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가의 전력으로는 아르헨티나가 다소 앞서지만 죽음의 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월드컵 남미예선과 최근 A매치 평가전에서 잇따른 부진으로 아르헨티나는 우승후보로 2% 부족하다는게 중론이다. 만약 메시가 조별리그에서 제 몫을 못할 경우 크로아티아, 아이슬란드, 나이지리아 등 쟁쟁한 팀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크로아티아와 아이슬란드는 유럽예선에서 1승 1패로 호각세를 이뤘고, 나이지리아는 통산 다섯 번의 월드컵에서 무려 세 차례나 16강에 오른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아르헨티나: 25년 메이저대회 무관, 결국 믿을 구석은 메시?  

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도전은 결국 메시에게 달렸다.

▲ 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도전은 결국 메시에게 달렸다. ⓒ 피파 홈페이지


4년 전 정상 문턱에 근접했지만 아쉽게 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최강의 공격진을 보유하고도 최근 메이저 대회에서 연이은 준우승(2014, 2015, 2016년)에 그치며 선수들과 팬들은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메이저대회 우승은 1993 코파아메리카다.

자칫 아르헨티나 없는 월드컵을 볼 뻔 했다. 남미예선에서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티켓을 손에 쥘 만큼 과정은 무척 험난했기 때문이다. 감독 교체만 두 번이었다. 타타 마르티노, 에드가르도 바우사가 차례로 물러나고 호르헤 삼파올리가 지난해 5월부터 소방수로 나섰다. 

무엇보다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에 대한 의존증이 심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모두가 지켜봤다. 조별리그 3경기 연속골, 16강 스위스전 1도움으로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이끌었다.

이번 월드컵 남미예선에서도 메시의 유무에 따른 전력차가 극심했다. 메시가 결장한 남미 예선 7경기에서 1승 4무 3패로 참담한 성적표를 남긴 반면 메시가 출전할 때 6승 3무 1패로 높은 승률을 기록한 것. 최근 평가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나이지리아에 2-4로 패했고, 3월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는 무려 1-6으로 대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 두 경기 모두 메시가 결장했다.

아르헨티나는 세르히오 아구에로, 곤살로 이과인 등 월드 클래스 공격수들이 메이저대회에서 결정적일 때 실망스런 플레이를 선보였다. 물론 메시도 한 끝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세 차례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7경기 동안 무득점에 그친 점은 결코 메시의 이름값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가 풀어내야할 과제는 잔뜩 쌓여있다. 삼파올리 감독은 아직까지 확실한 전술을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칠레 대표팀과 세비야에서 많은 활동량과 강력한 압박 전술을 통해 지략가로 인정받았지만 정작 아르헨티나에서 엇박자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고민이다. 루카스 빌리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앙헬 디 마리아, 에베르 바네가 등 역동적이고 많은 체력을 요하는 삼파올리식 전술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메시마저 가세할 경우 팀의 기동성은 한층 저하된다. 삼파올리 감독은 3월 평가전에서 막시밀리아노 메사, 지오바니 로 셀소 등을 2선에 가동하며 실험했으나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주전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가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가뜩이나 불안정한 뒷문은 더욱 엷어졌다. 올 시즌 첼시에서 백업에 머무르며 경기 감각이 부족한 윌리 카바예로의 어깨가 무겁다. 

아이슬란드: 축구 변방의 아름다운 반란

길피 시구르드손 에이스 시구르드손이 이끄는 아이슬란드가 또 한 번의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 길피 시구르드손 에이스 시구르드손이 이끄는 아이슬란드가 또 한 번의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 피파 홈페이지


인구 33만 명의 소국 아이슬란드의 월드컵 여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아이슬란드는 축구 변방국이었다. 하지만 유로 2016에서 8강 진출이라는 깜짝 돌풍을 일으키더니 이 기세를 몰아 크로아티아, 터키, 우크라이나, 핀란드 등 만만치 않은 강팀들을 물리치고 조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지난 유로 2016에서 공동 감독이었던 라그 라거백이 떠났지만 헤이마르 할그림손 감독은 4-4-2와 4-2-3-1을 병행하며 기존의 전술 틀을 유지하고 결속력을 다지는데 초점을 맞췄다.

아이슬란드는 기본적으로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롱패스 위주의 경기를 운영한다. 그리고 두 줄 수비를 통해 공간을 줄이며 상대 공격을 봉쇄한다.

아이슬란드는 유럽 예선 10경기에서 7실점만 내줬다. 뛰어난 신체 조건과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온 조직력이 기반이 된 결과물이다. 라그나 시구르드손, 카우리 아르나손을 중심으로 좌우에는 회르뒤르 마그누손, 비르키르 사이바르손이 측면을 책임지는데 포백의 평균 신장이 무려 188cm가 넘는다.  

허리에서는 아론 군나르손과 에밀 할프레드손이 많은 활동량과 강력한 투쟁심을 발휘한다면  좌우 윙어 비르키르 바르나손, 요한 구드뮌드손은 횡적인 돌파에 이은 슈팅과 정확한 패스로 공격 작업에 참여한다.

아이슬란드 공격의 핵심은 길피 시구르드손, 알프레도 핀보가손이 꼽힌다. 2선에서 시구르도손의 정교한 킥 감각과 침투에 이은 득점력은 아이슬란드 공격에서 절대적이다. 하지만 올 시즌 에버턴에서의 경기력은 기대보다 미흡했다. 오히려 최전방 공격수 핀보가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리그 22경기 12골 3도움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크로아티아: '월클 MF' 모드리치-라키티치, 20년전 영광 재현할까

모드리치-라키티치-코바치치 황금 미드필더의 힘을 앞세운 크로아티아가 20년 전의 영광 재현에 나선다.

▲ 모드리치-라키티치-코바치치 황금 미드필더의 힘을 앞세운 크로아티아가 20년 전의 영광 재현에 나선다. ⓒ 피파 홈페이지


크로아티아는 1998 프랑스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후 20년 동안 보여준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세 번의 월드컵(2002, 2006, 2014)에서 단 한 차례도 조별리그를 한 차례도 통과하지 못했다. 유로에서는 2008년과 2016년 토너먼트에 올랐으나 첫 경기에서 모두 탈락했다.

크로아티아는 이번 월드컵 유럽예선에서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아이슬란드, 터키에게 패하며 탈락 위기에 내몰렸다. 크로아티아 축구협회는 최종전을 남긴 상황에서 안테 카치치 감독을 경질하고, 즐라트코 다리치 감독에게 팀을 맡기는 모험수를 던졌다.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다리치 감독은 마지막 우크라이나와 원정 경기를 승리로 이끈데 이어 그리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승리를 낚았다.

크로아티아의 플랜 A는 4-2-3-1이다. 니콜라 칼리니치가 최전방 원톱에 나설 경우 마리오 만주키치는 소속팀 유벤투스에서와 같은 2선의 측면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이반 페리시치는 왼쪽에서 종적인 돌파에 이은 슈팅과 크로스를 생산한다.

특히 미드필더만큼은 자원이 넘쳐난다. 이반 라키티치, 루카 모드리치로 구성된 미드필드 라인은 세계 최정상급이라고 해도 이견의 여지가 없다. 마테오 코바치치, 마르셀로 브로조비치, 밀란 바데이 등도 수준급이다. 포백은 데얀 로브렌, 도마고이 비다, 시메 브르살리코는 주전이 유력한 가운데 왼쪽의 이반 스트리니치, 요십 피바리치가 주전 경쟁을 펼친다. No.1 골리는 다니엘 수바시치가 앞서있다. 

나이지리아 : '16강 단골' 슈퍼이글스, 아프리카 최고 성적 4강 도전

알렉스 이워비 이번 월드컵에서 나이지리아의 목표는 최소 8강, 더 나아가 4강 진출이다.

▲ 알렉스 이워비 이번 월드컵에서 나이지리아의 목표는 최소 8강, 더 나아가 4강 진출이다. ⓒ 피파 홈페이지


아메드 무사는 지난 1월 피파와의 인터뷰에서 8강이나 최대 4강 진출을 목표로 한다고 선언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꾸준한 성적을 내는 대표적인 팀이다. 1994, 1998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고, 4년 전에도 보스니아와 이란을 따돌리고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통산 3차례 조별리그를 통과한 아프리카 팀은 나이지리아가 유일하다. 하지만 아프리카 역대 최고 성적은 카메룬(1990년), 세네갈(2002년), 가나(2010년)이 기록한 8강이다.  

나이지리아는 월드컵 아프리카 최종예선에서 카메룬, 잠비아, 알제리와 죽음의 조에 속했지만 조1위로 본선행 티켓을 획득했다.

레온 발로군, 윌리암 트루스트 에콩으로 구성된 센터백 라인은 A매치 경험이 적지만 안정감 있는 수비로 예선 8경기에서 4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심지어 필드골은 겨우 두 차례에 불과했다. 오게니 오나지, 오니이녜 은디디, 존 오미 미켈로 구성된 중앙 미드필더 3인방의 허리 장악력이 매우 뛰어나고, 2선은 알렉스 이워비, 빅터 모지스, 무사 등 각기 스타일이 다른 옵션이 즐비하다. 최전방은 켈레치 이헤아나초가 오디온 이갈로와의 경쟁에서 다소 앞서 있다. 

나이지리아가 극복해야 할 대상은 아르헨티나와의 악연이다. 이번 대회를 포함, 아르헨티나와 다섯 번째 만남이다. 나이지리아는 1994, 2002, 2010, 2014년 조별리그에서 모두 아르헨티나에 패했다. 물론 D조는 크로아티아, 아이슬란드와의 맞대결에서 16강 진출을 가늠할 것이 분명하지만 아르헨티나전에서 승점 1점 이상을 확보한다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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