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1주기 행사가 18일 오전 부산 정관추모공원에서 열렸다.

고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1주기 행사가 18일 오전 부산 정관추모공원에서 열렸다. ⓒ 성하훈


"김지석, 그의 이름이 바로 영화였습니다. 김지석 선생의 영화에 대한 진심과 열정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부산국제영화제 탄압에 분노하다 지난해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심장마비로 타계한 고 김지석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의 1주기 추도식이 18일 오전 부산 정관 추모공원에서 열렸다. 유가족과 이용관 이사장을 비롯한 부산영화제 직원들, 아시아의 영화인들과 부산지역 영화인들이 참석한 이 날 추도식에는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예비후보도 자리를 함께해 고인의 영전에 머리를 숙였다.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과 함께 부산영화제를 만든 창설멤버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시키는 데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었다. 부산영화제가 삶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장되지 않을 만큼, 그 자체가 부산영화제였고, 세세한 밑그림을 그려서 실행시켰다. 부산이 영화 도시라는 이름을 붙게 한 데에는 그의 노력이 상당했다.

진보적인 성향이었던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보수정권이 부산영화제를 흔들어 댈 때도 아시아영화제의 대표하는 부산영화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2009년 이명박 정권의 좌파 청산 공세가 부산영화제를 향할 때도 굴하지 않고 영화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아시아 국가들이 정치 종교적인 이유로 영화를 만들던 감독들을 탄압할 때, 부산영화제는 앞장서서 이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들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를 지원했다. 이란의 영화인들을 도왔고 아프카니스탄 영화를 응원했으며 자유와 평화의 기치를 높이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모두 부산영화제에 초청됐고 자국에 탄압을 받았던 감독들은 부산영화제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바탕이 있었기에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에게 박근혜 정권과 서병수 부산시장의 탄압은 견디기 힘든 수모와도 같았다. <다이빙벨> 상영 중단 압박 이후 자행된 정치적 탄압에 매우 분개했었다. 아시아 영화를 선도하는 영화제로서 표현의 자유를 상징했던 부산영화제의 훼손에 그의 분노를 이룰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멀리 프랑스 칸영화제 기간 중에 전해진 갑작스런 타계 소식은 한국영화 전체에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서병수 시장이 자행한 부산영화제 탄압 과정의 희생자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지인들은 그가 속으로 삭였던 아픔과 분노에 눈물을 흘렸다.

표현의 자유 억압한 정치권력과 치열하게 싸운 친구

 13일 팔레 드 페스티벌 인근 식당에서 진행된 한국영화의 밤 행사.

13일 팔레 드 페스티벌 인근 식당에서 진행된 한국영화의 밤 행사. ⓒ 이선필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앞서 지난 13일 칸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의 밤 행사 때 진행된 추도행사에서 "40년 지기 친구이자 아시아 영화인이었던 김지석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지난 정치권력에 맞서 치열하게 싸운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오 위원장은 지난해 장례식 때도 추도사를 통해 "지난 정권 문화계 블랙리스트 비롯한 <다이빙벨> 상영으로 인한 부산영화제 사태로 표현의 자유가 무참히 짓밟힌 것에 그 친구의 분노를 잘 알고 있다"며 "나이어린 공무원을 설득하기 위해서 자신이 쓴 책을 두 손으로 전하며 제발 책을 한번만 읽어달라고 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애통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영화제 사태의 책임자 중 한 사람으로 최근 블랙리스트 조사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난 서병수 부산시장은 끝까지 자기책임을 부인한채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18일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의 1주기는 블랙리스트의 실행자로 부산영화제 사태의 책임자인 서병수 부산시장을 심판해야 한다는 부산 영화인들의 마음을 다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1주기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예비후보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1주기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예비후보 ⓒ 성하훈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예비후보는 "영화인들의 희생과 열정이 만들어낸 세계적인 작품이 부산영화제인데, 고 김지석 선생의 뜻을 제대로 따르지 못했음이 너무 죄송스럽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부산영화제가 정상화되고 거듭나는 가장 빠르고 옳은 길을 여러분과 함께 찾아내겠다"면서 "영화인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를 다짐했다. 이어 "부산영화제의 정상화와 성공이야말로 고 김지석 선생을 기리고 추모하는 바른 길이 될 것이다라며 부산영화제 도약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을 김지석 선생 영전에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지석기념사업회, 부산영화특별위원회 발족

영화계는 부산지역 영화인들을 주축으로 한 이날 '김지석 기념사업회'도 발족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들어 내고 키워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영화인들을 하나로 만들어 낸 부산국제영화제의 심장, 김지석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해 기리겠다는 것이다. 김지석기념사업회는 김지석 상 제정, 다큐멘터리 제작, 아카이브 사업,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사업 등을 펴나가기로 했다.

고문으로 문정수 전 부산시장, 오석근 영진위원장,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 등이 위촉됐고 중 고인의 친구였던 차승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가 기념사업회장을 맡는다. 허문영 평론가와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 등을 비롯해 아시아 영화인들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9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륨에서 열린 부산영화특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9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륨에서 열린 부산영화특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 부산영화특별위원회


이날 오후에는 '부산영화특별위원회'가 꾸려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오거돈 캠프를 적극 돕기로 결의했다. "부산을 영화도시로 꿈꾸게 했고 자랑스럽게 했던 20년을 키운 자산이 부산영화제인데, 표현의 자유와 독립성, 자율성이 짓밟히며 막무가내로 퍼부어진 폭격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서병수 현 시장을 겨냥했다.

이들은 "영화도시 부산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시켜야 할 전 서병수 시장은 오히려 박근혜 정부에서 자행된 블랙리스트의 구현자로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온 세계에 부산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면서 "블랙리스트 탄압과정에서 추락한 위상과 영화계 및 시민들의 보이콧으로 침체를 겪게 된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해 오거돈 캠프와 적극 협력해서 선거 이후에도 협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역 영화계 관계자는 "고 김지석 선생 1주기에 맞춰 부산 영화인들의 결의를 밝힌 것"이라며 "부산영화제 사태 과정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뜬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여전히 지역 영화인들에게는 가슴의 큰 멍울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부산영화특별위원회에는 공동대표를 맡은 김상화(영화네트워크부산 상임이사), 주유신 영산대 교수, 김휘 감독 외에 김대승 감독, 김범식 전 영화의전당 영화예술처장, 김이석 부산영화평론가협회 대표 등이 참여한다. 지난 2월 부산영화제 이용관 이사장 선임에 적극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해임 논란이 일었던 최윤 전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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