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두산은 선두 팀답게 연패의 흐름을 길게 가져가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때려내며 7-3으로 승리했다. 2연패에서 가볍게 탈출한 두산은 2위 SK와이번스에게 4경기 차이로 앞선 단독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38승 20패).

최근 구위가 살아난 선발 유희관이 6이닝6피안타1사사구2실점 호투로 시즌 2승째를 따냈고 9회 무사 만루에서 등판한 함덕주가 승계주자 1명만을 불러 들이며 12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4번타자 김재환이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3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한 가운데 2번 좌익수로 출전한 정진호가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2번타자 경쟁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모든 면에서 고른 기량을 가진 두산 제4의 외야수

오늘도 승리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2대4로 이긴 두산 정진호(23번) 와 선수들이 김태형 감독 등 코치진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8.5.1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2-4로 이긴 두산 정진호(23번)와 선수들이 김태형 감독 등 코치진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에서 태어나 수원 유신고, 중앙대를 거친 정진호는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전체 38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빠른 발과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 실력을 가진 정진호는 루키 시절부터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두산의 외야에는 김현수(LG 트윈스), 이종욱(NC다이노스), 정수빈(경찰 야구단) 같은 좋은 좌타 외야수들이 득실거렸고 정진호는 2년 동안 93경기에 출전한 후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에서의 2년은 정진호에게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상무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하며 경험을 쌓은 정진호는 2013년 퓨처스리그 올스타전 MVP에 올랐고 2014년에는 타율 .341 3홈런 64타점으로 남부리그 타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2015 시즌 군복무를 마치고 두산에 복귀했을 때 팀의 외야 경쟁은 더욱 빡빡해졌다. 미완이었던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이 팀의 간판 외야수로 떠올랐고 '잠실 아이돌' 정수빈도 붙박이 중견수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정진호는 2015년 1군에서 77경기에 출전해 타율 .234 4홈런 18타점 6도루를 기록하며 두산의 4번째 외야수로 활약했다. 공수에서 최강이라 꼽히던 두산 외야에서 '제4의 외야수'로 활약할 정도면 전역 첫 해의 성적으로는 썩 나쁘지 않은 활약이었다. 하지만 정진호는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박건우라는 깜짝 스타가 등장하면서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2015 시즌이 끝나고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면서 정진호의 주전 경쟁은 더욱 수월해질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2016년 두산에는 박건우와 김재환이라는 깜짝 스타가 등장했고 스위치히터 국해성과 루키 조수행까지 가세하면서 백업경쟁조차 쉽지 않았다. 2016년 .375의 고타율을 기록한 정진호가 1군에서 단 31경기 출전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사실 정진호는 조수행만큼 빠르지도 않고 국해성처럼 스위치히터의 장점도 없으며 김인태 만큼 젊지도 않다. 하지만 정확한 타격과 의외의 장타력, 빠른 발에 준수한 수비를 겸비한 정진호 만큼 쓰임새가 다양한 외야수를 찾기도 쉽지 않다. 정진호는 작년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97경기에 출전해 타율 .283 5홈런 31타점 43득점의 준수한 성적으로 두산의 1군 선수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외국인 타자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활약으로 2번 도전

두산은 지난 겨울 FA 외야수 김현수와 민병헌을 모두 놓쳤고 이는 정진호에게 주전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두산은 닉 에반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외야수비가 가능한 빅리그 6년 경력의 스위치 히터 지미 파레디스를 영입했다. 파레디스의 연봉은 에반스의 68만 달러보다 높은 80만 '달러'로 연봉 8500만 '원'의 정진호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정진호는 자연스럽게 작년처럼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파레디스는 1할대 타율에 허덕이다가 두 번이나 1군엔트리에서 제외됐고 결국 2018 시즌 퇴출 1호 외국인 선수라는 불명예를 썼다. 파레디스가 1~2군을 오가는 사이 두산은 여러 선수들을 시험했는데 정진호는 그 중에서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사살 정진호 역시 4월까지는 타율 .246에 그치며 고전했지만 파레디스가 빠진 후부터 본격적으로 타격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진호는 6월에 열린 4경기에서 16타수 8안타(타율 5할) 2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새로운 2번타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실제로 정진호는 6월에 출전한 4경기 중 3경기에서 2번 타자로 나서고 있고 정진호가 1번으로 출전한 5일 경기에서는 두산이 6-13으로 패했다. 정진호는 6일 넥센전에서도 3안타 2타점이라는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4월 12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시즌 타율 3할을 회복했다.

흔히 좌타자는 우투수나 잠수함 투수에 강하고 좌투수에 약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지난 1일 KIA타이거즈전에서 좌완 양현종이 등판할 때 정진호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바 있다. 하지만 정진호는 특이하게도 올 시즌 좌완을 상대로 무려 .452(31타수 14안타)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1일 KT위즈전에서 기록한 시즌 첫 홈런도 좌완 라이언 피어밴드를 상대로 때려낸 것이다.

 지난 3월 22일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 6회초 두산 정진호가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친 뒤 2루에 안착하고 있다. 1·2루 주자 허경민과 최주환은 홈인.

두산 베어스의 정진호 선수(자료사진) ⓒ 연합뉴스


두산은 허경민이 1번 타순에서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고 박건우-김재환-양의지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언제나 고정으로 배치되고 있다. 다만 2번 타순은 최주환, 정진호, 류지혁, 오재원 등이 번갈아 가며 출전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 시즌 2번 타순에서 .370(27타수 10안타)의 고타율을 기록 중인 정진호의 활약은 김태형 감독에게 '즐거운 고민'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두산 베어스 정진호 2번타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