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브레드위너> 영화 포스터

▲ <더 브레드위너> 영화 포스터 ⓒ Aircraft Pictures


영화 <더 브레드위너>(넷플릭스 제목은 <파르바나: 아프가니스탄의 눈물>)는 흔히 접하는 권선징악을 그린 동화나 디즈니의 공주님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과 거리가 멀다. 탈레반의 통치 아래 놓인 2011년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어린 소녀가 보여주는 용감한 행동과 삶의 의지를 다룬다.

<더 브레드위너>는 데보라 앨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사실에 기초한 소설을 쓰고자 데보라 앨리스는 파키스탄 국경의 아프간 난민촌에서 수개월을 보내며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당시 인터뷰를 바탕으로 11살 소녀 파르바나가 주인공인 소설 <브레드위너: 첫 번째 이야기-카불시장의 남장 소녀들>을 출간했다. 탈레반에 점령당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과 아동이 겪는 현실을 담은 책은 전 세계 25개국 언어로 소개되었고 수많은 상을 휩쓸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데보라 앨리스는 가족을 찾아 나선 파르바나의 여정을 다룬 <브레드위너: 두 번째 이야기-위험한 여정>, 친구로 등장하는 샤우지의 꿈을 그린 <브레드위너: 세 번째 이야기-라벤더 들판의 꿈>을 차례로 출간했다. '브레드위너 3부작'을 끝낸 후에 독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9년 만에 이후 이야기를 쓴 <브레드위너" 피날레 이야기-소녀 파수꾼>을 내놓았다.

 영화 '더 브레드위너'

영화 '더 브레드위너' ⓒ Aircraft Pictures


영화 <더 브레드위너>는 원작 소설의 얼개를 그대로 살렸다. 파르바나는 아버지를 도와 시장에서 물건을 팔며 어렵사리 가족 생계를 유지한다. 어느 날 아버지가 탈레반에 부당하게 잡혀 감옥에 갇히면서 위기가 닥친다. 탈레반은 남성이 동행하지 않으면 여성 혼자 집 밖에 나오는 걸 막았기 때문이다.

파르바나는 집에 있는 어머니, 언니, 어린 남동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른다. 남장 차림으로 바깥으로 나온 파르바나는 물건을 팔고, 글을 모르는 사람을 대신하여 편지를 읽거나 써주면서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breadwinner)이 된다.

소년 행세를 한 파르바나는 이전까진 여성이었기에 주어지지 않았던 남성만의 자유를 얻는다. 파르바나는 같은 학교 출신으로 남자인 척하며 모습을 숨긴 친구 샤우지와 함께 돈을 벌고 이곳저곳을 다닌다. 잠시나마 미래의 꿈도 꾼다.

파르바나와 샤우지가 누린 자유는 극단적인 체제에서 남성들이 가졌던 제한적인 자유에 불과했다. 도리어 두 사람은 세상을 마음껏 다니면서 아프가니스탄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알게 된다. 또한, 남성의 시선에서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생생히 목격한다.

 영화 '더 브레드위너'의 한 장면

영화 '더 브레드위너'의 한 장면 ⓒ Aircraft Pictures


<더 브레드위너>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나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처럼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진행하는 구조를 지닌다. 파르바나는 동생, 가족, 친구, 그리고 자기 자신의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씨앗을 빼앗아 간 괴물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소년의 영웅담 <커다란 코끼리>를 들려준다.

파르바나가 처한 현실의 이야기와 파르바나가 들려주는 허구의 이야기는 다른 그림체로 그려졌다. 파르바나가 마련한 신화적 공간은 등장인물들이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서사의 숨구멍으로 작동한다. 차가운 현실을 놀랍고 거대한 상상력으로 은유한 따뜻한 세계이기도 하다. 다시금 삶의 용기를 얻고 자유를 향한 의지를 불태우는 원천도 된다.

극 중에서 파르바나의 아버지는 실크로드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딸에게 "하나의 이야기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다른 건 잊어도 이야기는 마음속에 남는다"란 가르침을 준다. 아버지가 강조한 이야기의 힘을 파르바나는 <커다란 코끼리>로 보여준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Aircraft Pictures


영화의 바깥에선 <더 브레드위너>가 이야기의 힘을 증명하는 사례로 남는다. <더 브레드위너>는 고통스럽고 슬픈 현실을 가감 없이 묘사한다. 아마도 실사 영화였다면 보기 괴로웠을 정도다. 애니메이션이란 장르가 실사 영화가 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더 브레드위너>는 현실을 비추었기에 어둡다. 현실 세계는 결코 동화 속 세상과 같지 않다는 걸 일깨운다. 진정한 용기는 무엇인지, 영웅이란 어떤 존재인지 가르쳐준다. <더 브레드위너>는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필요한 영화다.

인권운동가로 활동중인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인권을 향한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 3월에 열린 제90회 미국아카데미 시상식에 <코코><보스 베이비><페르디난드><러빙 빈센트>와 함께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후보로 올랐을 정도로 작품성도 널리 인정받았다. <더 브레드위너>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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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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