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의 한 장면

다큐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의 한 장면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지난해 개봉해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외부와 단절되어있던 도시 광주에 들어간 독일 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싣고 광주로 향한 용감한 택시기사 고 김사복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힌츠페터 기자가 광주의 진실을 담은 필름을 가지고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끝난다. 영화는 힌츠페터 기자가 송건호 언론상을 받으며 감사함을 전한 택시기사 김사복씨의 이름이 본명이 아닐 것이라는 내용으로 끝났지만, 영화가 개봉한 뒤 진짜 김사복씨의 아들이 나타났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영화 < 5.18 힌츠페터 스토리 >는 2003년 국내 언론으로는 최초로 힌츠페터 기자를 인터뷰해 KBS <스페셜-푸른 눈의 목격자>를 만든 장영주 PD가 당시 인터뷰 영상과 미공개 영상, 새롭게 찾아낸 자료 등을 편집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다. 배우 조성하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스틸컷. 택시기사 김만섭(송강호)은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스틸컷. 택시기사 김만섭(송강호)은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 (주)쇼박스


  힌츠페터의 카메라를 들여다 보는 김사복씨

힌츠페터의 카메라를 들여다 보는 김사복씨 ⓒ 드림펙트엔터테인먼트


영화에는 <택시운전사>에 다 담기지 못한 힌츠페터 기자의 광주 취재 이야기와, 일본으로 떠난 뒤 연락이 끊긴 <택시운전사> 스토리와 달리 이후로도 꾸준히 함께 광주를 오가며 우정을 쌓은 힌츠페터 기자와 김사복씨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생전 인터뷰에서 김사복씨에 대해 이야기하는 힌츠페터 기자의 목소리와, 이번 영화를 통해 최초 공개되는 두 사람의 사진 등은 <택시운전사>를 보며 느낀 감동에 진실의 무게를 더한다. 배우 송강호가 연기한 <택시운전사> 속 김사복씨와, 실제 힌츠페터 기자의 목소리로 듣는 < 5.18 힌츠페터 스토리 > 속 김사복씨의 이야기를 비교하며 보는 것도 < 5.18 힌츠페터 스토리 >를 감상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 5.18 힌츠페터 스토리 >는 다 알려지지 않은 힌츠페터 기자와 김사복씨의 이야기 외에도, 그날의 광주와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 광주를 지키기 위해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도 충실하게 전달한다. 힌츠페터 기자의 취재 영상이 어떻게 보도됐는지, 그 영상들이 어떻게 '기로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고, 어떻게 다시 한국으로 반입돼 광주의 진실을 알렸는지까지 관련 인물들의 증언이 담겼다. 특히 힌츠페터 기자 카메라에 담긴 앳된 시민군의 얼굴이 현재의 얼굴로 바뀌며 과거를 회고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묵직한 감동을 준다.

힌츠페터 기자의 취재영상, 실화가 주는 감동과 울림

힌츠페터 기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한국 민주화운동을 취재했는데, 1986년 광화문 시위를 취재하던 도중 사복 경찰에게 구타당해 목과 척추에 중상을 입었다. 영화에는 장영주 감독이 KBS 자료실에서 찾아낸, 당시 힌츠페터 기자의 모습이 담겼다. 32년 전 촬영된 영상에서 힌츠페터 기자는 "나는 평화롭게 촬영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경찰의 폭행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당시 KBS 기자들이 경찰에 구타당한 외국인 기자의 모습을 취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영상은 뉴스에 나가지 못했고 그대로 30년 넘게 KBS 자료실에 잠들어있었다.

 힌츠페터가 기록한 광주의 진실은, 곧바로 독일 제1공영방송을 통해 전세계로 전해졌다. 그의 보도를 접한 여러 외신 기자들도 광주로 향해 진실을 기록했다.

힌츠페터가 기록한 광주의 진실은, 곧바로 독일 제1공영방송을 통해 전세계로 전해졌다. 그의 보도를 접한 여러 외신 기자들도 광주로 향해 진실을 기록했다. ⓒ KBS


 다큐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의 한 장면

다큐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의 한 장면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힌츠페터 기자는 결국 이때 입은 부상 때문에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고, 기자 생활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힌츠페터 기자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씨는 힌츠페터 기자가 광주 트라우마에 시달렸음을 증언하기도 한다.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날 때 광주에서 본 군인들이 보인다는 말을 종종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힌츠페터 기자에게 광주는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도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 용감하게 싸운 시민들을 만난 곳이었다. "광주의 젊은이들과 함께 묻히고 싶다"며 광주 망월동에 잠들기를 소망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영화 < 5.18 힌츠페터 스토리 >는 힌츠페터 기자와 5.18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도, 잘 모르는 이들도 모두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내용 자체만 놓고 보자면 <택시운전사>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실존 인물, 실화 그 자체가 주는 울림과 감동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힌츠페터 스토리 위르겐 힌츠페터 김사복 518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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