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 독일을 잡았다. 예상을 뛰어넘은 환상적인 경기력까지 보이면서, 아직 첫 경기도 치르지 않은 대한민국을 긴장시켰다.

멕시코가 18일 오전 0시(아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독일과 맞대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멕시코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역습과 강한 압박, 짜임새 있는 수비 조직력을 선보이며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무너뜨리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시간이 얼마나?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요하힘 뢰프(오른쪽 두번째) 감독이 0-1로 뒤진 가운데 물마시는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시간이 얼마나?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요하힘 뢰프(오른쪽 두번째) 감독이 0-1로 뒤진 가운데 물마시는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등골 오싹하게 만든 멕시코, '이 경기력 실화냐'

믿을 수가 없었다. 1994 미국 월드컵부터 조별리그는 밥 먹듯이 통과했다. 지난 대회에서는 개최국 브라질, 강호 크로아티아, 아프리카 맹주 카메룬과 한 조에 속해 2승 1무를 기록하며 16강에 올랐다. 그러나 멕시코가 이 정도까지 잘할 줄은 정말 몰랐다. 독일의 공격을 끊고,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를 향하는 역습은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초반부터 심상치 않았다. 멕시코는 토니 크로스, 메수트 외질, 토마스 뮐러, 마츠 훔멜스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독일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과감하게 맞불을 놨고, 이것이 통했다. 전방에 포진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 2선 공격을 도맡은 이르빙 로사노, 카를로스 벨라, 미겔 라윤은 볼을 잡으면 지체하지 않고 내달렸다.

공격에 많은 숫자를 둔 것은 아니다. 이집트나 이란, 아이슬란드가 그랬듯이 수비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앞선 팀들과 큰 차이가 있었다. 멕시코는 개인 기량이 뛰어났다. 누구든지 상대 선수 1~2명은 따돌릴 수 있는 개인기가 있었고, 스피드를 갖췄다. 2~3명의 선수만으로도 위협적인 슈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멕시코 로사노 첫 골 환호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 멕시코 로사노 첫 골 환호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반 34분, 균형을 깬 로사노의 선제골은 멕시코 역습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에르난데스가 측면으로 빠르게 볼을 전달했고, 로사노는 침착한 개인기와 깔끔한 마무리로 골망을 갈랐다. 1995년생,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로사노가 보인 침착성은 감탄사를 입 밖으로 끌어냈다.

멕시코의 후반전은 전반전과 달랐다. 전반에 보인 빠른 역습이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지만, 수비에 힘을 더했음이 분명했다. 선수 전원이 수비에 가담했고, 유효 슈팅이 가능한 페널티박스 부근을 촘촘하게 둘러쌌다. 독일은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기회를 노렸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마르코 로이스와 율리안 브란트, 마리오 고메즈를 투입해 동점골을 노렸지만 소용없었다.

멕시코는 백전노장 라파엘 마르케스를 투입해 수비 안정을 꾀했고, 1-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차군단' 독일만큼은 피할 것이라 확신했던 '우승팀 징크스'가 2018년 러시아에서도 유효함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무너진 독일, 한국이 얻어야 할 교훈은...

헤딩 다투는 로이스와 살세도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마르코 로이스(11)와 멕시코 카를로스 살세도(3)가 헤딩 싸움하고 있다.

▲ 헤딩 다투는 로이스와 살세도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마르코 로이스(11)와 멕시코 카를로스 살세도(3)가 헤딩 싸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멕시코가 일군 대이변을 바라보며 웃고는 있지만,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됐다. 그들의 역습이 우리 골문을 향한다고 상상하면, 심장 박동이 급작스럽게 빨라짐을 느낀다. 독일이 우리를 상대로 전력을 다할 것을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난다.

그러나 도전하기도 전에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다. 멕시코가 무시무시한 저력을 뽐낸 것은 사실이다. 독일이 디펜딩 챔피언이고,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란 것 역시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하지만 멕시코와 독일 모두 약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상대가 잘하는 것을 못 하게 하고, 우리의 강점을 짧은 시간이나마 살릴 수 있다면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승자인 멕시코는 빨라도 너무 빨랐다. 볼을 소유한 순간부터 속도감이 넘쳤다. 순식간에 슈팅 지역에 다다랐고,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공간이 많았다. 독일이 라인을 끌어올리고 공격을 전개하면서, 후방에는 훔멜스와 제롬 보아탱 등 중앙 수비수 둘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멕시코의 역습이 더욱 빛날 수 있는 환경이었고, 그들은 이를 제대로 이용했다.

대한민국은 멕시코와 맞대결에서 뒤로 물러서야 한다. 현실적으로 맞불을 놓기에는 조직력과 스피드 모두 크게 뒤처진다. 최소한 전반전, 길게는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30분까지는 실점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음껏 내달릴 수 있는 공간을 틀어막는 것이 핵심이다.

약점을 공략해야 한다. 멕시코는 패스 타이밍과 결정력에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패스가 한 박자 빨랐다면,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확실한 골게터가 있었다면 점수 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었다. 드리블이 길었고, 판단은 늦었다. 기세가 오르면 걷잡을 수 없이 무섭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무리한 공격이 늘어날 수 있다.

멕시코 오초아, 당황하지 않고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13)가 독일 토마스 뮐러를 앞에 두고 침착하게 골 아웃 시키고 있다.

▲ 멕시코 오초아, 당황하지 않고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13)가 독일 토마스 뮐러를 앞에 두고 침착하게 골 아웃 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의 공격은 어정쩡한 패스로는 안 된다. 멕시코가 그랬듯이 빨라야 한다. 멕시코의 후방을 책임진 엑토르 모레노와 우고 아얄라는 스피드에 약점을 드러냈다. 과감한 침투 패스로 황희찬과 손흥민, 이승우 등의 속도와 결정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멕시코가 독일을 상대로 보인 공격 전술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멕시코가 우리와 경기에서는 볼을 오랜 시간 소유하고, 풀백의 공격 가담이 활발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독일의 약점은 간단하다.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멕시코전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상대보다 많이 뛰어야 한다. 멕시코가 '거함' 독일을 잡아낼 수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많이 뛰었기 때문이다. 전차군단의 중원을 구성한 크로스와 사미 케디라는 우아했다. 반면 멕시코는 선수 전원이 수비와 공격을 끊임없이 오갔고, 공간을 점유하기 위해 엄청나게 뛰었다.

'이 경기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모든 힘을 쏟아내는 것.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보다 훨씬 강한 상대지만, 최선을 다한다면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독일을 잡아낸 멕시코가 증명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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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VS멕시코 대한민국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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