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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해고승무원 옥유미씨가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 행진을 하며 착용한 이름표에 녹이 쓸어 세월의 흔적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며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며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며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행렬 뒤로는 코레일 건물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흰색 셔츠를 입었다. 회색 넥타이를 맸다. 왼쪽 가슴팍에 명찰이 달린 정장 윗도리와 치마를 꺼내 입었다. 머리카락도 이마 뒤로 모두 넘기고 뒷머리는 '머리망'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검은색 하이힐을 신었다. 13년 전에는 교복처럼 입었던 정복 차림이었다. 승무원 복장을 차려입은 이들이 향한 곳은 KTX 열차가 아닌 청와대였다. KTX로 돌아가기 위한 '청와대 행진'에 나선 것이다.

KTX 해고 승무원들이 18일 낮 12시 30분 서울역에서 청와대로 행진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KTX 해고 승무원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행진에 앞서 해고 승무원들은 매일 입고 있던 청록색 조끼를 벗었다. 승무원 근무 당시 입었던 정복으로 갈아입었다. 10여 년 동안 옷장에만 있던 정복이 어색한지 승무원들은 연신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여름용이 없어 춘추복, 동복(겨울용)을 입은 승무원들도 있었다.

옥유미 승무원은 "친정 옷장에 있던 정복을 꺼냈을 때, 눈물이 흘렀다"라며 "시간이 너무 흘러서 리본 묶는 법이 생각이 나지 않더라"라고 한탄했다. 그는 "10여 년 전에 입었던 옷이다 보니 다들 옷이 맞지 않는다"라며 "그만큼 세월이 흐른 것이다"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그의 왼쪽 가슴에 있는 명찰은 세월의 흔적으로 녹슬어있었다.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며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행진에 앞서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행진에 앞서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한 KTX해고승무원이 18일 오전 서울역 농성장에서 청와대를 향해 행진마치고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에서 근무 당시 사용했던 코드표등을 찾아 보여 주고 있다. ⓒ 이희훈
한 승무원은 정복 주머니에서 근무 당시 사용했던 코드 번호가 적힌 종이를 꺼내들었다. 종이에는 '기관사의 호출', '승객의 호출', '승강문 닫힘 고장', '공기조화장치 고장' 등의 코드 번호가 적혀있었다. 승무원 한효미씨는 "다 외울 수 없으니 가지고 다니면서 본 것이다"라며 "승무원들이 승객의 생명·안전 업무를 담당했음을 알 수 있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행진에 앞서 마이크를 잡은 해고승무원은 "이 더운 날씨에 저희가 조끼가 아닌 유니폼을 입은 이유는 하나다"라며 "투쟁하는 승무원이 아닌 생명·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KTX 승무원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싶어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입고 있는) 유니폼을 더 이상 입지 않는다"라며 "어제 이 정복을 꺼내, 바느질을 하면서 '더 이상 이 유니폼을 입고 승무할 수 없구나'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라고 이야기했다.

KTX 해고 승무원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우리에게 연락해라"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며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행진에 앞서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행진에 앞서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양한웅 KTX 승무원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지난 8일 KTX 문제를 중재하는 4대 종교(천주교, 불교 조계종, 기독교, 성공회) 관계자들과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만났다"라며 "그 자리에서 오 사장은 우리에게 두 가지 약속을 했다"라고 밝혔다. 양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당시 오 사장은 KTX 해고승무원 210여 명을 빠른 시일 내에 특별경력직으로 채용하고 KTX 승무업무가 생명안전업무로 밝혀지면 직접 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양 위원장은 "그랬던 오 사장이 그 이후 철도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조건을 내걸었다"라며 "철도노조가 서울역사 2층에서 진행중인 비정규직 철도노동자 농성을 정리해야, 해고승무원들을 고용하겠다고 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양 위원장은 이어 "오 사장은 4대 종교인들에게만 연락하고 정작 해고 승무원들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다"라며 "비정규직 농성과 해고승무원 문제를 맞바꾸겠다는 발상, 거래하겠다는 것 자체를 용서할 수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승하 KTX승무지부 지부장도 "KTX해고 승무원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고 남북철도협력이 웬말이냐"라며 "오영식 사장님은 저희에게 연락을 달라"라고 외쳤다. 김 지부장은 이어 "13년째 우리는 거리에서 헤매고 있다"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 자리(서울역 농성장)에 있다"라고 한탄했다.

김 지부장은 재판거래 의혹 관련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국민 담화문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 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을 징계절차에 넘기되 고발·수사의뢰 등 형사조치는 직접 취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후 수사·재판으로 이어질 경우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지부장은 "국민들에게 전하는 사과만 있었다"라며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책, 사과 등은 언급이 되지 않아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천막농성, 단식, 삭발 등 하지 않은 것이 없다"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 인근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 앞에서 청와대 행진을 마치고 오영식 코레일 사장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마무리 집회를 하고 있다. ⓒ 이희훈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며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해고 승무원들이 이날 청와대로 행진,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 건 '더는 기다릴 수 없어서'다. 김 지부장은 "천막농성, 단식, 삭발 등 하지 않은 것이 없다"라며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 자리에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약속이 있었다"라며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취임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고 고통을 토로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철도노조와의 정책 협약에서 KTX 해고승무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해고 승무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해고승무원 문제가 조속하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정부도 깊은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 행진을 마치고 마무리 기자회견을 하며 신었던 구두를 벗어 두고 있다. ⓒ 이희훈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 행진을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청서 전달을 준비하고 있다. ⓒ 이희훈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며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KTX해고승무원들이 해고 전 착용 했던 정복을 입고 18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 행진을 마치고 마무리 기자회견을 하며 신었던 구두를 벗어 두고 있다. ⓒ 이희훈
서울역 농성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KTX 해고 승무원들은 검은 하이힐, 승무원 차림으로 청와대로 행진을 시작했다. '취업사기로 잃어버린 내 친구', '취업사기로 잃어버린 내 청춘' 등이 적힌 어깨띠를 건 채 한 번의 휴식도 없이 걸었다. 승무원들은 1시간 30분 만에 청와대 앞에 도착했다.

그제야 이들은 발을 짓누르던 하이힐을 벗을 수 있었다. 김 지부장과 양한웅 위원장 등이 청와대에 '면담 요청서'를 전달한 뒤, 이들은 오영식 코레일 사장에게 면담을 촉구하기 위해 서울역 인근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로 향했다. 서울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들은 "저희는 너무 억울합니다"라며 "농성장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라고 부르짖었다.
태그:#KTX 해고 승무원, #사법 농단 의혹,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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