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게 또 다시 대단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인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선발투수들 중 초반에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류현진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저스틴 터너가 복귀한 이후 승리를 거듭하고 있다.

한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까지 찍었던 다저스는 최근 7경기 6승 1패를 기록하며 반등하고 있다. 시즌 전체 성적이 22승 27패 승패 마진 -5로 아직 상위권 진입은 멀지만, 5월 24일(이하 한국 시각) 같은 지구 선두 콜로라도 로키스를 잡으면서 상위권과 승차를 점점 좁혀가고 있다.

같은 날 서부지구의 다른 팀들은 패배 소식을 전해왔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하 디백스)는 밀워키 브루어스 원정 경기에서 4회말 한 이닝에만 7점을 허용하며 2-9로 대패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1-4로 패하면서 서부지구 상위 3팀이 모두 패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만 워싱턴 내셔널스 원정 경기에서 3-1로 승리하면서 다저스를 추격했을 뿐이다.

5월 선발 ERA 3.06... 커쇼, 류현진 없어도 대체 선수들 맹활약

24일 경기에서 다저스 선발투수로 등판한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는 6.2이닝 2피안타 4볼넷 12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치면서 팀 승리에 기여했다. 투구수 111구로 마에다는 다저스에 온 이후 가장 많은 단일 경기 투구수를 기록했다.

마에다는 지난 등판이었던 마이애미 말린스 원정 경기에서도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2경기 연속 호투를 이어갔다. 시즌 10경기에 등판(9선발)하여 4승 3패 평균 자책점 3.38을 기록하고 있는 마에다는 오히려 마지막 타자인 크리스 아이아네타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바람에 이닝을 끝내지 못하고 교체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커쇼(이두박근)와 류현진(사타구니 내전근) 그리고 리치 힐(손가락 물집) 등 주축 선발투수들이 이탈한 상황에서 마에다는 현재 다저스 선발진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마에다는 5일 휴식 후 등판한 5경기에서 1승 2패 3.76을 기록하며 좋은 내용을 보이고 있다(4일 휴식 후 2경기 1승 1패 6.17).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다음 일정은 휴식일을 감안하여 마에다에게 추가 휴식을 주겠음을 드러냈다.

다저스는 3명의 선발투수가 부상으로 빠져 있으나 대체 선수들이 놀라운 활약을 해 주고 있다. 3명이 없는 동안 기존 선발투수인 마에다가 4경기 2승 1패 2.96을 기록하고 있으며, 알렉스 우드는 4경기 1승 1패 2.05로 호투했다. 대체 선발로 투입된 로스 스트리플링이 3경기 1승 1패 3.26을 기록했고, 워커 뷸러도 5월 4경기 1승 1패 2.63을 기록했다. 심지어 23일에 콜업된 브록 스튜어트도 4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시즌 성적 22승 27패 중 다저스는 선발투수들이 3실점 이하로 막은 경기에서 20승 17패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터너가 복귀한 타선이 살아나고 있고, 켄리 잰슨도 시즌 초반 3피홈런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1실점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다저스의 선발 야구 기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록이 되고 있다.

커쇼 불펜 피칭, 선발진에 들려온 희소식

다저스 선발진에 또 다른 희소식이 들려왔다. 에이스 커쇼가 24일 불펜 피칭을 소화했는데,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공을 던지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원래 커쇼는 이날 불펜에서 30구를 던질 계획이었지만 잠시 쉬었다가 24구를 더 던졌다.

로버츠 감독이 커쇼의 공을 지켜봤으며, 공을 받았던 포수 야스마니 그란달과 트레이너 역시 커쇼의 공을 확인했다. 24구를 더 던진 커쇼가 괜찮다고 하자 로버츠 감독은 27일 시뮬레이션 게임 4이닝 투구를 지시했다.

시뮬레이션 게임 다음 단계는 마이너리그에서 재활 경기를 치르거나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하여 투구수를 늘려가는 방법이 있다. 다만 빨리 팀에 복귀하고 싶은 커쇼의 성향을 감안하면 일단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하여 투구수를 점점 늘려가는 후자의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도 역시 롱토스 거리를 점점 늘려가며 재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사타구니 근육에 대한 부상이라 본격적으로 하체의 힘을 쓰는 불펜 피칭을 들어가려면 근육의 상태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힐은 일단 다시 공을 던져보고 있는 상태다. 손가락에 테이핑을 하고 던지면 괜찮지만, 장갑을 끼고 타격을 하는 타자들과 달리 투수들은 손에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힐은 다저스에 합류한 이후 2016년 후반기를 제외하고 2017년과 2018년 매년 손가락 물집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데, 3년 48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계약이 2019년까지 되어 있다.

지구 선두와 승차 3경기 반... 극한 서바이벌 돌입한 NL 서부지구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와 중부지구는 최하위 팀들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모두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말린스(18승 30패)와 신시내티 레즈(17승 32패)가 동부지구와 중부지구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데, 말린스는 지구 4위와 8경기 그리고 레즈는 10경기나 벌어져 있어 사실상 뒤집기가 불가능해보인다.

동부지구에서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29승 19패)와 필라델피아 필리스(28승 19패), 내셔널스(26승 22패) 그리고 뉴욕 메츠(24승 21패)까지 4팀이 최대 승차가 3경기 반에 불과하다. 중부지구 역시 선두 브루어스(31승 19패), 피츠버그 파이어리츠(27승 21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26승 21패) 그리고 시카고 컵스(25승 21패) 4팀의 승차가 최대 4경기다.

서부지구 역시 선두 로키스(26승 24패)와 디백스(25승 24패), 자이언츠(24승 26패)와 다저스(22승 27패)의 최대 승차가 3경기 반이다. 다만 동부지구나 중부지구와 달리 평균 승률이 다소 낮은 상황이라 와일드 카드를 노리는 것이 지구 선두를 노리는 것보다 더 어려울 정도다.

동부지구나 중부지구에서는 선두를 노리지 못하더라도 와일드 카드라도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부지구의 선두 로키스와 와일드 카드 2위 파이어리츠의 승차만 해도 3경기 이상이기 때문에 서부지구의 순위 경쟁이 다른 지구에 비해 더 힘든 경쟁이 됐다.

게다가 서부지구에서는 최하위 파드리스마저 선두 로키스와의 승차가 5경기 반에 불과하여 아직 추격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5팀 모두 한 순간 미끄러지면 순식간에 최하위까지 내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심상치 않은 상위권의 연패, 올라가는 다저스

다저스가 최근 7경기에서 6승 1패를 거두는 동안 서부지구의 다른 팀들은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고 다저스의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리그 선두까지 노리고 있었던 디백스는 최근 10경기에서 7연패를 포함하여 1승 9패에 그쳤고, 리그 선두는 커녕 5할 승률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디백스의 급격한 추락으로 지구 선두가 되었지만 로키스도 좀처럼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로키스도 2연패를 포함하여 최근 10경기 4승 6패로 하락세이지만, 디백스가 워낙 급격히 추락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지구 선두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 지구 선두 자리도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위닝 시리즈를 얻지 못하게 되면서 불안하게 됐다.

자이언츠 역시 디펜딩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만나 2패를 당하며 원정 시리즈를 내주게 됐다. 5할 승률이 붕괴된 자이언츠는 당장 다저스와의 승차가 1경기 반으로 줄어들었다. 자이언츠는 다음 시리즈 상대가 컵스라서 승리를 따내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부지구 팀들의 주요 일정을 살펴보면 자이언츠는 컵스를, 로키스는 레즈를, 디백스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만나며 다저스는 파드리스와 홈 시리즈를 치른다. 로키스는 중부지구 최하위 팀을 만나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고, 디백스가 만나는 애슬레틱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지만 승률이 0.510이다.

다저스도 안심할 수는 없다. 지난 번 파드리스와의 원정 시리즈에서 1승 2패를 당했기 때문에 이번 시리즈에서 복수가 필요하다(시즌 전체 4승 2패). 메이저리그의 6개 디비전 중 순위 경쟁이 다소 싱거운 지구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둘이서만 치고 나가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뿐인 만큼 나머지 5개 디비전은 순위 경쟁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만 다저스가 서부지구의 다른 팀들에 비해 선수 자원층이 넓은 것은 사실이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황에서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자원들은 다저스의 미래를 책임질 특급 유망주들이었고, 그 유망주들이 자신의 능력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의 침체는 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다저스가 6년 연속 서부지구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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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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