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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공동 주최한 '일제강제징용 조선인 노동자 합동추모행사'에 참석해 일본을 방문한 일이 있다.

당시 우리를 안내했던 가이드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 일명 재특회 이야기를 했다. 주로 재특회가 이야기하는 재일조선인의 특권이란 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꼭 재일조선인이 아니더라도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이 재특회의 활동에 얼마나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재특회는 대체 어떤 조직인지, 왜 있지도 않은 재일특권을 주장하는지 새삼스레 궁금해졌다.

'재특회, 왜 재일 코리안을 배척하는가'란 부제가 달린 <폭주하는 일본의 극우주의>(히구치 나오토 저,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는 다양한 이론과 실증조사를 활용해 재특회로 대표되는 '일본형 배외주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재특회를 낳은 것은 장기불황이 아니다"

 <폭주하는 일본의 극우주의> 표지
 <폭주하는 일본의 극우주의> 표지
ⓒ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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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의 구조변동에 따른 불만과 불안이 재특회의 탄생배경이라 게 기존의 담론이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가 쓴 <거리로 나온 넷우익>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에서도 일베를 재특회와 견주어 설명하는 맥락에서 주목받았던 이 책은 "지금의 차별적‧배외적 운동은 현실의 온갖 불만과 불안을 끌어들이는 블랙홀로 기능하고 있다"(7쪽)고 주장한다.

야스다 고이치는 재특회 회원들을 "다들 힘들어보이는 사람들"(367쪽)로 표현하면서 1990년대 일본사회의 구조 변화 속에서 경제적 불안정에 시달리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고용 유연화 정책 탓에 기업이 정규직 사원을 큰 폭으로 줄이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사람들 중 일부가 '일본인'이라는 불변의 '소속감'을 찾아 나서면서 배외주의 운동이 성장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설명이 사실이라면 "우리(재특회)는 일종의 계급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주장은 특권에 대한 비판이고, 엘리트 비판입니다"(재특회 홍보국장 요네다 류지)라는 주장도 그저 터무니없는 말로 치부해버릴 수만은 없다. 물론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재일조선인은 특권계급이 아니기 때문에 재특회의 '계급투쟁'은 망상에 기반을 둔, 대단히 기괴하고 비틀린 '계급투쟁'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히구치 나오토 도쿠시마대학 교수는 "재특회를 낳은 것은 장기불황이나 사회 불안의 증대라는 지금 현재의 문제가 아니다"(<폭주하는 일본의 극우주의> 6쪽)라고 단언한다.

그는 <거리로 나온 넷우익>에 등장하는 인물 중 "힘들어보이는 사람들"이라고 인정해도 좋을 사람은 7명에 불과하며, 그 중 다수가 체포자가 속출한 '팀 간사이'(재특회를 중심으로 간사이 지역에 거주하는 우익 활동가들이 만든 모임. 교토 조선제1초급학교 앞에서 "조선학교를 부숴라"면서 집회를 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벌여 다수의 체포자가 나왔다 - 기자말) 관계자이며, 양키 문화를 농후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외주의 운동에서도 특이한 존재라고 반박한다.

 히구치 나오토 도쿠시마대학 교수는 <거리로 나온 넷우익>에 등장하는 인물 38명 중 "힘들어보이는 사람들"이라고 인정해도 좋을 사람은 7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파란색 표시가 "힘들어보이는 사람들"이다.
 히구치 나오토 도쿠시마대학 교수는 <거리로 나온 넷우익>에 등장하는 인물 38명 중 "힘들어보이는 사람들"이라고 인정해도 좋을 사람은 7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파란색 표시가 "힘들어보이는 사람들"이다.
ⓒ 히구치 나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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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구치 나오토 교수가 재특회 25명을 비롯한 배외주의운동 활동가 34명을 조사한 결과를 봐도 정규직이 30명인 반면 비정규직은 2명에 불과하다. 학력과 직업 면에서도 대학(중퇴, 재학 포함) 24명, 화이트칼라 22명으로 고학력 화이트칼라가 많은 편이다. 통념과 달리 재특회의 주류는 하층계급이 아닌 것이다.

 히구치 나오토 도쿠시마대학 교수가 배외주의운동 활동가 34명을 조사한 결과 대학(중퇴, 재학 포함) 24명, 화이트칼라 22명으로 고학력 화이트칼라가 많은 편으로 나타났다.
 히구치 나오토 도쿠시마대학 교수가 배외주의운동 활동가 34명을 조사한 결과 대학(중퇴, 재학 포함) 24명, 화이트칼라 22명으로 고학력 화이트칼라가 많은 편으로 나타났다.
ⓒ 히구치 나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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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특권은 신빙성 낮아... 진짜는 자학, 반일 프레임"

저자는 재특회를 보수주의 정치의 변용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일탈적인 스타일을 제외하면 재특회의 주장 대부분이 이제까지 일본 정부나 매스컴이 해온 이야기의 반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보수세력이 이제껏 주장해온 근린제국 문제(한국, 북한,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역사분쟁, 영토분쟁 등을 가리키는 말-기자말)와 역사수정주의(이미 정설로 굳어진 역사적 사실에 이의를 제기해 그런 사실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부정하거나, 기존 통설에 수정을 가하려는 경향. 여기서는 일본이 침략전쟁이나 위안부 문제 등을 부인하는 경향을 의미한다-기자말)가 배외주의로 들어가는 입구다.

앞서 언급한 배외주의운동 활동가에 대한 조사에서 배외주의운동에 관계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으로 한국, 북한, 중국에 관련된 사건을 꼽은 사람이 11명, 이와 관계되는 역사수정주의까지 포함하면 동아시아 관련 사건을 든 사람이 19명에 달하는 반면 외국인문제를 든 사람은 6명에 불과했다.

 히구치 나오토 도쿠시마대학 교수가 재특회 25명을 비롯한 배외주의운동 활동가 34명을 조사한 결과 배외주의운동에 관계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으로 한국, 북한, 중국에 관련된 사건을 꼽은 사람이 11명, 이와 관계되는 역사수정주의까지 포함하면 동아시아 관련 사건을 든 사람이 19명에 달하는 반면 외국인문제를 든 사람은 6명에 불과했다.
 히구치 나오토 도쿠시마대학 교수가 재특회 25명을 비롯한 배외주의운동 활동가 34명을 조사한 결과 배외주의운동에 관계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으로 한국, 북한, 중국에 관련된 사건을 꼽은 사람이 11명, 이와 관계되는 역사수정주의까지 포함하면 동아시아 관련 사건을 든 사람이 19명에 달하는 반면 외국인문제를 든 사람은 6명에 불과했다.
ⓒ 히구치 나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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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재일특권은 가짜 쟁점에 가깝다. 히구치 나오토 교수는 "재일 특권에 관하여 경험적 신빙성이 발생하는 사례는 현실에서는 소수였다"며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은 '자학', '반일'이라는 우파 사회운동 전체를 결속시키는 마스터 프레임의 존재였다. 재일 특권을 공언하는 정치가를 찾기는 어렵지만, 역사수정주의나 근린제국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는 정치가는 끊이지 않는다. 재일 특권 프레임은 그러한 자학, 반일의 하위 프레임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재일 특권이라는 경험적 신빙성이 낮은 프레임은 자학, 반일이라는 근린제국‧재일 코리안‧일본의 좌파라는 적수를 하나로 취급하는 프레임에 의해 보강된다." - <폭주하는 일본의 극우주의> 215쪽


결국 재일특권 문제는 표면적인 쟁점일 뿐, 핵심은 일본의 식민통치 등 과거사 문제인 셈이다.

"역사문제 해결이 배외주의에 대한 근본대책"

현재 재특회는 과거 무섭게 성장하던 기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일본사회 안에서 재특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재특회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각종 민‧형사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히구치 나오토 교수는 재특회를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배외주의운동은 단순히 민족차별주의로서의 재일 코리안 배척이 아니다. '주류의 역사에 대하여 불협화음을 내는' 존재인 재일 코리안을 오욕의 역사와 함께 말살하려는 욕망이 바탕에 있다."(372~373쪽) 따라서 "역사 문제의 해결이야말로 배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된다."(6쪽)

결국 1945년 종전 이후 70여 년 간 해결되지 못한 역사 문제가 일본의 침략전쟁, 위안부 문제 등을 부인하는 역사수정주의를 낳았고, 역사수정주의에 입각한 정보가 1990년대 이후 인터넷 등을 통해 대중화되면서 오늘날 재특회라는 혐오의 결정체를 탄생시킨 셈이다.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는 "과거는 죽지 않으며 심지어 지나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오래도록 해결하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방치해뒀던 일본의 과거사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기는커녕 더 악화돼 최악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시간이 지나가면 해결될 거라고 핑계를 대며 회피하는 대신 "오욕의 역사를 말살하려는 욕망"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이유다.



폭주하는 일본의 극우주의 - 재특회, 왜 재일 코리안을 배척하는가

히구치 나오토 지음, 김영숙 옮김,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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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 2015.4~2018.9 금속노조 활동가. 2019.12~한겨레출판 편집자.

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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