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는 지난 주말 38라운드까지 마치며 리그 일정을 마무리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승점 100점을 돌파하며 4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시즌이 끝난 건 아니다. 오는 20일 오전(한국 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래 맨유)와 첼시의 FA컵 결승전이 남아있다.

올시즌 리그 순위는 맨유가 2위, 첼시가 5위를 기록하며 순위에선 맨유가 앞섰지만 리그 전적에선 1승 1패로 동률을 이뤘다. 서로 각자의 홈구장에서 승리를 거둔 두 팀은 조세 무리뉴 감독과 안토니오 콘테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중립 지역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2년 만에 FA컵 우승 도전하는 맨유 "퍼거슨 감독을 위해"

 지난 12일(현지시간) 벨기에 안더레흐트의 콘스탄트 반덴 스톡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 ⓒ EPA/ 연합뉴스


맨유가 마지막으로 FA컵 우승을 기록한 건 루이스 판 할 감독 시절인 2015~2016 시즌이다. 당시 크리스탈 팰리스와 치른 FA컵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전에 터진 제시 린가드의 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두고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2년 만에 다시 FA컵 우승에 도전하는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을 위해서라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려는 의지가 강하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5일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수술을 받았는데, 쾌유를 기원했던 이들의 바람이 이뤄진 것인지 다행히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퍼거슨 감독이 병상에 눕게 되자 맨유 선수들의 동기부여는 확실히 올랐다. 후안 마타는 "남은 경기를 퍼거슨 감독을 위해 뛰어야 한다"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스콧 맥토미니는 "퍼거슨 감독을 위해서라도 FA컵 우승을 해야 한다"라면서 FA컵 우승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올시즌 들쭉날쭉한 경기력 속에 지역 라이벌 맨시티에 무려 승점 19점 차이로 우승을 내준 맨유는 만약 첼시와의 FA컵 결승에서 패할 경우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지난시즌 3개의 우승트로피(커뮤니티 실드, 캐피탈 원 컵, 유로파 리그)를 들어 올린 맨유에게 올시즌 무관은 상당히 타격이 크다. 또한 무리뉴 감독은 부임한 팀에서 2번째 시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선례가 있기에 만약 이번 시즌을 무관으로 마친다면 상당히 치명적일 것으로 보인다.

2시즌 연속 FA컵 결승 진출한 첼시, 콘테 '유종의 미' 거둘까?

'첼시' 새 사령탑 지난 7월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FC의 새 사령탑을 맡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첼시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FC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 ⓒ 연합뉴스/EPA


지난 12년 동안 첼시는 FA컵에서 5회 우승을 거둘 정도로 FA컵에서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결승에 진출한 첼시는 지난 시즌 아스널에게 패해 우승컵을 내준 아픔을 달래고자 한다.

지난 시즌 콘테 감독의 3백 포메이션이 빛을 발하며 리그에서 30승 3무 5패의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첼시는 바르사의 벽에 막혀 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탈락, 카라바오 컵에서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이어 리그에서도 후반기 부진 속에 5위에 그치며 다음 시즌엔 UCL 챔스리그가 아닌 UEFA 유로파 리그(UEL)에 참가하게 됐다.

첼시가 올시즌 부진한 데는 지난 시즌 빛을 발한 3백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전술이 간파됐고 이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던 점, 그리고 이적시장에서 콘테 감독이 원하는 선수 영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이적생들의 활약이 미미했던 점 등이 문제로 거론된다. 이적시장에서의 실패로 콘테 감독과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사이의 불화설이 제기됐고 구단주와의 불편한 관계 속에 성적마저 내지 못한 콘테 감독의 거취 역시 올시즌 후 결별하는 분위기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스카이 스포츠>와 스페인 <마르카> 등의 매체에선 콘테 감독의 후임으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핫스퍼 감독을 1순위로 보도하는 등 결별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콘테 감독 역시 거취를 걱정해봐야 할 것이라 밝히며 거취 문제에 대해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후 첼시를 떠날 것이 유력한 콘테 감독으로선 FA컵 우승을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급선무다. 첼시는 지난 뉴캐슬과의 최종라운드에서 4위 탈환을 위해 전력투구를 해야 했지만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를 볼 때 콘테 감독의 첼시가 맨유와의 FA컵에선 정예멤버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 시즌 준우승에 그친 첼시로선 올시즌 결승전에선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스포츠 매체 <스포탈 코리아>에 따르면 콘테 감독은 지난 사우샘프턴과의 FA컵 준결승전 승리 이후 인터뷰에서 2년 연속 결승 진출을 강조하며 "지난 시즌에는 우승에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승리하고 싶다"라며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불태웠다.

무리뉴-콘테, 두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중립 경기

 EPL 첼시, 맨유에 1-0 승리 2017년 11월 5일

지난 2017년 11월 5일 경기 첼시와 맨유의 경기 모습. 당시 결과는 첼시가 맨유에 1-0 승리했다. ⓒ EPA/연합뉴스


2016~2017 시즌 각각 맨유와 첼시 감독으로 부임한 무리뉴와 콘테 감독은 경기 외적으로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임과 동시에 경기 내적으로도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상대전적은 콘테 감독이 우세하다. 16~17시즌 FA컵을 포함해 3번, 올시즌 2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3승 2패로 콘테 감독의 첼시가 우세했다. 그러나 상대전적을 좀 더 깊히 들여다보면 첼시나 맨유나 자신의 홈에서 승리를 거뒀고,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먼저 첼시는 지난시즌 FA컵 8강에서 맨유를 상대로 1-0 의 승리를 거둔 것을 비롯해 홈에서 열린 리그경기에선 무려 4-0 의 대승을 거두며 무리뉴 감독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지난해 11월 열린 리그 경기에서도 알바로 모라타의 헤딩 골을 앞세워 첼시가 승리를 거뒀다. 모라타는 지난 여름 첼시와 맨유가 벌인 로멜루 루카쿠 영입전에서 하이재킹을 시도한 맨유에게 루카쿠를 내준 첼시가 차선책으로 영입한 선수였다. 그런 가운데 치른 경기에서 루카쿠는 무득점 침묵을 지킨 데 반해 모라타가 결승골을 터뜨렸다는 점은 첼시에겐 그야말로 통쾌한 승리였다.

맨유 역시 지난 두 시즌동안 첼시를 상대로 홈에서 거둔 승리의 임팩트는 컸다. 16~17시즌 원정에서 2연패를 기록한 채 올드 트래포드에서 맞이한 리그경기에서 무리뉴 감독은 첼시의 에이스인 에당 아자르를 봉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리고 마커스 래시포드를 이용한 빠른 공격전개를 통한 역습작전으로 첼시를 상대했다.

아자르를 봉쇄하는 건 중앙 미드필더로 출격한 안데르 에레라였다. 에레라는 퍼거슨 감독 시절인 09~10 UCL 맨유와 AC밀란의 경기에서 박지성을 통해 밀란의 키 플레이어였던 안드레아 피를로를 봉쇄하게 만들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에레라는 경기 내내 아자르를 밀착마크하며 첼시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이후 스피드가 뛰어난 마커스 래시포드를 이용한 역습작전을 펼친 맨유는 당시 2-0 승리를 거두었다. 이 경기에서 에레라가 볼을 탈취해 래시포드에게 찔러준 볼을 래시포드가 결승골을 터뜨렸고, 에레라는 후반전 승부를 결정짓는 쐬기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지난 2월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리그 경기에서도 무리뉴 감독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 에레라는 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스콧 맥토미니를 기용해 네마냐 마티치와 중원에서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주며 첼시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또한 후반전엔 제시 린가드, 에릭 바이 등을 기용하며 전술싸움에서 콘테 감독을 압도한 무리뉴 감독의 맨유는 2-1 의 승리를 거뒀다. 특히 후반전 교체투입된 제시 린가드는 1-1 로 맞선 후반 30분 결승골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무리뉴와 콘테 감독이 두 팀에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 서로의 홈에서만 승리를 치렀던 두 팀은 비로소 중립 지역에서 경기를 치러 어느 팀이 강한지 제대로 가늠해볼 기회를 맞았다. 더구나 무대는 FA컵 결승전, 패하는 쪽은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게 되 한 해 농사여부까지 결정될 수 있는 운명의 일전이다. 이번 FA컵 결승전에서 두 팀의 치열한 승부가 기대되는 이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FA컵 무리뉴 콘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깔끔한 기사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