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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이 28일 오전 국회접견실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어 소회를 밝히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8일 오전 국회접견실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어 소회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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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8일 오전 11시 19분]

임기를 마치고 평의원으로 돌아가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대결적 정치 문화를 청산하고 다당체제에 걸맞은 협치의 모델을 확립해나가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특히 "국민과의 약속을 천금같이 여기고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19대 대선 당시 모든 대선후보들이 약속했던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 무산에 대한 반성과 20대 후반기 국회를 향한 당부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은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표결 불참으로 '투표 불성립' 결정, 사실상 부결됐다. 

정 의장은 28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1년 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개헌과 분권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정파의 이해라는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또한,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20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을 성사시키길 기원했다.

그는 이와 관련, "짧게는 지난 2년, 길게는 70년의 세월 동안 우리 국회는 주권재민의 도도한 역사와 함께해왔다"라며 "제헌 70주년과 국회개원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지난날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정 의장은 앞서 20대 전반기 국회 성과를 거론하면서도 "1987년 개헌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국회 개헌특위를 설치, 개헌 문제를 공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비록 6월 개헌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축적해온 개헌 논의와 새 헌법에 대한 범국민적 요구와 열망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내일을 여는 커다란 원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과 질의응답 때도 "국회 개헌특위를 1년 반이나 가동했는데 국회 개헌안이 없다는 건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국회는 18대, 19대부터 지속적으로 개헌에 대한 연구를 했고 20대에는 연구를 넘어 특위까지 운영했기 때문에, 각 정파 지도자들이 결단만 하면 얼마든지 성사할 수 있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빠르면 6월 말, 아니면 후반기(국회)에라도 국회 개헌안을, 여러 정파가 동의하는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1987년 헌법을 만든 지 31년이다. 앞으로도 개헌을 수시로 하는 시대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번 호소했지만 개헌 논의와 정파적 이해관계를 분리해서 별도로 처리하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정당 지도자들이 그런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대통령 탄핵, 입법부로서의 역할과 사명 재확인한 계기"

정세균 국회의장이 28일 오전 국회접견실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8일 오전 국회접견실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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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세균 의장은 "국민 앞에 낯을 들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러운 기억도 있었고 기쁘고 보람찬 일들도 많았다"라면서 지난 2년을 회고했다. 특히 "20대 전반기 국회에서 가장 큰 사건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대통령 탄핵"이라며 이를 높게 평가했다.

이와 관련, 정 의장은 "헌정 사상 초유의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우리 국회는 헌법이 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탄핵안을 처리, 헌정의 중단과 국정공백 없이 새 정부 출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었다"라며 "이는 우리 국회가 들불처럼 일어선 민심을 깊이 헤아린 결과이자 입법부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재확인한 계기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국회의장에 취임하면서 약속했던 국회 운영의 원칙과 철학(▲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 ▲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어왔다는 사실만큼은 감히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의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청소근로자분들을 직접 고용하겠다 말씀드렸고, 그 약속 지켜냈다"라며 "비록 거창한 일은 아닐지 모르지만 국회가 앞장서서 우리 사회의 고용의 질을 높이고 신뢰와 존중의 문화를 일궈낸 신호탄이 됐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된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문제해결을 시도했다"라며 ▲ 불체포특권 남용 방지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 개선 ▲ 무분별한 증인채택 관행 개선 ▲  피감기관 지원 국회의원 국외 출장 원칙 금지 등을 성과로 꼽았다.

또 "의장으로서 다당체제로 출발한 20대 국회의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라며 "국회의장과 원내교섭단체 대표와의 회동을 정례화해 대화와 소통으로 현안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뒤에서 재촉하는 의장이 아니라 앞에서 솔선수범하는 의장이 되기 위해 땀흘려왔다"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마지막으로 "진정한 의회주의자, 품격 있는 정치인으로 역사 앞에 당당하게 살아가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제 의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 다시 평의원으로 돌아가지만 공동체의 화합과 지속가능한 미래,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라는 말이 있다. 지난 2년 간의 작은 발자취가 후대에 유의미한 이정표가 되길 소망한다"라고 덧붙였다.


태그:#정세균, #개헌, #탄핵,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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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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