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포스터

<시카고> 포스터 ⓒ 신시컴퍼니


배우가 한 작품에 출연하면 짧으면 며칠에서 몇 주 동안 한 인물이 되기도 하지만, 길면 몇 달이 되기도 한다. 몇 달 동안의 출연으로 배우는 그 역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하고, 또는 "다시는 그 역할을 안 하고 싶다", "못 하겠다"고 밝히기도 한다. 그만큼 장기간 한 인물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록 무대에 서는 시간은 하루에 몇 시간일지 몰라도, 그 인물에 녹아드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기 때문. 하지만 출연하는 배우들마다 입을 모아 '만족'을 드러내는 작품이 있다. 바로 <시카고>다. 2000년에 초연돼 18년 동안 14번의 시즌을 거친 장수 뮤지컬임에도, 출연 배우들은 다시 무대에 오르길 바랐고, 그 꿈이 무대에서 이뤄졌다.

29일 오후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시카고> 프레스콜이 열렸다. 하이라이트 시연 후 김경선, 안재욱, 최정원, 김지우, 아이비, 박칼린, 남경주, 김영주가 자리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첫 무대는 박칼린과 아이비가 꾸민 'All That Jazz'였다. 박칼린과 앙상블의 파워풀한 안무와 음악이 무대를 압도했다. 무대 뒤로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비의 모습과 함께 핏빛 무대가 펼쳐졌다.

이어, 처음으로 빌리 플린 역을 맡은 안재욱과 앙상블의 'All I Care About' 무대가 이어졌다. 안재욱은 "내게 오직 사랑뿐"이라며 능청스럽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특유의 빌리를 완성했다.

 <시카고> 최정원 박칼린 아이비 김지우 남경주 안재욱 김영주 김경선

<시카고> 최정원 박칼린 아이비 김지우 남경주 안재욱 김영주 김경선 ⓒ 신시컴퍼니


김지우는 'Roxie'로 미워할 수 없고 사랑스러운 록시 하트로 무대에 올랐다. 김지우는 "살인도 예술이라네", "이게 바로 쇼비즈니스" 라며 매혹적인 안무와 제스처로 <시카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을 꾸몄다. 

'We Both Reached For the Gun'는 아이비, 남경주, 김영주와 앙상블의 무대였다. 록시 하트를 대변해 쇼비즈니스로 대중을 사로잡는 빌리 플린의 모습을 담은 장면으로, 아이비는 꼭두각시를 연상케하는 안무로 재미를 더했다.

아이비, 최정원이 꾸민 'Nowadays'에 이어 마지막 무대는 최정원, 김지우의 'Hot Honey Rag'였다.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시카고>의 분위기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두 배우의 넘버와 안무가 눈길을 모았다.

모든 배우에게 의미 있는 작품 <시카고>

 All That Jazz_박칼린

All That Jazz_박칼린 ⓒ 신시컴퍼니


<시카고>는 2000년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다. 최정원은 00, 01, 07, 08, 09, 10, 12, 13, 14, 15시즌에 참여했다. 

"함께 하는 배우에게 감사하다는 말하고 싶다. 박칼린과 더블을 하게 되면서 그동안 찾아내지 못한 벨마의 모습도 찾게 됐다. 좋은 기회다. 이번만 하고 <시카고>를 떠날까 했는데(웃음), 더 열심히 해서 계속 함께 하고 싶다."

아이비 역시 12, 14, 15시즌에 참여해 록시 하트로 <시카고>에 최다 출연한 배우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시카고>에 새로운 세대교차가 일어나지 않을까...(웃음). 더블 캐스팅된 김지우의 공연을 보면서 신선한 자극도 받았다. 좋은 공연에 출연하는 것이 영광이고 좋은 경험이다. 올드 캐스트, 뉴캐스트 모두 기대해 달라."

08, 10, 12 시즌에 빌리 플린으로 참여한 남경주는 오랜만에 돌아온 감회를 털어놓았다. 달라진 <시카고>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다시 또 오랜만에 돌아오니, 편안함도 편안함이지만 좋은 작품에 합류한다는 사실에 영광스럽다. 라이선스 작품이다 보니, 해외작업팀에서 원작을 많이 따르길 바랐는데, 이번 시즌에는 우리 아이디어도 많이 받아줬다, 우리 정서에 잘 맞게 배려해 주셔서 즐겁게 하고 있다."

김경선은 마마 모튼으로 07, 08, 09, 10, 12, 13, 14, 15시즌에 참여했다. 농익은 마마를 기대케 하는 힘찬 각오였다.

"오래하다 보니 '자다 깨어나도 하겠다'는 말도 들었는데, 이번 무대 역시 농익은 마마를 보여드리겠다. 노련함과 새로운 에너지 시너지로 멋진 공연이 될 것 같다."

2013까지 음악감독을 하다가, 이번에 무대에 오른 박칼린. 벨마로 변신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을 터. 특히 안무에 대한 고충을 드러냈다.

"오래전부터 무대에서 등만 돌리고 있다가, 무대에 올랐다. 머리로는 대본, 가사, 음악 다 알고 있었는데 댄스라는 노동? 에너지가(웃음). 춤은 내 인생에 없을 줄 알았는데 도전을 하게 됐다. 스태프, 배우들에게 힘 받고 열심히 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서 <시카고> 본연의 모습을 찾은 거 같다."

18년 만에 같은 배역으로 무대에 오른 김영주의 감회도 남달랐다. 첫 시즌 때 마마로 무대에 오른 뒤, 이번에 다시 관객들을 만나게 된 것.

"감회가 새롭다는 말이 이런 마음인가 싶다. <시카고>를 한 배우들은 작품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작품에 그만큼의 매력이 있다. 다시 나도 마마를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돼서 다시 무대에 올라 영광이다. 시카고는 나에게 의미가 크다. 20대에 마마를 한다는 게, 물론 열심히 했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귀여운 마마였던 거 같다. 지금 다시 임하는 마마. 에너지 넘치는 마마를 보여드리겠다. 감사한 마음이다."

 All I care about_안재욱

All I care about_안재욱 ⓒ 신시컴퍼니


'<시카고>는 자신과 전혀 상관이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 안재욱은 '가장 잘하는 빌리'로 불린다고.

"당연히 <시카고>는 잘 알고 있는 작품이지만,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시카고>하면 춤! 아닌가. 멋진 재즈음악과. 내가 춤과는 거리가 멀어서 상관없다는 선입견이 있었던 거 같다. 하지만 요즘엔 '이 기회를 얻지 못했으면 어떡했을까'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내 인생의 멋진 순간으로 남을 것 같다. 앞서 빌리를 맡은 배우들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제일 잘 한다고 하는데...(웃음)"

<시카고> 출연으로 꿈을 이룬 김지우는 행복감을 드러냈다. 그가 펼치는 무대를 보면 그의 꿈에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다.

"제가 동경하던 작품이다. 기사를 보니 2008년에 <시카고>출연을 하고 싶다고 했더라. 꿈을 이루게 돼서, 이 무대에 서는 것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이 무대에? 이 선배들과? 같이 무대에 선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벌써 4회 공연을 했는데 아깝다! 더 하고 싶다. 순간순간이 행복하다."  

14번 출연? 중요한 건 얼마나 잘 하느냐!

최정원은 <시카고>에 14번째 출연이다. 하지만 아직도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흥분에 휩싸인다고 밝혀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했느냐보다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하면 할수록 이해하는 방향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 록시로 시작했고 벨마로 살고 있는데, 이 작품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더블캐스팅이 되면서 작품을 다시 보게 됐다. 곧 작품이 1000회를 맞이하는데 500번은 넘게 무대에 섰을 거다. 매회 같은 기분으로 오른적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올라오는 장면은 아직도 심장이 튀어나올 거 같다. 원래 저혈압인데 <시카고>만 하면 심장이 빠르게 뛰어 고혈압이 된다. <시카고>가장 사랑하는 증거인 듯 싶다."

너무도 닮은 두 록시 하트 아이비와 김지우

 Roxie_김지우

Roxie_김지우 ⓒ 신시컴퍼니


 Roxie_아이비

Roxie_아이비 ⓒ 신시컴퍼니


"데뷔했을 때는 이다해 닮았다고 하던데 요즘에는 같이 작품을 하면서 김지우와 많이 닮았다고 한다. 근데 정말 성향, 성격도 닮아 놀랐다. 좋은 성향의 배우와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웃음). 김지우의 록시는 그의 순수함이 우러나와 사랑스럽다." (아이비)

"같이 편의점에 갔는데 우리 둘이 자매라고 물어보저라(웃음). 내가 먼저 데뷔는 했는데,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긴 했다. 아이비 록시가(나보다) 더 사랑스럽다. 록시로 농익어 많이 배우게 된다. 특히 '여기서는 이렇게 하면 편하게 나갈 수 있어'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무대에서는 작은 체구의 언니가 순식간에 커지는 장악력을 느낀다. 진짜 감사하다."(김지우)

"신사 숙녀 여러분은 살인과 탐욕, 부패, 사기, 간통, 그리고 배신이 가득한 이야기를 감상하게 될 겁니다...(중략) 1975년에 공연된 이 뮤지컬은 1925년 연극을 토대로 하고 있으나 오늘날의 뉴스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언론의, 언론에 의한 권력남용과 조작, 그리고 사법제도의 복잡함은 진실과 정의를 찾는데 있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1926년에는 충격적이었고, 1975년에는 냉소적이고 풍자적이었다면 오는날에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연출 월터 바비/프로그램 북에서 발췌)

<시카고>는 오는 8월 5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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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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