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순위 판도가 또 다시 미묘하게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위에서 10위까지 3경기 반 차이의 접전을 벌이는가 했던 순위표는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조금 벌어지면서 이제는 각 순위권별로 미세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선 리그 선두는 2015년부터 꾸준히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다. 2015년과 2016년에 한국 시리즈 챔피언, 2017년에 준우승을 차지했던 두산은 올해도 2016년처럼 30승 15패 0.667의 승률로 고공 질주하고 있다. 2위 그룹과의 승차도 4경기까지 벌어졌다.

2위 그룹도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SK 와이번스가 KIA 타이거즈에게 주말 3연전을 스윕 당한 여파를 포함하여 5연패를 당하면서 26승 19패를 기록, 한화 이글스와 동률(승률 0.578)을 이루게 됐다. 한화는 최근 10경기에서 7승을 쓸어담으며 한 주 동안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중위권 그룹도 최근 상승세인 팀들이 자리잡았다. SK와의 홈 3연전을 쓸어담은 디펜딩 챔피언 KIA가 23승 22패 승률 0.511을 마크하면서 더워지는 날씨와 함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오 최근 7승 3패의 상승세로 승률 5할에 올랐다.

LG는 최근 연패로 인해 순위가 크게 하락했고, 5월 20일 경기에서 연패를 탈출하며 같은 날 경기에서 패한 넥센 히어로즈와 함께 23승 25패로 공동 6위가 됐다. 최근 동력이 떨어진 KT 위즈는 최근 10경기에서 4승 6패를 기록하며 5위 롯데와의 승차가 3경기로 벌어진 8위를 기록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5위와 4경기 반이 벌어진 9위(19승 28패)를, 그리고 NC 다이노스는 최근 3승 7패의 하락 기세를 막지 못하며 승률 4할 대가 붕괴됐다(18승 29패 0.383).

한화의 상승세, 리그에서 가장 큰 이슈

한화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마지막 해는 2007년이었고,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던 마지막 해는 2006년이었다. 류현진(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데뷔하며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했던 2006년 한화는 한국 시리즈에서 삼성과의 혈투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으며, 2007년에는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이후 한화는 우리가 잘 알듯이 어두운 시기를 보냈다. 한화는 2008년 64승 62패(0.508 5위)를 마지막으로 승률 5할을 넘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한화는 6년 동안 무려 5번의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1년에 한 차례 6위로 상승하기는 했으나,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영입했던 2012년에도 최하위를 피하지 못했다.

박찬호가 은퇴하고 팀의 에이스였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뒤 한화는 더 암울했다. NC가 리그에 참가한 뒤 2년 동안 첫 9위는 한화의 자리였다. KT가 리그에 참가한 뒤 최하위권을 탈출하긴 했지만, 그 3년 동안 한화는 6위-7위-8위로 그 이상의 반등을 이뤄내진 못했다.

투점홈런 호잉 지난 4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 1회초 2사 1루 한화 호잉이 투런 홈런을 친 뒤 홈에서 동료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투점홈런 호잉 지난 4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 1회초 2사 1루 한화 호잉이 투런 홈런을 친 뒤 홈에서 동료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2018년이 되고 나서 한화가 변했다. 내부 FA는 재계약했고, 외부 FA 영입은 없었다. 다만 코칭 스태프는 한용덕 감독을 중심으로 대폭 개편이 일어났다. 송진우, 장종훈 등 과거 이글스의 전설들이 코치로 합류했고, 그 누구보다 이글스라는 팀을 제일 잘 아는 사람들로 코칭 스태프가 바뀌었을 뿐이다.

한화가 10경기 이상 시즌이 진행된 상황에서 2위가 된 시점은 2008년 5월 13일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한화는 2위에 올랐다가 순위가 내려가면서 5위로 아쉽게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력이 있었다. 그러나 한화는 이번 해 5월에 들어와서 연패를 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심상치 않은 SK의 뒷문, 2위권 지킬 수 있을까

반면 2위로 올라섰던 SK는 5월에 심상치 않은 추락을 보이고 있다. 1주 전만 해도 두산과 함께 공동1위로 올라섰던 SK였지만, 두산과의 시리즈에서 2전 전패를 당했다(1경기 우천취소). 두산과의 경기를 모두 패한 SK는 분위기를 반등시키지 못하고 KIA와의 원정 3연전까지 스윕을 당했다.

특히 SK는 5월에 접어들어서 뒷문이 심상치 않다. 어린이날을 포함했던 5월 첫 2연전(1경기 우천취소)에서는 2경기의 9회만 합했는데도 도합 8실점했으며, NC와의 창원 원정 3연전 첫 경기에서도 8회에만 5실점했다. 5월 9일 경기에서도 무실점으로 승리할 수 있었지만 9회에만 5실점하며 1점 차 진땀승을 거뒀다.

11일 경기에서는 올 시즌 처음으로 두 자릿수 실점 경기로 대패하고 말았다(LG 상대 홈 경기 9-14 패). 5월에 홈 경기 2경기와 원정 경기 1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도합 15경기를 치렀지만, SK는 그 15경기에서 6승 9패에 그치고 말았다. 선두 두산을 따라잡기보다는 이제 한화와의 2위권 자리 사수를 위한 경쟁에 접어들었다.

SK의 올 시즌 마무리투수는 박정배이다. 4월 22일 경기까지 박정배의 성적은 1패 4세이브 평균 자책점 2.70이었다. 4월 25일 경기에서 홈런 2개를 허용하며 3실점했던 박정배는 이후 다시 4경기 연속 세이브를 거두며 안정을 찾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4경기에서 박정배는 1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21.00(3이닝 7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평균 자책점이 7.00까지 치솟았다.

4,5위 자리도 교체... KIA와 롯데의 상승세

4위와 5위 자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시즌 개막 이후 중위권 자리를 유지하던 디펜딩 챔피언 KIA는 지난 주말 SK와의 홈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그리고 LG와 넥센, 롯데를 모두 제치고 단독 4위로 올라섰다. SK와 한화 등 2위권 그룹과의 승차는 3경기 차로 23승 22패 승패 마진 +1이 됐다(승률 0.511).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승률 5할을 마크한 롯데와 반 경기 차이며, LG와 넥센도 승차는 1경기 반에 불과하다. 22일 부처님 오신 날 낮 경기부터 시작되는 3연전에서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순식간에 7위까지 내려갈 위험이 있다.

시즌을 최하위로 시작한 롯데는 어느 사이 승률이 5할이다. 최근 7승 3패로 한화와 함께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롯데는 선발투수들이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타자들도 덩달아 힘을 내고 있다. 아직 박세웅이 실전에 등판하지 못하고 있지만 민병헌, 채태인(이상 FA), 오현택, 이병규(이상 2차 드래프트) 등 올 시즌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팀에 적응해가고 있다.

LG 선발 소사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롯데의 경기.

LG 선발 소사가 역투하고 있다.

▲ LG 선발 소사 지난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롯데의 경기. LG 선발 소사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LG는 최근 팀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다. 트윈스 초대 구단주를 맡았던 LG 그룹의 구본무 회장이 20일 아침에 별세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트윈스 선수단은 20일 낮 경기를 치를 때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달고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한화를 상대로 2연패를 당했던 LG는 검은 리본을 달고 앰프 응원 없이 경기를 치른 20일 경기에서 승리하며 시리즈 스윕은 면했다. 5월 구원투수 평균 자책점이 8.71이었던 만큼 LG는 새로운 분위기 전환 요소가 필요하다.

넥센도 뾰족한 반등의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KIA와의 홈 3연전에서 도합 17득점으로 1패 뒤 2연승을 거뒀지만, 삼성과의 홈 시리즈에서는 도합 9득점으로 1승 2패에 그쳤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KT는 최근 페이스가 살짝 떨어지며 4승 6패로 밀렸다. 8위이긴 하지만 4위 KIA와 아직 3경기 반 차이라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점점 밀려나는 하위권, 독주하는 두산

그러한 가운데 9위 삼성, 10위 NC는 상위권과 점점 거리가 멀어져가고 있다. 삼성과 선두 두산의 승차는 어느 사이 12경기나 벌어졌고, 최하위 NC 역시 두산과의 승차는 13경기나 된다. 4위 KIA와의 승차도 각각 5경기, 6경기로 벌어져 있어 큰 상승세를 오랫동안 이어가지 못할 경우 따라잡기 힘들게 됐다.

삼성은 올 시즌 역전패 횟수가 18회로 10팀 중 가장 많다. 최하위 NC가 역전패 횟수가 14회로 이들보다도 4패를 더 뒤집기 당한 것이다. 5월만 봐도 역전패 횟수 5회로 이 부문 공동1위다. 심리적으로 일반적인 패배보다 경기 후반 역전패의 충격이 더 큰데, 총 28패 중 절반이 넘는 18패가 역전패이다 보니 좀처럼 반등하기 어렵다.

삼성이 반등하기 힘든 요소 중에는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올 시즌 삼성이 연승을 한 적은 5일부터 9일까지 3연승 1번 뿐이었다. 그 3경기 연승을 제외하면 올 시즌 삼성은 2연승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필승조인 최충연(25경기 5홀드 ERA 2.73), 심창민(24경기 3홀드 3세이브 ERA 3.00), 마무리투수 장필준(16경기 2홀드 6세이브 ERA 4.70)은 나름 제 역할을 다 하는 중이다. 장필준의 경우 마무리투수 치고는 평균 자책점이 다소 높지만 일단 삼성 김한수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이 꾸준히 그를 믿어주고 마무리투수로 기용하고 있다.

문제는 추격조다. 부상에서 돌아온 우규민은 첫 3경기에서 무실점이었지만 이후 4경기에서 모두 실점했다. 권오준과 김승현은 출전 기회는 꾸준히 받고 있지만 기복이 심하며, 그나마 임현준이 왼손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기주는 시즌 첫 10경기 중 9경기 무실점으로 기나긴 재활 끝에 터널을 빠져나오는 듯했지만 그 이후가 기복이 심하다.

최하위 NC는 20일 경기에서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선발투수 이재학이 2회에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1이닝 5피안타 1볼넷 4실점으로 조기에 무너지면서부터 모든 것이 꼬였다. 두 번째 투수 노성호는 이재학의 책임 주자들을 불러들였고, 세 번째 투수 최금강까지 3회에 실점한 이후 6회 2사까지는 6실점으로 어떻게 버티고 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KT를 상대로 NC는 4점 차로 추격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7회에 김진성이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악몽이 시작됐다. 선두 타자 이진영에게부터 안타를 허용하더니 바로 황재균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다. 7회에만 홈런 2개를 포함하여 5점을 내 준 김진성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고, 역시 홈런 2개를 포함하여 7실점하고 말았다.

7회부터 2이닝을 던지며 NC의 마지막 투수로 경기를 끝낸 김진성은 NC의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초로 한 경기 11실점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김진성의 1군 평균 자책점 역시 9.00이었는데 15.75까지 순식간에 치솟았다. 김진성을 계속 쓸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는 불펜에 남은 원종현과 배재환이 연투 후 휴식 상태였고,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무리투수 이민호의 투입은 낭비였기 때문이었다.

NC는 2013년부터 팀 평균 자책점에서 3위-1위-1위-2위-4위를 기록하는 등 전체적으로 리그에서 투수진이 좋은 팀이었다. 그러나 외국인 투수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발진이 난조를 보이는 동안 구원투수들이 그 공백을 메우는 형식이었고, 결국 과부하가 누적된 NC의 불펜은 올 시즌 6.03의 평균 자책점을 보이며 무너지고 있다. NC는 올 시즌 10팀 중 유일하게 구원투수 평균 자책점이 6점 대다.

그러는 동안 선두 두산은 2위권과도 승차를 4경기로 벌리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22일 낮 경기로 시작되는 3연전은 한화와의 대전 원정 경기로 바로 2위권의 추격을 받게 되었기 때문에 결코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공동2위 SK는 인천에서 넥센과의 3연전을 치른다.

나머지 중위권 팀들은 각각 하위권 팀들을 만난다. KIA는 KT를, 롯데는 삼성을, LG는 NC를 만난다. 하지만 하위권 팀들과의 대결에서 고춧가루를 맞는 순간 4위도 7위까지 미끄러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주중 3연전에서 편하게 볼 만한 대진은 하나도 없다.

가장 주목할 대결은 두산과 한화의 대전 3연전, 넥센과 SK의 인천 3연전이다.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와 SK가 각자 2위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가 결정되는 경기인 만큼 다른 대진보다는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주 KBO리그의 순위 판도는 또 어떻게 뒤집힐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한화이글스2위 SK와이번스5연패 KIA타이거즈3연승 두산베어스선두독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