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의 타이틀곡 '뚜두뚜두' 뮤직비디오 갈무리

블랙핑크의 타이틀곡 '뚜두뚜두' 뮤직비디오 갈무리 ⓒ YG 엔터테인먼트


많은 YG팬들에게 양현석 대표는 애증의 존재다. 빅뱅, 블랙핑크, 위너, 아이콘 등을 세상에 내놓은 장본인이지만, 그들의 컴백을 늦어지게 한 것 역시 양현석 대표이기 때문이다. SM이나 JYP 등 비슷한 체급의 대형기획사 아이돌 그룹들은 부지런히 신곡들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팬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다. 참다 못한 팬들은 양 대표가 소속 가수들을 '양현석의 보물 상자'에 꽁꽁 숨겨놓고 꺼내지 않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터뜨리기도 했다.

당당한 매력으로 사랑받는 블랙핑크 역시 그 '피해자' 중 한 팀이다. 2016년 < SQUARE ONE >으로 데뷔한 이후 많은 공백 기간이 있었다. 특히, 지난해 여름 '마지막처럼'을 발표한 이후 공백 기간은 1년에 달했다. 스타덤에 오른 2년차 걸그룹이 지금까지 발표한 곡을 합쳐도 앨범 한 장의 분량이 되지 않았다. 콘서트를 개최하고 싶어도, 부를 노래가 없었다.

기다린 보람 있었다

블랙핑크의 컴백을 오매불망 기다려온 팬들이라면 오랜 갈증을 풀 수 있게 되었다. 6월 15일, 블랙핑크가 1년만의 신보 < SQUARE UP >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물론 기다린 시간에 비하면 네 곡의 트랙은 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 SQUARE UP >은 발매와 동시에 멜론을 비롯한 주요 음원 차트의 최상위권을 장악했다. 팬들의 오랜 갈증은 유튜브 조회수로도 입증된다. 타이틀곡 '뚜두뚜두'(DDU-DU DDU-DU)'의 조회수는 24시간 만에 300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유튜브 공개 24시간 이후 이용자수 역대 4위에 해당한다. (1위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Look What You Made Me Do')

EDM과 팝은 이제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공생 관계에 있다. 블랙핑크의 신보 < SQUARE UP > 역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타이틀곡 '뚜두뚜두'는 꽤 강력한 트랩 넘버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퍼커션, 휘슬 사운드 등이 동양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기여한다. 블랙핑크의 색깔을 확립한 뭄바톤이 돋보이는 서브 타이틀 'Forever Young' 역시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대중적인 구성의 'Really', 기타 사운드로 문을 열더니 여러 차례 곡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See U Later'도 흥미롭다. 한편 이번에도 YG의 간판 프로듀서인 테디가 전곡을 진두지휘했다. 빅뱅의 '에라 모르겠다', 블랙핑크의 '붐바야' 등을 작업했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알티(R.Tee)도 어김없이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블랙핑크는 밸런스가 좋은 그룹이다. 확실한 기량을 갖춘 네 명의 멤버가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쪽으로 지나치게 쏠리지 않는다. 신보에서도 마찬가지다. 로제의 목소리는 여전히 블랙핑크의 중심축을 잡아주고 있으며, '리드보컬'인 지수는 지난 곡들보다 더욱 힘 있는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리사와 제니의 랩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더욱 커졌다.

 블랙핑크 '뚜두뚜두' 뮤직비디오 갈무리

블랙핑크 '뚜두뚜두' 뮤직비디오 갈무리 ⓒ YG 엔터테인먼트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는 블랙핑크의 흥행을 견인한 중요 요소 중 하나다. 멤버들의 매력을 잘 살려주는 색감과 소품들이 돋보인다. 그리고 많은 해석을 낳은 장면들은 이번에도 팬들의 입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탱크에 올라 있는 제니, 샹들리에에서 그네를 타는 로제 등의 독특한 장면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분홍색 가발을 쓴 지수가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지수 뒤로는 지수의 모습이 새겨진 그림이 벽에 걸려 있고, 휴대폰을 든 사람들이 일제히 그림을 촬영한다. 발걸음을 내딛던 지수가 발걸음을 삐끗하는 순간, 사람들은 총을 겨누듯 휴대폰을 들이댄다.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군중이 유명인을 바라보는 잣대에 대한 세련된 은유 아니었을까?

"착각하지마/ 쉽게 웃어주는 건 날 위한거야" ('뚜두뚜두' 가사 중)

블랙핑크는 'Forever Young'에서 BLACKPINK IS THE REVOLUTION이라고 외친다. 미국 빌보드지 역시 '혁명이 시작되었다'는 소개를 덧붙였다. 자신만만한 호언장담처럼, 정말 이들의 음악과 퍼포먼스가 혁명인지는 팬들이 판단할 일이다. 그러나 올 여름 내내 즐겨듣기 좋은, 역동적인 노래가 나왔다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YG는 멋진 옷을 준비했고, 블랙핑크는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지금까지 보여준 독특한 색깔을 유지한 채, 더 많은 곡으로 채워질 정규 앨범 역시 기대하게 된다. 아직도 팬들은 배가 고프다.


블랙핑크 YG 뚜두뚜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