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올라온 '비보 티비(VIVO TV)' 유튜브 채널 영상 '밥블레스유' 중 한 장면.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으로 시작된 유튜브 영상물은 최화정과 이영자가 합류한 '밥블레스유'로 거듭났다.

유튜브에 올라온 '비보 티비(VIVO TV)' 채널 영상 '밥블레스유' 중 한 장면.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으로 시작된 유튜브 영상물은 최화정과 이영자가 합류한 '밥블레스유'로 거듭났다. ⓒ VIVO TV 갈무리


팟캐스트 <비밀보장>을 시작으로 유튜브 채널 <비보 티비>, 공중파 예능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 <전지적 참견 시점>까지 우리는 송은이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며 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연이어 터진 사고로 예능 프로그램이 중단되기도 했다. 치솟던 인기 롤러코스터의 '하강 국면'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송은이는 바로 유튜브 채널에 김숙, 이영자, 최화정과 함께 밥을 먹으며 수다를 나누는 동영상을 올렸다. <전지적 참견 시점>을 통해 발굴한 이영자의 미식 능력(여기에는 맛 표현 능력도 포함된다)을 새로운 기획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그래서 기대했다.

뜻밖이었다.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기획이 방송 전파를 타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방영 날이 왔다.

언니들의 '따뜻한 공감' 돋보이는 예능 프로그램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이 출연하는 올리브 예능 프로그램 <밥블레스유>의 한 장면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이 출연하는 올리브 예능 프로그램 <밥블레스유>의 한 장면 ⓒ 올리브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이 출연하는 올리브 예능 프로그램 <밥블레스유>의 한 장면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이 출연하는 올리브 예능 프로그램 <밥블레스유>의 한 장면 ⓒ 올리브


지난 21일 오후 9시에 올리브 채널을 통해 첫 방송된 <밥블레스유>는 앞으로 방영될 본 방송의 예고편 격이었다. 이미 유튜브 채널에서 봤던 먹방과 <밥블레스유> 포스터 촬영장 등이 담긴 영상이었으니까.

처음으로 눈에 띈 것은 4명의 출연자가 나누는 첫 인사였다. 이들은 "너무 예쁘다", "언니 오늘 너무 멋져요"라며 서로에게 칭찬의 말을 건넨다. 이후에도 상대방의 장점을 콕콕 집어 이야기하는 모습은 방송 내내 이어진다.

출연자들은 위경련으로 컨디션이 안 좋다는 김숙에게 농담조로 "촬영 접고 그만 집에 가라"고 말하면서도 안아주고 이마를 짚으며 진심으로 걱정한다. 사적으로 친분이 두텁고 카메라 앞이기까지 하니 당연히 좋은 모습만 보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우리가 방송에서 이렇게 상대방을 헐뜯지도 비웃지도 않는 예능을 본 지 너무 오래되지 않았나. 심지어 여성 연예인만으로 한 시간을 꽉 채우는 프로그램은 정말 오랜만이다. 

촬영 중간 쉬는 시간에 음식을 먹을 때도 그랬다. 송은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음식과 먹방에 일가견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자 중 누구도 음식을 앞에 놓고 자신의 음식 지식을 자랑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저렇게 먹으라'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에게 맛있는 걸 권하고 즐겁게 먹었을 뿐이다. '맨스플레인' 없이 먹방을 이렇게 편안하고 유쾌하게 본 건 처음이었다.

맛보기로 보여준 '사연에 따른 맞춤 처방'도 인상적이었다. 층간 소음에는 바베큐로 우아하게 항의하고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집밥으로 자존감을 높여주고, 잠 안 재우고 일 시키는 악덕 상사는 "대신 신고해드리자"고 말한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사연을 대하는 그녀들의 따뜻한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무엇보다 미식 관련해서 유명해진 몇몇 남성들과는 전혀 다른 언어로 음식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언니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밥블레스유> 100회까지 방송하길 응원한다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이 출연하는 올리브 예능 프로그램 <밥블레스유>의 한 장면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이 출연하는 올리브 예능 프로그램 <밥블레스유>의 한 장면 ⓒ 올리브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이 출연하는 올리브 예능 프로그램 <밥블레스유>의 한 장면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이 출연하는 올리브 예능 프로그램 <밥블레스유>의 한 장면 ⓒ 올리브


방송 도중, 몸이 아픈 김숙을 대체할 여성 예능인이 많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먹방 여신' 김민경부터 '요즘 대세' 박나래, 그 밖에도 수많은 여성 예능인의 이름이 거론됐다. 다들 예능 프로그램 중 남성 출연자 곁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언급된 여성 연예인의 능력이 각종 프로그램의 중심을 맡은 남성 연예인보다 덜하지 않음에도 늘 주변인으로만 존재하거나 아예 무시당하는 것 같았다. 비록 방송이라고 해도 그들에게 무례하고 불편한 말과 상황이 오가는 것을 지켜보기 힘들었다. 이것이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을 잘 안 보게 되는 이유였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많은 시청자가 <밥블레스유>에 기대와 환호를 동시에 보내는 이유는 아닐까. 

다시 생각해봐도 놀랍다. 여성 연예인만으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라니. 그리고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든 것이 방송국 PD나 주요 관계자도 아닌 한 명의 여성 예능인이라는 것도.

<밥블레스유>가 시청률, 화제성 면에서 모두 성공해서, 앞서 이름이 언급된 여성 예능인들이 모두 출연할 그 날을 기다린다. 어쩌면 상승세를 타서 <밥블레스유>가 100회까지 방영되는 순간도 오지 않을까. 혹은 100회까지 안 가더라도 한 50회 정도라면, 가능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밥블레스유 송은이 이영자 최화정 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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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영상번역작가. 인터뷰를 번역하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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