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11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스포츠다. 제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경기장 안에서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축구는 결국 모든 선수가 각자의 역할을 함께 해내야 하는 팀 스포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을 이끄는 '에이스'의 가치는 높다. 흔히 프로축구 선수들 간 실력 차이를 '종이 한 장'으로 표현하지만, 그 '차이'를 지배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을 우리는 '에이스'라 부른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실수 없이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에게 팬들은 전율을 느낀다.

어떤 경기에서든 에이스의 활약 여부는 중요하다. 그 무대가 월드컵이라면 길게 얘기할 필요도 없다. 월드컵은 4년에 한 번씩만 개최되고 축구판에 있어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만큼 경기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때문에 스타 플레이어도 월드컵에서는 실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극한의 압박감을 뚫어낼 선수가 팀에 필요하다. 뛰어난 실력과 고도의 집중력으로 조국에 월드컵 챔피언의 자리를 선사하고자 하는 우승후보국의 에이스들을 알아보자.

한 때 유럽의 중위권 팀으로 분류되었던 벨기에가 부활의 기지개를 켠 대회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준비된 유소년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920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후 88년 만에 준결승 무대를 밟은 벨기에였다.

원조 '붉은 악마(벨기에 대표팀 애칭)'의 후예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유럽 주요 리그의 명문팀에서 활약하며 경험을 쌓았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벨기에 출신 선수들은 화려하게 빛났다.

EPL 최고의 '크랙' 에덴 아자르

정말이지 수많은 재능 있는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뱅상 콤파니, 마루앙 펠라이니, 로멜루 루카쿠 등 우수한 신체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팀의 주축이 됐다. 괴물 같은 피지컬을 보유한 선수 사이에 유독 왜소한 체격의 선수가 있었다. 17세의 나이에 벨기에 대표팀이 일원이 된 그가 '에이스'가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친 태클이 난무하는 EPL 무대를 드리블로 평정한 에덴 아자르가 그 주인공이다. 프랑스 리그1의 릴 OSC에서 프로 데뷔를 신고한 아자르는 단숨에 유럽이 주목하는 윙어로 성장했다. 2011년과 2012년 리그1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며 프랑스를 가볍게 정복한 아자르의 다음 행선지는 첼시FC였다.

첼시에서도 아자르의 마법은 계속됐다. 단단한 수비를 중심으로 빠른 역습을 즐기는 첼시의 공격 스타일에서 아자의 존재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공격진의 숫자가 부족한 첼시의 약점은 아자르가 개인 능력으로 메웠다. 홀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크랙'으로써 능력은 단연 EPL 최고다.

문제는 벨기에 대표팀에서 발생했다. 공격의 시발점이자 동료의 득점을 돕는 창조자이면서 골도 넣을 줄 알았던 아자르의 특별함을 벨기에 대표팀은 100% 활용하지 못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벨기에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마르크 빌모츠 감독은 왼쪽 측면 공격수 아자르에게 한정적인 역할만을 부여했다.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활약하던 아자르에게 빌모츠 감독의 전략은 맞지 않는 옷이었다. 조별리그 알제리, 러시아와 경기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기록하긴 했지만 전체적인 퍼포먼스는 기대 이하였다. 결국 아자르의 벨기에는 8강전 상대 아르헨티나에게 무릎을 꿇으며 대회 일정을 마감했다.

경험이 쌓인 '황금세대'의 월드컵 도전기

벨기에는 유로 2016에서도 8강 진출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아자르를 중심으로 한 '황금세대'가 어느 정도 자존심을 세우긴 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벨기에를 준결승까지 인도한 엔조 시포의 업적에 아직 미치지 못한 성적이다.

이번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은 '황금 세대'의 업적이 판가름나는 중요한 대회다. 신선했던 벨기에 대표팀 구성원들은 점차 베테랑이 되어가고 있다. 즉, 이번 월드컵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다음 대회부터는 전력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이번 월드컵이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빌모츠를 대신해 팀의 수장이 된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의 지휘 아래 공격력이 폭발하고 있다. 벨기에는 유럽 지역 예선 10경기에서 43골을 퍼붓는 괴력을 발휘했다. 지브롤터, 키프로스가 포함된 비교적 쉬운 조를 배정 받았다고 하더라도 벨기에의 공격력은 막강하다.

핵심은 역시 아자르다. 최전방의 루카쿠의 득점포 가동에는 아자르의 도움이 필요하다. 루카쿠가 막히면 직접 골까지 잡아냈다. 지역 예선에서 아자르는 6골을 터뜨리며 득점 보조원으로서 확실히 작동했다.

또한 마르티네스 체재 아래에서 EPL 최고의 도우미 케빈 더 브라위너는 중원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이 점은 아자르의 전방위적인 활약을 기대케 하는 요소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더 브라위너가 아닌 아자르를 공격의 에이스로 선택했다. 일단은 감독의 기대에 적극 부응하고 있는 아자르다.

이번 월드컵에서 벨기에는 최고의 조편성 표를 거머쥐었다. G조에 위치한 벨기에의 상대는 잉글랜드, 튀니지, 파나마다. 잉글랜드 정도만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만일 잉글랜드에게 밀려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 G조 2위의 16강 상대는 H조 1위인데, H조에서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폴란드와 콜롬비아는 둘 다 벨기에가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산이다.

결국 이번 대회의 성패는 8강전 승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강에서는 우승후보와 격돌이 예상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벨기에의 8강전 상대는 브라질 혹은 독일이다. 제2의 4강 신화를 위해서는 자신보다 전력이 강한 팀과 승부에서 어떤 결과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아자르의 번뜩임이 필요하다. 아자르가 무거운 긴장감 속에 승부의 추를 벨기에로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아자르가 과연 자국의 전설 엔조 시포를 넘어 벨기에를 월드컵 우승의 문턱까지 올려 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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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아자르 우승 후보 붉은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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