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넥센 성폭행 의혹 박동원·조상우 참가활동정지 조처  KBO 사무국이 23일 성폭행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 포수 박동원(왼쪽)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 2명에게 참가활동정지 조처를 내렸다.

사진은 지난 5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넥센 조상우와 박동원이 주먹을 맞대는 모습.

▲ KBO, 넥센 성폭행 의혹 박동원·조상우 참가활동정지 조처 KBO 사무국이 23일 성폭행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 포수 박동원(왼쪽)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 2명에게 참가활동정지 조처를 내렸다. 사진은 지난 5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넥센 조상우와 박동원이 주먹을 맞대는 모습. ⓒ 연합뉴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연이은 사건사고로 구단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 히어로즈 소속의 박동원(28·포수)과 조상우(24·투수)가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박동원과 조상우는 23일 새벽 인천의 한 호텔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이날 오전 준강간 혐의로 박동원과 조상우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한국 야구 위원회(Korea Baseball Organization, 아래 KBO)는 이들 두 명에 대해 23일부터 참가활동정지 조치를 내렸다. KBO 규약 152조 5항에는 '부정행위와 품위손상행위와 관련한 사실을 인지한 경우 또는 그에 관한 신고·확인 과정에서 해당 직무의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제재가 결정될 때까지 참가활동(직무)을 정지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참가활동정지는 엄밀히 말하면 공식적인 징계는 아니고 그 직전 단계에 해당되는 규정이다. 다만 사실관계가 명확히 소명될 때까지는 팀 훈련이나 경기에 참가할 수 없고 이 기간 동안 연봉도 받을 수 없다. 히어로즈 구단도 KBO의 징계 결정과 별개로 이들을 이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현재 두 선수는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과의 관계에서 '강압이나 폭력은 전혀 없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는 만큼 두 선수의 혐의 유무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프로 선수들이 원정을 간 지역에 마련된 자신들의 숙소에 이성과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부적절한 처신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단이 받은 피해도 크다. 두 선수는 히어로즈의 주축 자원이다. 박동원은 올 시즌 39경기 출장해 타율 2할4푼8리 6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조상우는 18경기 1승 2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 중이었다. 최근 구단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가운데 주축 선수들이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경기 공백보다 뼈아픈 팀 이미지 실추, 바람 잘 날 없는 넥센

침울한 뒷모습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 등 2명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넥센 선수들이 23일 오후 굳은 표정으로 인천시 남구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들어서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이날 이곳에서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 침울한 뒷모습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 등 2명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넥센 선수들이 23일 오후 굳은 표정으로 인천시 남구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들어서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이날 이곳에서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 연합뉴스


단순히 이들의 부재로 인한 당장의 전력 공백보다 구단 이미지에 끼칠 악영향이 더 뼈아프다. 히어로즈는 가뜩이나 최근 연이은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히어로즈의 창업주인 이장석 전 대표이사는 구단 창단에 필요한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사기 혐의로 피소됐고 결국 법정공방 끝에 구속되어 1심에서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히어로즈의 존립 근거와 정체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사건이었다. 히어로즈 구단의 파행 운영이 계속되자 메인스폰서 넥센타이어가 구단 운영 정상화를 요구하며 스폰서비 지급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이야기가 있다. 히어로즈는 선수단과 및 프런트 관리에서도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2016년 10월 히어로즈에서 뛰다가 상무에 입대한 외야수 문우람이 승부조작 연루에 가담했다는 의혹으로 법정 구속됐다. 2017년 KBO리그를 강타한 '최규순 심판 게이트' 당시 넥센 구단의 전 임원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2016년 12월에는 피츠버그에서 활약하던 강정호가 국내에 들어와 음주운전 뺑소니를 했다. 물론 강정호는 이미 히어로즈 선수가 아니었지만, 문제는 경찰조사과정에서 강정호가 히어로즈에서 뛰던 2009년 8월과 2011년 5월에도 이미 두 번이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점이다. 넥센 구단 측은 "강정호가 구단에 보고하지 않아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변명했지만 선수단 관리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안우진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2018시즌을 앞두고 히어로즈에 1차 지명되어 구단 사상 최고액인 계약금 6억 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던 대형 신인 안우진은 고교 재학 시절 학교 폭력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드러나며 큰 충격을 줬다. 비록 히어로즈 입단 이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사고를 저지른 선수에 대하여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징계 결정을 내린 구단의 행보와 징계 수위의 적절성에 대하여 비판이 쏟아졌다. 안우진은 50경기 출전 정지를 받았고 최근 징계 해제와 공식 데뷔를 앞두고 있다.

구단 역사상 최악의 위기 맞이한 넥센, '생존 갈림길'에 섰다

넥센 선수 성폭행 사건 입장 밝히는 장정석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 2명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장정석 넥센 감독이 23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사건 관련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장 감독은 "(책임자로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 넥센 선수 성폭행 사건 입장 밝히는 장정석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 2명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장정석 넥센 감독이 23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사건 관련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장 감독은 "(책임자로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물론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는 타 구단을 비롯해 어디서든 종종 일어난다. 개개인의 인성 문제나 과실까지 모조리 구단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유독 히어로즈에서 속출한 일련의 추문들은 히어로즈라는 구단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을 남겼다.

프로 선수는 단지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팬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제공해야한다. 하지만 이장석, 강정호, 문우람, 안우진, 조상우, 박동원 등 히어로즈 관련 인사들은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뉴스의 중심에 섰다. 이들이 연루된 사건은 음주, 사기, 성추문 등 분야는 달라도 오래된 팬들마저 경악할 만큼 '도덕 불감증'이 지적된 사례라는 공통점이 있다.

넥센 히어로즈 구단은 KBO리그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구단으로서 메인 스폰서 넥센타이어를 비롯해 수십 개의 서브스폰서를 유치해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구단에 비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2014시즌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비롯하여, 강정호, 박병호, 서건창 등 스타플레이어들을 발굴했다. 또한 KBO리그 최초로 돔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이 되는 등 한때 한국야구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는 듯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올해 구단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넥센타이어와 서울히어로즈의 스폰서십 계약은 올해가 마지막 해다. 최근 일련의 사건을 감안할 때 재계약 전망이나 향후 스폰서 유치 가능성이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가뜩이나 다른 인기구단들에 비하여 약한 팬덤도 일련의 사건사고로 인하여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생존의 갈림길에 선 히어로즈 구단으로서는 구단 이미지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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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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