 경치를 바라보며 지금 이 순간을 잡으라는 말(seize the moment)에 대해, 역으로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다는 말(moment seizes us)을 한다. 그리고 서로를 마주보며 영화는 끝난다. 

<보이후드>는 전 세계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았으며, <대부>와 함께 역대 영화 중 가장 높은 평가를 얻었다.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고, BBC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선에서 5위에 올랐다. 제작비 45억의 저예산 영화가 그의 100배에 달하는 제작비를 쏟아부은 영화들을 누르고 정상에 선 것이다. 

위대한 사람들의 위대한 삶을 다룬 영화에 우리는 쉽게 감화된다. 그리고 그런 남다른 스토리만이 영화로 만들어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마련이다. 그러나 <보이후드>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도 기록될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평범하든, 위대하든 간에 모든 삶은 다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리뷰는 이희찬 기자의 페이스북,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보이후드 BOYHOOD 링글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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