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11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스포츠다. 제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경기장 안에서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축구는 결국 모든 선수가 각자의 역할을 함께 해내야 하는 팀 스포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을 이끄는 '에이스'의 가치는 높다. 흔히 프로축구 선수들 간 실력 차이를 '종이 한 장'으로 표현하지만, 그 '차이'를 지배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을 우리는 '에이스'라 부른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실수 없이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에게 팬들은 전율을 느낀다.

어떤 경기에서든 에이스의 활약 여부는 중요하다. 그 무대가 월드컵이라면 길게 얘기할 필요도 없다. 월드컵은 4년에 한 번씩만 개최되고 축구판에 있어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만큼 경기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때문에 스타 플레이어도 월드컵에서는 실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극한의 압박감을 뚫어낼 선수가 팀에 필요하다. 뛰어난 실력과 고도의 집중력으로 조국에 월드컵 챔피언의 자리를 선사하고자 하는 우승후보국의 에이스들을 알아보자.

4년 전 독일은 브라질 땅에서 24년 만에 월드컵 챔피언에 복귀했다. 유로 2000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바닥을 찍었던 독일은 치밀한 준비 끝에 남아메리카 땅에서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최초의 유럽 국가가 되었다.

2018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독일 대표팀의 고공행진에는 댜앙한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다. '월드컵의 사나이' 토마스 뮐러를 시작으로 마누엘 노이어, 마츠 훔멜스 등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결과다. 독일은 사실상 '집단 에이스' 체제다.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자신의 능력으로 승부를 뒤집을 선수가 즐비한 독일이다.

전차군단의 '건설자' 크로스와 '창조자' 외질

 새 유니폼 선보이는 독일 축구대표팀. 제일 앞줄에 선 메수트 외질(왼쪽), 제롬 보아텡(중앙), 율리안 드락슬러(오른쪽) 선수.

새 유니폼 선보이는 독일 축구대표팀. 제일 앞줄에 선 메수트 외질(왼쪽), 제롬 보아텡(중앙), 율리안 드락슬러(오른쪽) 선수. ⓒ EPA/연합뉴스


월드컵 2연패를 노리는 독일은 이번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참가국 중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영광을 맛봤던 베테랑들이 건재하고 요슈아 키미히 등 첫 도전에 나서는 젊은 피들의 수준도 높다.

'월드클래스'가 넘쳐나는 독일 대표팀 멤버 중에서도 특별한 두 이름이 있다. 독일 축구협회의 성공적이었던 '10년 프로젝트'의 최대 산물인 토니 크로스와 메수트 외질이 그 주인공들이다.

먼저 레알 마드리드의 조타수로서 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 업적을 일궈낸 크로스는 전차군단(독일 대표팀 별칭)에서도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소속팀에서와 마찬가지로 후방부터 경기를 건설한다. 크로스는 수비수에게 넘겨 받은 공을 안정적으로 전방까지 공급하는 독일 축구의 시발점이다.

중앙 미드필더가 갖춰야 할 모든 능력을 크로스는 지니고 있다. 모든 종류의 패스에 능하고 레알과 독일 대표팀에서 세트피스 전담 키커를 담당할 정도로 킥의 정확도가 높다. 넓은 시야와 탈압박 능력을 갖췄으며, 정교하고 강력한 중거리포 한 방도 장착하고 있다. 크로스는 사비 에르난데스가 은퇴한 라리가의 '패스 마스터' 자리를 차지한 현존하는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다.

크로스가 경기 전체를 건설하는 선수라면 외질은 공격 지역에서 공격수들에게 찬스를 제공하는 창조자다. 외질은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다. 지네딘 지단과 후안 리켈메로 대변되는 전통적 공격형 미드필더와는 다르다. 공격 템포를 올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외질의 부드러운 왼발은 공격의 속도를 단숨에 올린다. 속도감 있는 드리블로 직접 상대 진형에 균열을 가하기도 한다. 약점으로 꼽혔던 몸싸움도 거칠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으며 강인함을 과시했다.

외질은 월드컵 무대에서 이미 검증된 '찬스메이커'다. 7경기 1골 1도움이라는 공격포인트만이 외질이 브라질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의 전부가 아니다. 외질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17회의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외질보다 뛰어난 찬스 제공자는 대회 MVP 리오넬 메시만이 유일했다.   

다가오는 월드컵에서 외질의 어깨가 무겁다. 월드컵 최다득점자 미로슬라피 클로제가 은퇴한지 오래고 뮐러의 발 끝이 예전만 못하다. 티모 베르너와 마리오 고메스가 경쟁하는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도 의문 부호가 던져진다. 결정력 측면에서 지난 대회보다 다소 약세가 예상되는 만큼 공격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한 독일이다. 결국 외질이 '키패스'를 얼마나 동료들에게 전달하느냐가 독일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보수적인 뢰브의 선택... 결과는?

독일 대표팀의 수장 요하임 뢰브는 이번 월드컵 참가에 있어서 보수적인 선택을 내렸다. 한국 대표팀이 이승우, 문선민 등을 뽑아 변칙을 택한 것과 달리 우수한 인재 풀(pool)에서 안정적인 결정을 했다. 지역 예선과 지난해 있었던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대표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노이어를 제외하고는 부상을 당한 선수는 뽑지 않았다.

새로운 피가 약간 수혈됐지만 큰 틀에서 지난 월드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독일이다. 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단단한 수비와 밀도 높은 중원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2선 자원의 창의성과 공격수의 한 방으로 승부를 잡는 방식을 유지 중이다.

웬만한 팀은 집어 삼킬 정도로 강한 독일이지만 과연 지난 대회의 강력함을 이번에도 보여줄 지는 미지수다. 일단 뢰브 감독의 보수적인 선택으로 독일은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 월드컵 본선을 치를 공산이 크다.

 독일, 칠레 1-0 꺾고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독일은 지난 2017년 7월 칠레를 1-0으로 꺾고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했다. ⓒ EPA/연합뉴스


변하지 않은 '플랜 A'는 조별리그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대회 전부터 독일을 꺾고 정상에 오르길 원하는 우승 후보국과 경기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다. 현대 축구에서 전술의 변화 시기는 빠르다. 성공을 거둔 팀의 약점을 경쟁자들은 수 개월 안에 모두 파악하고 직접 타격한다.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성공을 거둔 방식과 비슷한 전략은 위험한 선택이다. 지난 4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은 전술의 약점을 스페인, 프랑스, 브라질 등이 모를 리가 없다. 작지만 뚜렷한 독일의 약점은 결정적인 순간 큰 생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독일에게 필요한 것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에이스의 마법이다. 브라질 월드컵 승부처에서 나왔던 크로스의 정확한 킥에 의한 세트피스 득점 방식은 상대국 입장에서는 준비해도 쉽게 막을 수 없는 무기다. 또한 예측이 불가능한 외질의 순간적인 침투 패스도 상대팀 예상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독일의 사상 첫 월드컵 2연패는 크로스와 외질의 판단과 결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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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크로스 메수트 외질 우승 후보 전차 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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