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핫 걸 원티드'

포르노, 인터넷 그리고 옆집 소녀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핫 걸 원티드> ⓒ Netflix


<핫 걸 원티드>(Hot Girls Wanted)는 질 바우어(Jill Bauer)와 로나 그레이더스(Ronna Gradus) 감독의 2015년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다. 2015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되었고, 2015년 5월 29일 넷플릭스에 등록됐다. 이 영화는 평균 18~19세 아마추어 포르노 여배우들의 삶과 그 착취 구조를 다루고 있으며, 젊은 여성들에게 포르노 배우로서의 삶에 관해 묻고 답하는 인터뷰 형식을 띠고 있다.

18~19세 아마추어 포르노 여배우들

제작 당시에는 대학 캠퍼스 남성들의 포르노 소비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남성들 대부분이 '젊은' 여성들이 출연하는 포르노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왜' 포르노 산업에 진출하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개봉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르노 여배우들의 사실적인 삶에 놀라고 격분했다. 엄격하고 시기적절한 연구이자 교훈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으나 포르노 산업의 부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음에도 젊은 여성들을 포르노 산업으로 들어가도록 고무시킨다는 부정적인 평도 있었다.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포르노 산업에 종사하는 젊은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는 <핫 걸 원티드>는 2015년 당시 가장 인기 있는 다큐멘터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인터넷이 생겼을 때 저는 태어나지도 않았어요. 인터넷이 없었다면 그냥 다른 주에서 일을 찾거나 학교에 갔을 거예요.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텍사스주립대에 가서 대학 치어리더가 되려고 했어요. 하지만 다른 길을 선택했죠." - 트레사

학창시절 치어리더 주장이자 사진과 저널리즘에 관심이 깊었던 소녀 트레사(Tressa)는 피자 가게에서 웨이트리스 겸 바텐더로 일하고, 마마시타스 식당에서 손님 안내를 하던 평범한 소녀였다. 당시까지도 비행기를 단 한 번도 타보지 못한 트레사는 자신이 살고 있던 작은 마을과 부모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포르노 배우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갓 성인이 된 그녀가 포르노 배우가 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다. 단지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미국의 판매를 위한 개인 광고, 직업, 주택 공급, 이력서, 토론 공간 등을 제공하는 안내 광고 웹사이트)의 TV 쇼 및 라디오 직업란의 공고를 보고 자신의 사진 2장을 보낸 것이 전부였다.

 다큐멘터리 영화 '핫 걸 원티드'

트레사 ⓒ Netflix


그녀는 포르노 배우가 된 지 석 달 만에 많은 돈을 벌었고, 수차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그녀를 팔로우하는 사람의 수도 계속해서 늘어났다.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돈과 자유, 인기를 단기간에 얻게 된 셈이다. 하지만 트레사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집을 떠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아버지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할 수 없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날마다 눈물로 지새우며 고향으로 돌아오기만을 바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신체 결박물'과 같은 폭력적인 포르노를 찍다가 바르톨린 낭종이 생겨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간 모임에서는 포르노 배우라는 이유로 무례한 언행도 참아내야 했다.

2013년 캘리포니아 주는 포르노 촬영에 콘돔을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콘돔 없는 포르노가 더 인기 있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은 현재 마이애미 같은 곳에서 주로 촬영한다. 트레사가 포르노 배우로 활동하며 지내는 곳 또한 마이애미에 위치한 일명 '라일리의 집'이다. 라일리(Riley)는 에이전트이자 남자 포르노 배우로, 여성들을 촬영장에 데려다주고 그들로부터 출연료의 10%를 받는다. 그는 포르노 업계에 처음 온, 촬영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 여성들하고만 일한다. 그는 트레사가 그랬던 것처럼 어린 여성들을 타깃으로 수많은 돈을 이용하여 그들을 유혹하는 공고를 사이트에 올린다. '마이애미행 비행기 표 무료 제공'

"아마추어 포르노 업계에서 우린 고깃덩어리일 뿐"

'라일리의 집'에는 트레사뿐만 아니라 많은 어린 여성들이 함께 지낸다. 그중 상당수는 3개월 안에 포르노 업계를 떠나고, 또 다른 여성들이 그 자리를 재빠르게 채운다. 18세의 나이로 업계에 진출한 지 1.5주째 되는 레이첼(Rachel)은 영화 초입부에서 포르노 배우로서의 만족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녀는 포르노 배우가 된 후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 -펜트하우스를 가고, 람보르기니를 타고, 유명 래퍼들을 만나는 등-을 경험하면서 포르노 배우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큰 힘을 부여한다고 인지한다. 레이첼에게 포르노는 그저 유명해지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며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버는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포르노의 약 40%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묘사하고, "18세의 학대"와 같은 적나라한 광고가 주류 포르노 사이트에 눈에 띄게 등장하면서 레이첼에게도 더욱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며 극단적인 포르노 촬영 요청이 들어온다. 수차례 이에 응하는 촬영을 하면서 환멸을 느낀 레이첼은 6개월 후 팔로어 2만8300 명을 뒤로 한 채 포르노 업계를 떠난다.

"아마추어 포르노 업계에서 우린 고깃덩어리일 뿐이죠. 모든 촬영이 똑같아요. 항상 첫 경험인 척하죠. 여자는 그냥 돕기 위해 있는 거예요. 가슴과 질과 엉덩이만 있으면 그게 전부예요. 실제로 내가 누군지는 신경 쓰지 않죠." -레이첼

 다큐멘터리 영화 '핫 걸 원티드'

'라일리의 집'에는 트레사뿐만 아니라 많은 어린 여성들이 함께 지낸다. 그중 상당수는 3개월 안에 포르노 업계를 떠나고, 또 다른 여성들이 그 자리를 재빠르게 채운다. ⓒ Netflix


첫 촬영이 안면 학대 비디오(Facial Abuse Video)와 같은 극단적인 포르노였던 25세의 2년 차 포르노 배우 제이드(Jade) 또한 레이첼과 비슷한 행보를 걸었다. 그녀의 첫 포르노 촬영은 라틴계 여성을 비하하는 언어폭력과 극심한 신체적·성적 폭력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비디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드는 '자신은 아무도 비난하지 않으며, 그러한 폭력적인 취향 또한 이해하며, 자신은 단지 연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인터뷰한다.

단지 노동과 돈을 교환하는 것처럼 자신의 성(性)과 돈을 교환한다고 생각한 제이드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포르노 산업의 몰인간성을 목격한다. 이후 스스로 카메라를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일방적인 촬영에서 벗어나 자신이 카메라에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통제할 수 있는 웹캠 방송을 시작한다. 트레사 또한 그녀의 어머니와 자신의 남자친구의 간곡한 만류에 의해 이 일을 그만두고 식당 매니저로 일하며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다. 19세의 칼리(Karly)와 미셸(Michelle)은 계속해서 업계에서 일한다.

물론 그녀들이 떠난 빈자리는 곧잘 다른 여성들에 의해 채워진다. 영화는 돈과 자유를 부르짖는 새로운 여성들이 '라일리의 집'에 들어오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불편한 진실들

<핫 걸 원티드>는 표면적으로는 포르노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삶을 그리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현대 기술과 미디어가 포르노 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현대 기술과 미디어는 많은 사람들이 포르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포르노를 쉽게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 생각해보라. 누구나 자신의 핸드폰을 통해 성적 행위를 촬영하고, 그것을 사이트에 올릴 수 있다(국내 포르노 중 다수는 성적 행위를 몰래 촬영한 동영상이나 리벤지 포르노이다). 구글에 '여학생'만 쳐도 선정적인 사진들이 가득하고, 연령의 제한 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 또한 외설적인 사진과 동영상들로 가득하다. 개인 인터넷 방송에서는 포르노에 버금가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들이 넘쳐난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포르노에 도입한 VR포르노가 등장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핫 걸 원티드'

ⓒ Netflix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자기 홍보 문화가 심화되면서,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의 청소년들이 좋아요와 팔로어의 수에 의해 자존감이 형성되는 것도 이러한 현상에 기여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동경하는 셀러브리티의 모습을 미디어를 통해 보면서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성적 매력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배운다.

<핫 걸 원티드>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자신들이 포르노 산업에 종사하기를 '선택'하였다고 말하지만, 실상 이러한 미디어에 노출되어 착취당하는 대상에 불과하다. 또한, 이들은 단지 타자로서 인식되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범람하는 포르노에 함몰되어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새로운 포르노를 창출하고 소비하는 우리의 모습이자 나의 또 다른 모습이다. '포르노 산업에 종사하는 여배우'라는 다소 호기심을 끄는 자극적인 카피에 이끌려 <핫 걸 원티드>를 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 속엔 너무나도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핫걸원티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포르노
댓글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구나혜입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